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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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배 기자
  • 승인 2007.06.1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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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속에 숨겨진 한국의 근현대사
제국의 배를 인도하는 제국의 불빛에서 근대문화유산으로 거듭난 등대이야기
팔미도, 월미도, 백암, 북장사서, 부도, 거문도, 영도, 우도, 소청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등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제국주의 시대에 만들어진 등대를 말이다. 대한제국 시기에 한반도에 제 모습을 드러낸 이들 등대는 불행하게도 독립적 근대국가와는 무관하게 제국의 배를 인도하는 ‘제국의 불빛’이었다.

최근에 발간된 『등대-제국의 불빛에서 근대의 풍경으로』는 등대를 통해 숨겨진 한국의 근현대사와 문화, 그리고 우리 삶에 대한 육지공간을 넘어선 성찰을 시도한 우리나라 최초의 총체적이고 전면적인 등대 보고서이다.

우리 등대의 출발은 제국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작용하던 때와 시기를 같이하고 있다. 대항해시대 이래로 서세동점(西勢東漸)하던 제국의 파도가 동아시아로 밀려들었고, 메이지 시대  이래로 대영제국의 등대를 받아들인 일본의 등대 기술이 한반도로 밀려든 결과가 우리 등대의 출발이다.

그만큼 등대는 제국의 확장을 돕는 ‘첨단의 과학’이었다. 등대는 요동치던 우리의 역사와 한반도로 밀려들던 세계사의 파동이 깊게 새겨진 기억과 시간의 저장고인 것이다. 특히 인천의 경우 최초의 개항장답게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가 세워진 곳이다.

무역회사도 최초고, 외국인 거류지도 최초고, 자장면도 최초고, 등대도 최초고, 등대국이 설치된 곳도 인천이 최초이다. 이와 관련 저자는 “최초라는 함의는 ‘근대적 최초’라는 뜻을 포함하지만 열강에 의하여 ‘강요된 최초’라는 뜻도 포함한다”고 말한다.

특히 등대가 제일 먼저 인천에 개설된 것도 선진적인 등대가 처음 도입되었다는 뜻과 더불어 제국주의 침략의 교두보가 선행되었음을 뜻한다는 것이다.(본문 1장 ‘팔미도 등대·부도 등대 : 이시바시 아야히코의 흔적들’중에서)

저자는 또한 등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낭만적인 이미지와 거리가 먼 표상이라고 말한다. 등대는 근대국가의 제도적 산물이기 때문이며 그곳에서 일하는 항로표지원(등대원)들 역시 국가의 녹을 먹는 엄연한 공무원이기 때문이란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 불렀던 동요 ‘등대지기’는 1920년대 식민지 시대의 애잔한 취향이 빚어낸 신조어일뿐이며 등대에서의 삶은 어느 다른 삶보다도 현실적이며 그러하기 때문에 다른 삶 못지않게 고달프다는 것이다.

▲     ©독서신문
불과 3년 뒤인 2010년은 한일병합 1백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 시절에 만들어진 ‘제국의 불빛’이었던 우리의 주요 등대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한반도의 모든 등대를 직접 일일이 답사하고 조사했으며 그중 가려 뽑은 40개의 등대의 풍경과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등대 / 주강현 글·사진 / 생각의나무 펴냄 / 584쪽 / 27,000원

읽고 생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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