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장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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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구현 기자
  • 승인 2007.06.1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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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좌충우돌 “이라부가 돌아왔다”
▲ 면장선거     © 독서신문

 
오쿠다 히데오가 권력을 걸고 넘어갔다. 고교생, 샐러리맨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환자로 등장했던 『인 더 풀』, 야쿠자, 곡예사, 인기 작가 등 특정 분야의 전문인들이 환자로 나왔던 『공중그네』에 이어 이번 작품에선 거대 신문사 사주, 잘나가는 벤처 기업가, 인기 중년 여배우가 환자로 나온다.

역시나 이라부ㆍ마유미 콤비다. 오쿠다 히데오는 엄청난 해학과 풍자를 이 콤비를 통해 다시 한번 거침없이 토해낸다. 우스꽝스러운 용모에 아이 같은 순수함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이라부는 그 ‘바보스러움’을 무기로 주인공들이 안고 있는 강박증을 치유해 준다.
 
이러한 치유는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이 아니다. 환자들이 당면한 일을 단지 다른 차원에서 바라볼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환자 스스로가 치유의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러한 치유법은 주인공들뿐만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까지 전염되어 우리가 바보스럽고 엉뚱한 이라부에게 열광하게끔 만든다.

이 작품에 특이한 점은 실존 인물들을 등장시켜 패러디해냈다는 것이다. <구단주>의 주인공 다나베 미쓰오는 요미우리 신문사 대표 와타나베 쓰네오를 모델로 삼았으며 <안퐁맨>의 주인공 안포 다카아키는 ‘일본의 빌 게이츠’라고 불리우는 ‘라이브도어’의 대표 호리에 다카후미를 모델로 삼았다. 실제로 그는 소설의 에피소드 처럼 야구단 매각 문제와 후지tv의 m&a 문제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고, 재판까지 받았다.

이처럼 실존 인물들을 패러디 하여 웃음을 이끌어내고, 우월해 보이는 다른 사람의 실체가 실은 별반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낱낱이 파헤침으로써 ‘이라부’의 건재를 자랑한다. 3년 만에 컴백인 그는 더 우스꽝스럽고, 더 무례한이 되었다. 하지만 그의 치료는 여전히 탁월하며, 그 치료는 독자들에게 까지 전해진다.

끝으로 이 작품에서는 드디어 마유미의 정체가 살짝 드러난다. 마유미는 펑크록 밴드에서 기타를 치고 있으며, 라지 사이즈 주사도 양에 차질 않아 양철 대야를 휘두르며 환자를 치유시키고자 한다. 또한 때때로 이라부의 약점을 이용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등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라부보다도 마유미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고마운 선물이 될 듯 하다.

『공중그네』이후 나날이 그 재미를 더해가고 있는 오쿠다가 그려내는 이라부의 행각들. 무언가 실없어 보이지만 그의 행동은 경쾌함이지, 내실 없는 가벼움은 절대로 아니다.
 
침울하고 심각하면서 무언가 주제의식을 느끼고, 고민하고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은 소설들에 지친 사람들이라면 적당히 웃겨주면서 즐거움을 주고, 대신 할 말을 전부 다 집어던져 사람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더불어 ‘그래도 좀 생각할 것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 같은 느낌의 주제의식까지 던져주는 오쿠다의 세계에 풍덩 빠져들기를 권한다.

 
면장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펴냄 / 310쪽 / 9,800원

읽고 생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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