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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구현 기자
  • 승인 2007.05.2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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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가 부른 복수 속의 치밀한 심리전
▲     © 독서신문
정신분석가에게 날라 온 한 통의 편지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에 토대를 정립하고 난 후 인간의 정신세계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이 이어져왔고, 이제는 정신적인 행복이 주목을 받으면서 인류에게 반드시 필요한 항목이 되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그 중요성이 크게 주목받고 있지 않지만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선 카운슬링이나 정신치료가 일상으로 받아지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리키 스탁스는 정신분석가이다. 부인과 사별한 후 뉴욕에서 자신의 상담실을 찾아오는 환자들을 상대하며 평온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그의 생활모습이다.

“나는 당신의 과거 어딘가에 존재하지. 당신은 내 인생을 망쳤어. .. 중략 .. 나는 당신을 철저히 파괴시킬 생각이야. 자살하시오 박사”

하지만 리키는 자신의 평온한 일상과는 거리가 먼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편지 안에는 15일 동안 발신자를 찾아내라는 것, 자신이 없다면 자살을 하라는 것, 그렇지 못한다면 친인척들을 하나씩 제거하겠다는 식겁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위협을 무시하고 복수를 주제로 한 게임에 참가하지 않는다면 주위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 빠져 평생 폐인으로 살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편지를 보낸 럼플스틸츠킨은 <뉴욕 타임스>의 광고면을 통해 리키에게 힌트를 흘린다. 리키는 자신의 두뇌와 정신분석가로써 쌓아온 노하우를 토대로 단서를 추적하지만 럼플스틸츠킨이 예전에 자신이 돌보지 못해 자살한 여자의 자식이라는 것을 알아내는데만 그칠 뿐 상황은 점점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정해진 시간이 다가오면서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리키는 결국 자살은 선택한다. 자신으로써는 억울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지만 자신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세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자살한 리키. 하지만 이것은 위장이다. 리키는 철저하게 세상 속에서 자신을 지워버리고 ‘나사로’ 라는 부활을 뜻하는 이름으로 새로이 태어난다. 자신을 괴롭힌 자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그리고 똑같은 고통을 안겨주기 위해 힘겨운 길을 걸어가기 시작한다. 범인에게 같은 방식으로 경고를 하고, 광고면을 이용하여 힌트를 알려준다. 미치광이와 정신분석가가 벌이는 치밀한 심리전이 제 2 라운드를 향해 달려 나간다.
냉소적이고 생각이 많은 캐릭터인 리키는 상대의 상황이나 이야기를 듣고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직업을 가지고 53년동안 평화롭고 단조로운 삶을 살아왔다. 미련조차 없을 것 같은 무미건조한 삶 속에 날라 온 ‘자살강요편지’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죽음에 대한 위협, 그로인한 공포는 그에게 삶에 대한 의지를 불타오르게 한다. 자신을 향한 누군가의 복수는 리키에게 또다른 복수심을 낳게 하고 그의 정신분석 능력을 심리전에 쓰이는 살인무기로 변모 시킨다.
서로가 서서히 밀고 당기는 심리전 속에서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리키의 심리 묘사는 절정에 이른다. 내면의 갈등을 통해 자신의 두 번째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습은 스릴러의 구조 속에 인간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부여한다. 불분명한 선악의 개념, 정채성의 혼란, 악을 멸하려다 자신이 악으로 변모해가는 과정 등 긴장의 끈을 팽팽하게 당기며 독자들을 작품 속으로 빨아 들이고 있다.
흥미로운 설정과 함께 짜임새 있게 전개되는 스토리는 어찌 보면 스릴러가 갖춰야할 모든 요소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의 전작들 중 다수가 영화로 제작된 것은 이러한 요인들 때문이 아닌가 하고 생각된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 속에 빽빽이 들어 찬 텍스트는 곧 다가올 무더운 여름밤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독자들에게 즐거운 오락거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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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첸바크 지음 / 나선숙 옮김 / 대교베텔스만 펴냄 / 648쪽 / 1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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