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 나룻배와 행인 - 간월도/ 황인술 논술 2006/05/02 10:50 http://blog.naver.com/hinsool/70003869667 |
<작은 들꽃편지>
단추를 채우면서
- 천 양 희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되돌아보니 - 황인술
우리는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기도 한다. 그만큼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하찮은 단추를 채우는 일이지만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니 사람을 잘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실감하게 된다.
사람을 만날 땐 좋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성실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청정한 지역에 총총히 떠있는 별빛마냥 가슴에 초롱한 꿈이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 오랫동안 변치 않는 우정을 만나야 한다. 온화하고 지긋한 사랑이 있는 아내와 남편을 만나야 한다. 존경하고 따를 수 있는 스승을 만나야 한다. 힘든 일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이웃을 만나야 한다.
첫 단추를 잘못 채우듯 첫 만남이 잘못되면 끝까지 어긋나게 채워진다. 시작이란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첫 직장이 중요하고, 첫 연애가 중요하고, 첫 결혼이 중요한 이유이다. 이것이 잘못되면 평생 가난과 고통 속에서 갈등하게 된다. 매일 입는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알아야 한다. 거짓말 하지 않고 살도록 진지해 지자.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생각하고 길을 나서자.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안다는 것은 산다는 것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천양희 [千良姬, 1942. 1. 21~], 삶의 고통을 시로 승화시킨 한국의 서정시인. 1965년 《현대문학》에 박두진의 추천으로 《정원(庭園) 한때》《화음(和音)》《아침》을 발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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