김성현 (월간 선한이웃 발행인)
신문을 보다보면 우리 사회의 이념적 구분이 명확해 보인다. 누구는 좌파이고 누구는 우파라는 식의 보도가 줄을 잇는걸 보면서 우리 사회가 정말 그렇게 좌파와 우파가 구분될만큼 성숙하고 이념적 구분이 명확한 사회인지 의문이 든다(보수나 진보라고 표현을 바꾸기도 하지만). 무엇을 가지고 좌파와 우파를 구분하는지 헷갈릴 때가 많은 것이다.
국가정책의 하나 하나를 보며 좌파적 성향이니 우파적 성향이니 구분하기도 하지만 가만보면 그건 편의상 그러는 것일 뿐 이념적인 것으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좌파니 우파니 하는 말들이 많이 회자되는걸 보면 신기할 지경이다.
우리 사회의 우파라고 불리는 보수적인 분들의 입장에서 미국은 대단한 나라이다. 자유의 여신상을 많이 봐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미국은 자유의 나라이고 천국인데 우리 사회는 그렇지 못해서 안타까우신 모양이다. 미국이 정말 그렇게 자유의 나라일까. 아니면 우파 그 자체일까.
내 눈에는 아닌 듯 보인다. 얼마 전 미국과 영국의 유명 잡지가 최고 지성인을 투표로 뽑은 일이 있는데 최고 지성으로 뽑힌 이가 바로 노엄 촘스키다. 우리 나라에서는 급진 좌파로 구분되는 바로 그 분 말이다. 그의 책이 우리나라에 많이 번역되어 있어 그것을 가지고 문화전쟁에서 보수가 졌다고 우려하시는 분들이 계시니 그분들이 헷갈릴만한 사건이다. 이 투표결과를 가지고 미국은 좌파의 천국이라 말하기도 웃기지만 미국인 자유의 나라라고 강변하는 것도 우습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 나라에서 공공성 강화에 역점을 둔 정책을 이야기하면 좌파정책라고 몰아가고 시장에 맡기자는 이야기가 나오면 우파정책이라고 몰아가는 분위기는 이념적인 구분이나 주장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속한 그룹의 분위기에 맞느냐 아니냐의 구분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 대부분은 자신의 처한 상황에 따라 좌파적이다가 우파적이다가 한다. 명확한 이념으로 접근하여 판단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 사회의 보수는 편향적이지 않아야 할 필요가 있다. 굳이 이념적으로 하자면 우리 사회는 대부분 보수이고 우파적일 뿐이다. 좌파 또는 진보라 불리는 성향의 이들은 지극히 적은 수에 불과하다. 진보정당이라 불리는 곳도 내용을 보면 좌파나 진보라고 하기엔 이념적으로는 부족함이 많은 실정임을 생각한다면 내 말이 맞다.
내가 봐서 9:1의 비율인 것을 가지고 5:5인 양 보도하고 구분짓고 하면 국민들은 헷갈린다. 지나친 두려움이나 지나친 낙관을 하게 하는 태도는 바르지 못하다. 있는 그대로를 보고 보여주는 것이 언론이어야 할 것이라 본다. 반성 좀 하자.
독서신문 1392호 [2005.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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