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림굿을 빼어 닮은 일본의 제사의식
내림굿을 빼어 닮은 일본의 제사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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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1.0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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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기 (문학박사 · 경기대 초빙교수)

한국 무녀의 신내리기를 연상시키는 인장무


 천황궁의 제사를 이끄는 인장(人長)인 주신관(主神官)은 오른쪽 손에 ‘삐주기나무’가지를 잡고 그것을 번쩍 쳐들고, 서서히 춤추며 아지매의 강신을 소원하면서 하늘을 향해 너울너울 인장무(人長舞)를 춤추는 것이다. 이와 같은 궁중제사 때의 ‘신악’(神樂)을 가리켜 ‘어신악’(御神樂)이라고 호칭한다.


 인장이 제물을 차려 놓은 신전 앞의 제단(祭壇)에서 최초로 집어든 것이 ‘삐주기나무’가지다 좌우의 두 신관은 계속 번갈아가며 “오게 아지매 오오오오 오게”를 장중한 노랫소리로 굵직하게 여신을 향해 최초로 집어 든 신성한 신물(神物)이다.


 ‘채물’(採物), 즉 물건을 잡는다는 이 신물잡기는 삐주기나무에 뒤이어서 ‘폐’(幣)인 ‘무명천’을 잡는다. “아지매 오오오오 오게”는 계속되는 가운데 신물잡기는 다음과 같은 물건의 채물로 계속 이어진다. 즉, 지팡이·조릿대·활·검·세날창·국자·나무제품·칡 등으로 차례차례 이어진다.
바로 이 광경에서 한국 무녀(巫女)가 굿할 때 제단에서 검이며 세날창을 집어 들고 신내리기의 춤을 추는 모습이 연상된다. 일본 신사에서 제사를 지낼 때는 흰 두루마기에 붉은 치마를 입은 무녀가 오른손에 방울을 쳐들고 왼손에 삐주기나무를 들고 빙빙 돌며 춤춘다.


 바로 그 광경은 한국 무당이 역시 오른손에 방울을 흔들며 왼손에 소나무가지를 흔들면서 춤추는 각기 두 무녀의 모습은 나의 머릿속에서 더블로 그 영상이 똑같이 겹치는 것을 숨길 수 없기도 했다.
“한국 고대의 샤머니즘(무속,巫俗)의 제사(祭祀)양식이 고스란히 일본 왕실로 옮겨온 것이다”라는 것이 민속학자 임동권 교수(중앙대학교)의 주장이기도 하다(ebs교육방송, 「일본항실제자의 비밀」, 2002.8?15).

 

 제사축문에 등장하는 경상도 사투리 ‘아지매’
 

 제사 축문에 계속해서 나오는 말인 ‘아지매’는 경상도 방언(사투리)이다. 즉 ‘아주머니’를 가리킨다. 고대에는 신분이 고귀한 여성을 아주머니로 호칭했었다. 일본 왕실 제사의 축문에서 신을 맞이하는 ‘아지매’는 고대 신라왕실 제사 때의 것이, 신라의 왜나라 정복왕들에 의해 일본 땅으로 옮겨 필자는 지난 2002년 7월 14일 야에가키신사의 최고 신관(神官)인 사소우 토시쿠니(佐草敏邦) 궁사(宮司)와 만나 장시간 면담했다. 사소우 토시쿠니 씨는 진솔하게 다음처럼 말했다.


 「저희 야에카키신산의 제신(祭神)인 소잔오존(素盞嗚尊, 스사노오노미코토)은 신라에서 건너오신 신(神)입니다. 이 신사 터전은 그 옛날 소잔오존께서 궁을 짓고, 쿠시이나다히매 아가씨와 결혼했던 곳입니다. 그래서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소잔오존을 우리 신사에서 제신으로 신위(神位)를 모시고 제사지내 오고 있습니다」

 사쿠사 토시쿠니 궁사는 몸소 제사의식을 진행하면서, 이 신사의 무녀(무당)로 하여금 제사 춤을 추게 했다. 신관들의 북장단에 맞추어 붉은 치마에 흰 두루마기를 입은 무녀는 오른손으로 방울을 흔들면서, 왼손에 쥔 삐주기나무 가지를 쳐들고 10분 이상이나 신전 안을 돌며 춤추는 것이었다. 그 모습은 거듭 밝히거니와 영락없는 한국 무녀의 굿춤 바로 그것이었다.

 

 신라와 연관된 어선신사(御船神事)의 비밀

 필자는 그 전날인 2002년 7월 13일에는 미호신사(美保神社)도 방문했었다. 한국의 푸른 동해를 굽어보는 미호신사에서도 역시 똑같은 복장의 무녀가 신관의 북장단에 맞춰서 신전에서 제사 춤을 추었다. 이 날 미호신사의 요코야마 나오기(橫山直材) 궁사는 필자에게 자기는 달걀을 먹지 않는다고 다음처럼 말했다.

 「저는 평생 달걀을 먹지 않고 살아오고 있습니다. 물론 이 고장 미호노세키(美保關) 주민들도 달걀을 먹지 않습니다. 달걀 대신에 오리알은 먹습니다. 신라 시조이신 박혁거세 왕께서 天馬가 절하고 나서 거기 놓인 알에서 태어났다는 전설에서 우리 고장에서는 옛날부터 알을 신성시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알령왕후는 계림에서 태어났을 때 입술에 닭의 부리가 있었다지요.」

 요코야마 나오키 궁사의 말은 그들 미호노사키 주민들은 고대에 동해 바다를 건너 온 신라의 왕족 등, 신라 도래인 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것을 밑받침 해주는 것은 이 신사의 제신은 신라신 소자오존의 직계후손인 ‘사대주신’(事大主神, 코토시로누시노카미)이다. 이 신사에서는 바다에서 배를 타고 거행하는 5월의 ‘어선신사’(御船神事)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어선신사라는 바다제사 때의 배의 이름은 ‘하늘의 닭배’로서 이 또한 신라와 연관된다고 본다. 어선신사는 바다에서 신을 맞이한다고 해서 ‘신영신사’(神迎神事)라고도 부른다. 신라로부터 신의 영혼을 맞이하는 제사인 것이다.


 이 미호신사에는 경내에 둥근 돌들을 모셔 놓고 있다. 흡사 달걀을 연상시킨다. 요코야마 나오키 궁사는 이 알 모양의 둥근 돌은 꿈에 현몽한 신의 지시에 따라 바닷속에서 건져온 신령한 돌이란다. 아마도 신라 계림(鷄林)의 달걀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이 고장 시마네현 일대의 신사에서는 둥글게 생긴 달걀 모양의 돌을 신위(神位)로서 모시고 있는 곳이 도처에 있기 때문이다.

독서신문 1390호 (2005.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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