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길 소설가의 칼럼‘비껴보기 뒤집어보기’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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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요즘은 어느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판가름하기 혼란스러운 게 많다. 돈벌이에 급급해 소비자의 건강은 외면한 채 성분 함량미달을 완전한 건강식품인 양 과장 선전을 하기 일쑤이다. 사르트르의 말 대로 화폐가 곧 힘이어서일까. 그것에 의지하노라 양심마저 저버리기 예사이다. 거짓으로 그럴듯하게 포장을 하면 쭉정이도 알곡으로 둔갑하는 세상 아니던가.
이렇듯 물신주의에 젖어 우리네 삶의 가치관이 혼탁해졌다. 이 뿐인가. 편법이 판을 쳐 오히려 법을 지키는 정직한 사람이 손해 보는 세상이다. 이러한 사회의 굴절된 모습을 바로잡는 예리한 시각의 칼럼집이 있어 나는 그 책에 매료됐다. 그 칼럼 집을 손에 든 순간 단숨에 읽었다.
소설가이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청주지회 회장이기도 한 안수길님의 칼럼집인 ‘비껴보기 뒤집어 보기’가 그 책이다.
책 속엔 이 책의 필자가 밝혔듯 사회 현안에 대한 분석, 비판과 객관적인 대안 제시보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필자의 주관적인 시각으로 쓴 글들이 대 다수다.
필자의 겸손함과 달리 시나 수필처럼 오래오래 음미할 글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 중에 특히 ‘세상에 믿을 놈이’라는 글에 나의 시선이 머물렀다. 이글서두엔 아들과 목욕탕에 함께 간 아버지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며“어! 시원하다”라는 말을 하자 그 말 믿고 탕 속에 들어간 아들이 뜨거움에 기겁을 하며 한 말인 “세상에 믿을 놈 어디 있어” 가 표현 됐다. 이 우스갯소리가 글의 주제이기도 하다. 상황으로 봐선 분명 뜨거운 물인데 그것을 시원하다고 한 아버지의 말만 믿고 탕 속에 뛰어든 아들의 입장에선 아버지의 말에 어폐가 있는 것이다.
신뢰할 수 없는 일이 어찌 이 우스갯소리에만 국한 되랴. 눈을 돌려보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게 부지기수 아닌가.
흔히 정치인들이 선거철마다 쏟아내는 말들은 그 효력이 유효한 게 그다지 없다. 소위 사회지도자 층이라는 정치가들의 이러한 말 바꾸기를 본받아서인지 선량했던 국민들조차도 남을 못 믿는 불신 시대에 살고 있다.
안수길님은 특히 지방자치 시대에 살며 지방자치의회 의원, 광역자치 단체장들이 유권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일 하겠노라고 공약한 것이 공수표가 되는 것에 일침을 가했다. 주민을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바칠 듯한 제스처를 쓰다가 정작 자리에 앉으면 그 약속을 까맣게 잊지 않는가. 이 책의 필자는 그들의 그런 행태를 신랄히 꼬집은 것이다. 이글 중 이 대목이 그것을 입증하고도 남음이 있다
‘지방 자치의 식수 작업은 시작됐다. 앞으로는 지방의회의원은 물론 광역자치 단체의장까지 모두 유권자의 손으로 심겨지게 된다. 숱한 명사(?)들이 저마다 <나>를 그 자리에 심어야 울창한 조림이 가능하다는 광고판을 내걸고 유권자들 앞에 나설 것은 뻔한 터이다’
아마도 지방자치의회 의원 선거를 앞두고 쓴 글인 듯하다. 칼럼 집은 이 책의 필자 말 대로 지나간 풍상을 되돌아보고 그 시대상을 엿 볼 수 있어 반추의 의미도 지녔다 할 수 있다. 그 때문인지 지난날 그땐 어떤 일들이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었는지 이 책을 읽으며 짐작할 수 있어 매우 유익하다.
책 제목 그대로 세상만사를 ‘비껴보기 뒤집어 보기’로 바라본다면 좀 더 삶에 대한 혜안도 갖추게 되지 않을까 하여 높은 분들께 필독서로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읽고 생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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