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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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혜식
  • 승인 2007.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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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수필』이영창의 ‘외로운 남자’를 읽고

▲ 김혜식(수필가)     ©독서신문
신혼시절. 남편은 고향인 포항시내 근교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있었다. 그 당시 한우 파동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남편은 술로 나날을 보내는 날이 잦았다. 그때 술친구가 있었으니 이웃에 사는 혼혈인 헬로우 씨였다.

 그는 어느 땐 대낮부터 온종일 술집을 들락거렸다. 일정한 직업도 없이 하루 종일 집안에서 빈둥거리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이를 마치 밥벌레처럼 여겼다. 평소엔 얌전한 사람이 술만 들어가면 아무나 붙잡고 너스레를 떨고 걸핏하면 남하고 시비를 붙곤 하였다. 심지어 아이들조차 그이를 길에서 만나면 인사말이 헬로우 씨였다. 하여 마을 사람들한텐 그의 이름이 헬로우 씨로 통하곤 하였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날 밤이었다. 그는 매우 슬픈 얼굴로 우리 집을 찾아왔다. 인정 많은 남편은 그를 반갑게 맞이하며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그날따라 그는 유난히 말이 많았다. 혼잣말처럼 세상살이가 갈수록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젊은 날 사랑하는 여인이 생겨 결혼도 했었으나 얼마 못가 파경을 맞았다고 한다. 여태껏 자신은 바람처럼 이리저리 떠돌며 살아왔다고 고백 했다.또한 자신의 어머니가 의정부에서 미군들을 상대로 색시장사를 하며 보내준 얼마간의 돈으로 생활비를 충당했다고 하였다.

 그동안 수없이 고향을 가고 싶었으나 포주 노릇하는 어머니가 밉고  부끄러워서 가기 싫었다고 말하며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그토록 미워했던 어머니가 그날 새벽 숨을 거뒀다는 비보를 접했단다. 지난날 원망만 했던 어머니가 막상 숨을 거두고 나니 동안의 불효가 뉘우쳐지는 듯 그는 울먹였다.

 그리고 며칠 후 마을에서 더 이상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을 뒷산에 쓰러져있는 것을 동네 사람이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그는 숨을 거뒀다는 소문만 남겼다.
 이렇게 짧은 생을 마감할 것을 그는 왜 그토록 자신의 어머니를 미워했을까? 그 답을 찾는 글이 있어서 소개할까 한다. 『충북수필』이라는 동인지에 실린 이영창 님의 수필 ‘외로운 남자’가 그것이다. 이 책은 충북에서 활동하는 수필가들의 문학회 동인지로서 주제수필. 자유 수필 총 71편이 수록되어있으며 제22집의 발간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영창님의 수필 ‘외로운 남자’에선 필자의 친구가 자신의 고향을 찾지 못하고 후살이 간 어머니를 그리워 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야기가 가슴을 찡하게 한다. 어쩜 헬로우 씨도 실은 마음 자락에 깊이 각인된 그리움 때문에 죽음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필자의 친구는 고향인 거제도에서 외간 남자와 눈이 맞아 고향 떠난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배신감,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늘 가슴이 저렸다. 그 그리움은 끝내는 외로움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그에 견디지 못한 친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이었다. 나는 이 내용을 읽고 새삼 인생사의 엇갈리는 희비에 대한 의문점과 한편으론 여자의 일생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여자의 행, 불행을 좌우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상대 남자인가? 아님 그 시대적 배경도 한 몫 하는 걸까? 아직도 세상 어디선가 불행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궁금증이 좀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마도 아직까진 여자의 운명은 뭐니 뭐니 해도 상대 남자에게 달렸다면 양성평등에 어긋나는 생각이 아닐 런지.

 이영창 님의 ‘외로운 남자’에선 목숨을 끊은 친구가 지금쯤 고향 바다 에 신이 되어 갈매기들 틈에 훨훨 날아다닐 것이라고 끝을 맺었다.
 이미 한 줌의 흙이 됐을 헬로우 씨도 이제는 자유의 날개를 얻었지 싶다.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자신의 고향을 단숨에 날아갈 수 있는 가벼운 날개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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