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열(姜宗說)은 조선 중기의 유학자다. 호는 수졸재(守拙齎)이고 벼슬을 하지 않았다. 경기도 이천에 살았다. 아들 삼형제를 두었는데 큰 아들 강돈(姜惇)이 인조 8년(1630년)에 생원시험에 합격했다.
강종열은 삼형제에게 가훈 16가지를 남겼다. 여덟 가지 해야할 일과, 여덟 가지 반드시 되는 일이다. 꼭 해야 할 일에서는 일상에서 필요한 언어 생활 등을 언급했고, 반드시 되는 일에서는 사물을 접하는 방법과 세상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점을 말하고 있다. 열 여섯 교훈을 통해 조심하고 힘쓰고 깨달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중에 독서와 관련된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여덟 가지(팔필-八必)의 첫째 항목에 보인다. ‘외출을 줄여야만 공부가 된다’는 것이다. 공부를 ‘시간과의 싸움’으로 보았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은 일정한 때가 없고, 그 지향할 바를 알지 못한다. 공부하는 이의 마음은 몸에 달려있고, 몸은 방에 있어야 한다. 마음이 몸을 지키고, 몸이 방을 지킬 때 공부가 된다. 그러나 마음이 밖으로 나가고 싶어 심란하면 몸이 따라 춤춘다. 외출이 일정하지 않으면, 학업을 끊임없이 하려 해도 되지 않는다. 하루의 외출 빈도는 마음의 굳건함, 의지에 달려 있다. 사람은 오늘은 이 일이 있어 나가지만 내일은 방안에 앉아 공부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다음날에는 또 놀러갈 것을 생각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마음이 더욱 뜨게 된다. 다음날에도 이와 같고, 그 다음날도 이와 같아 습관이 되면 마음을 아무리 고쳐 먹어도 공부와는 멀어진다. 어린이가 아닌 바에야 인간관계 때문에 공부를 하다가도 다녀와야 할 데가 있다. 친구의 애경사나 학문적 행사 등에는 가야 한다. 그러나 이외에는 피치 못할 곳이 아니면 외출하지 말라. 이렇게 정하면 외출이 적어지고 공부하는 날이 많아진다. 그나마 집에 어른이 있을 때는 알리고 나가야 하기에 통제도 된다. 그러나 어른이 없을 경우는 더욱 반드시 스스로 마음을 챙겨야 한다.”
강종열은 이렇게 일군 공부의 목적은 곡학아세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당연히 해야 할 여덟 가지를 말한 팔당(八當) 두번째 편에서는 ‘언어의 유희’를 금지했다. 맹자나 논어의 책을 읽는 것은 인의예지신을 알고, 지혜를 실천하고자 함이라는 것이다. 그는 공부의 목적은 조그만 앎을 자랑하는 학문의 유희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 이상주(『세종대왕 가문의 500년 야망과 교육』 『유머가 통한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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