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예의 첫 수상자에 권정일 시인… 『수상한 비행법』
영예의 첫 수상자에 권정일 시인… 『수상한 비행법』
  • 독서신문
  • 승인 2011.01.31 13: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1회 김구용시문학상(<리토피아> 제정 - <독서신문> 후원)
▲ 김구용 시인     ©독서신문

 
 
[독서신문 = 조석남 편집국장] 권정일 시인이 제1회 김구용시문학상의 수상자로 확정됐다.

<독서신문>이 후원하는 김구용시문학상은 계간 문예지 <리토피아>가 창간 10주년을 기념해 타계 10주기를 맞는 김구용 시인의 문학적 품격과 문학사적 위상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상.

김구용시문학상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독창적인 세계를 끊임없이 추구하며 새로운 시에 대한 실험정신이 가득한 등단 15년 이내의 시인이 이전 2년 동안 발간한 시집 중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하고 있다.

시인 개인의 잠재적인 미래성 평가와 차세대 한국시단 주역으로서의 가능성이 심사의 주요 기준이다. 김구용시문학상 운영위원은 김동호(시인) 강인섭(시인) 임강빈(시인) 장종권(시인) 구경옥(김구용 시인 가족)씨 등 5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예심에는 고명철(평론가) 고인환(평론가) 이성혁(평론가) 장이지(시인)씨가, 본심에는 강우식(시인) 박제천(시인) 장종권(시인)씨가 참여했다.

치열한 경합 끝에 영예의 수상자로 선정된 권정일 시인(수상시집 『수상한 비행법』)은 특히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실험성이 높게 평가받았다.

권정일 시인은 1961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났으며, 199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마지막 주유소』와 『수상한 비행법』이 있으며,  2009년에는 부산작가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오는 2월 26일 오후 5시 인천 세종컨벤션웨딩부페에서 열린다. 
 
김구용 시인은?

독자적·파격적 행보… 장시 형식 개척한 ‘거목’
 
구용(丘庸) 김영탁은 <신천지>에 「산중야」(1949), 「백탑송」(1950)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2001년 타계하기 전까지 그는 『시집·i』(1969), 『시』(1976), 장시 『구곡』(1978), 연작시 『송백팔』(1982) 등 네 권의 시집을 냈다.

그리고 2000년에는『시』, 『구곡』, 『송백팔』, 『구거』와 『구용일기』, 『인연』(산문집)을 아우르는 전집을 출간했다.

김구용은 평생 전쟁·전후 체험을 토대로 한 대작들을 남겼다는 점에서 문학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전후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시에는 전후 현실과 몽환적 초현실, 그 사이에서 번뇌하는 인간 실존의 문제와 그 종교적 구원의 문제가 일이관지하면서 본격적으로 다뤄져 있다.

그는 1930년대 이상 시의 계보를 이어받아 동양 사상과 서구의 실존철학이 습합된 초현실주의를 통해 넘어서고자 했다.

김구용은 특히 장시 형식을 개척해 전후 현실과 맞섰다. 동시대 시인들이 1930년대 시문학파나 서정주·청록파 계열의 전통 서정시를 답습하거나 기법의 새로움, 감각의 세련미를 추구하며 서구 모더니즘을 표방한 것에 반해 김구용의 행보는 한국문학사에 사상적·지적으로 독자적이었고 파격적이었으며 깊이 있는 것이었다.
 
▲ 권정일 시인     ©독서신문

 
 
수상소감 - 권정일 시인

‘성공한 시인’보다 시 쓰는 자체로 충분한 ‘선한 시인’으로 남겠다
 
시는 많은 것을 주었고, 더 많은 참혹한 아름다움을 주었습니다. 혼곤한 여유를 주었고, 지면서 이기는 엄격함을 주었습니다.

청춘처럼 뜨거움이 그리운 날입니다. 내가 내 자신을 아무것도 아니면서 아무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청춘의 자오선, 시 속에, 시인들 속에, 속해있는 것만으로도 내가 가장 화려하게 발화하는 동안이었습니다.

아무리 절박해도 내게 구애의 신호를 보내지 않던 불가피한 나르시시즘이, 그 동안의 모든 보이지 않은 것들이, 미안함으로 혹은 불안감으로 내 일상을 쑤셔대기 시작할 무렵, 시는 착하거나 아름답지 않다고 수많은 나에게 질문하곤 했습니다.

아는 만큼 아픔인 것이 시고, 시인이고, 사람 사는 일이었습니다. 과잉과 결핍은 한 몸이었습니다.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었습니다.

김구용 선생님은 글에서나 삶에서나 한 번도 자신을 내세운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글에서 빛나는 보석은 성공을 쫓거나 추구하는 것이 아님을 당신 삶의 자세로 일깨워 주셨다고 합니다. 이제 선생님의 한 독자로서 김구용시문학상 제1회 수상자로서 끝내 시인으로 남길 원했던 선생님처럼 저 또한 끝내 성공한 시인보다 시 쓰는 자체로 충분한 선한 시인으로 남겠습니다. 

무슨 이유일까? 바람이 창을 흔들고 지나갑니다. 다 드러났습니다. 김구용 선생님의 생전의 뜻을 새기며, 큰 영광을 안겨주신 심사위원님들과 리토피아와 나에게 원관념으로 작용했던 시인들과 가족과 부처님께, 감사의 인사는 넘칠 때조차도 부족하지만 깊이 감사드립니다.
 
꽃의 집
 
꽃은
아찔한 벼랑에서 핀다
정적과 바람 사이
꽃 대궁 둥근 알집이
1초2초5초
어머, 꽃 핀다
가느다란 꼭대기 흔들리는
벼랑이 꽃의 집이다
공중의 누각
한 채의 격랑으로
흔들리는
벼랑을 묻는다
몸의 중심에서 가장 먼 바깥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9층이 내 벼랑이듯
벼랑에 매달린 저 집이 궁금하다
꽃에게 나에게
뿌리 들려 사는 일은
벼랑 아닌 적 없기에
선문답
활주로가 놓이고
세상 모든 꽃은
벼랑 끝에서 이륙과정을 밟는다
활주로를 치고 날아오른다
몸의 집, 가장 아찔한 벼랑으로

 -수상시집 『수상한 비행법』 중에서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