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가지 가려 꺾어
매화가지 가려 꺾어
  • 신금자
  • 승인 2007.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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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금자[수필가 · 독서신문 편집위원]

후쿠오카에 있는 다자이후 텐만구(太宰府天滿宮)에 가는 날이다.
일본여행에 앞서 그 곳의 다자이후 텐만구를 빠뜨릴 수 없기에 도쿄를 버리고 후쿠오카를 택했다. 후쿠오카에 애착이 생긴 것은 이 도시로 건너간 우리 조상들의 숨결이 남아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마침 2월이라 매화나무 동산인 다자이후 텐만구는 사뭇 술렁였다. 매화나무마다 분홍바람이 우듬지까지 맺혀 있어서 그저 가슴이 두근거렸다. 매화를 좋아했던 스가와라 미치자네를 위해 이 곳에 6000여 그루의 매화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5살에 바람에 흩날리는 매화 꽃잎을 보고 한시를 지어 읊은 스가와라 미치자네는 귀양지에서도 두고 온 매화나무를 늘 그리워하였다고. 그 매화나무에 그리움이 닿았을까. 그가 죽은 날, 교토에서 규슈로 날아왔다는 도비우메(飛梅), 그 매화나무가지를 텐만구 오른쪽에다 심었는데 천년이 지난 지금도 해마다 다른 매화보다 먼저 꽃을 피운다고 한다. 유별한 그 나무의 매실은 모두 부적을 만들어 파는데 판매 개시 10여분 만에 동이 난다고 한다.
 이 다자이후 텐만구는 일본 특유의 수많은 신사 중 한 곳으로 학문의 신 ‘스가와라미치자네’를 모신 곳이다. 그는 헤이안시대 최고의 학자로 왕의 총애를 받는 우대신(右大臣)까지 지내다 정쟁에 몰려 이 곳 다자이후 시로 귀양을 와서 병사하였다.

그런데 그의 유체를 옮기던 소가 지금의 텐만구 자리에서 꼼짝을 않고 버텨 그 곳에다 묻고 텐만구를 지었다는 전설이 서린 곳이다. 그 황소 동상의 머리를 만지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해서 사람들이 만지고 스친 자리가 반질반질 윤이 났다. 특히 일본의 입시경쟁도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아 입시철이 되면 좋은 대학에 합격을 기원하는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이 곳에 몰려든다고 한다.


 일본에서 ‘학문의 신’으로 받들고 있는 ‘스가와라미치자네’의 가문은 서기 407년 백제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왕인박사의 후손이다. 박사 왕인은 일본천황의 요청으로 일본에 건너가서 한문과 천자문을 전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왕인박사는 백제 14대 근구수왕 때에 전남 영암에서 태어나 8세 때 유학과 경전을 수학하고 문장이 뛰어나 18세에 시경, 서경 역경, 예기, 춘추의 5경전에 능통한 오경박사에 등용되었다. 이 무렵 백제는 고구려의 잦은 침략으로 나라가 위태로울 지경이라 가까운 일본의 왜와 수교를 맺고 태자전지(아직기)를 일본으로 보냈다. 왜왕 응신은 백제의 태자를 7년 만에 돌려보내면서 대신 더 훌륭한 학자를 청하였다. 이에 태자전지가 스승이었던 왕인박사를 왜에 추천, 일본 황실 두 태자의 스승이 되었다. 그리고 군신들에게도 한학과 경사(經史)를 가르쳤다.

일본에 건너갈 때 가지고 갔던 천자문과 논어뿐 아니라 모든 경적을 가르쳤다. 황실의 질서와 치국의 원리도 강론했다. 당시 일본은 문자가 없어 구전(口傳)이었던만큼 고대국가의 틀도 잡히지 않았을 때이다. 그러나 백제는 북쪽 중국문화의 영향을 받아왔고 지리적 잦은 교섭으로 국가 형성이나 문화적 기반에 있어서 고구려보다 앞섰다.

미개했던 일본은 비로소 학문이 필요함을 깨달았고 유교학문과 한학의 기초를 왕인박사에게서 습득하여 문화발전의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아울러 도일할 때 데려간 각 분야의 기술자들을 풀어 기술공예와 영농법까지 전수하여 일본의 고대산업 발전에도 큰 기여를 했다. 이는 선현 왕인이 모든 분야에 통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시 일본 조정에서도 그의 위업을 기리고 숭모했다고 한다.

이렇듯, 과거 백제인들이 일본의 왜에 문물을 온전히 전수하고 더러 왕족이 사신으로 내왕을 한 것은 그 곳을 점진적으로 백제가 다스릴 요량이었던 것일까. 기록조차 없어 드러낼 수 없지만 우리 옛 선현들의 그늘 아래 분명히 그들이 존재하였다. 백제를 이웃한 왜구에 금을 긋지 않은 왕인박사의 학문이 ‘스가와라 미치자네’라는 후손에게 이어져 학문의 신으로까지 추앙을 받으니 매화가지 사이로 부는 바람에 자긍심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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