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보다 앞섰던 또 하나의 문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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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벌들이 인간이 가진 가장 불가사의한 부분의 일종의 복사본이며 그들의 세계는 인간이 이해할 수도, 또는 최후까지 이해할 수 없는 크고 단순한 선으로 축소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벌들의 미묘하고도 심오한 세계는 진화와 불변, 과거와 미래, 삶과 죽음 그 모든 것이 작은 벌집 육각형 안에 담겨 있다고 말한다.
구체적이며 자유로운 고찰을 통해 인간과 비슷한 문명을 가진 유일한 생물이 다름 아닌 '벌'이라고 주장하면서, 인간이 출현하기 전부터 존재해온 벌들에게 1억 년에 이르는 문명을 그들에게 선사하고 상상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또한 벌을 통해 인간에 대한 명쾌한 이해를 건네며 자연의 신비로운 현상에 숨겨진 불가사의한 세계에 다가가는 방법 이야기 한다.
버스 기사, 요리사, 화가, 선생님 등 우리 주변에 수많은 직업들이 존재하며 각자가 하나의 톱니바퀴가 되어 사회라는 거대한 구조물을 돌리고 있듯, 벌들 또한 각자가 맡은 부분에서 일을 하며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있다.
저자가 밝히는 이들의 사회생활은 매우 체계적이다. 종족보전과 집단유지의 과정에서 그들은 철저하게 논리적이며 지성적으로 생활한다.
그들만의 도시를 만들 때 벌들은 삶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신속하게 만들어 나간다. 잽싸게 밀납을 채워넣고 완벽한 6각 구조의 건축물을 만들어 나간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벌집은 자연이 본능적으로 만드는 수학적 계산의 총아이다. 좌우로 맞대어 지은 꿀방은 몇 도의 경사를 두고 지어야 꿀이 쏟아지지 않는지까지 계산되어 만들어져 있다.
또한 종족보전의 과정에서 여왕벌 후보들이 벌이는 치열한 전투와 수많은 수벌들 중에서 단 한 마리만이 여왕벌에게 선택 받는 신혼여행 비행, 그리고 방탕스레 먹고 놀기만 하던 수벌들이 여왕벌의 수정 후에는 일벌들에게 온 몸이 갈기갈기 찢겨져 버려지는 과정들은 벌들의 사회가 자연의 법칙 아래 어찌 돌아가는지 우리에게 새로운 사실들을 알려주고 있다.
20년간 꼼꼼히 관찰한 벌들의 생애를 이야기 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자연과학서로 분류할 수도 있겠지만 꿀벌들의 생애를 메테를링크만의 감성과 지성으로 소화해 냈다는게 것이 작품이 가진 자연 에세이로써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이 가진 문명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왔고, 앞으로도 많은 것을 배워나 갈 것이라는 하나의 가르침은 꿀벌의 축면에 붙은 6,7천개의 겹눈이 보는 세상처럼 다각적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우리들에게 말하고 있는듯 하다.
벌
모리스 메테를링크 지음 / 김영형 옮김 / 이너북 펴냄 / 224쪽 / 8,800원
읽고 생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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