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귀하게 가꾸는 글쓰기
사람을 귀하게 가꾸는 글쓰기
  • 독서신문
  • 승인 2010.06.28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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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진에서 만난 사람들 _ 김용택 시인
 
▲ 김용택 시인(사진 제공: 양화진 문화원)     © 독서신문

 
 
[독서신문] 전라북도 임실에서 차로 40분을 달리면 12~13가구가 사는 진메마을이 나타난다. 유독 섬진강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많이 쓴 김용택 시인의 고향이다. 사람의 발길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징검다리를 2군데나 건너야 등교할 수 있었던 덕지 초등학교는 그의 모교이자, 선생으로서 아이들과 호흡했던 일터였다. 26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오히려 아이들로부터 진정한 배움이 무엇인지 깨달았다는 그가 양화진 문화원 목요강좌에서 ‘사람을 귀하게 가꾸는 글쓰기’가 무엇인지를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신비로운 2학년 아이들
김용택 시인은 평생을 2학년만 가르친, 그리고 그들에게 글쓰기를 교육시킨 교사로 유명하다. 유난히도 꾸밀 줄 모르고 털털한 그는 2학년 아이들을 통제 불가능하고, 지속적 교류가 어려운 무리들로 정의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26년이나 아이들을 가르쳤던 전직 교사(김용택 시인은 2008년 교단을 은퇴했다)가 아이들을 너무 적나라하게 묘사해 적잖은 놀라움을 자아내지만 사실 그의 이러한 발언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 2학년들의 이러한 모습 속에서 그는 놀랍게도 정직과 진실이 통하는 사회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한 사람이 한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라 생각한다는 김용택 시인은 2학년은 자신이 해준 것만큼 자신을 진실하고 정직하게 대해준다고 말한다. 그래서 모든 것이 살아 뜀뛰기를 하는 느낌을 받고, 진실하고 정직하기 때문에 진지하고 진정성이 넘쳐흐른다고 고백한다.

그는 달리기를 예로 들었다. 선생님들이 벌로 운동장을 뛰고 오라고 하면 3, 4학년 학생들은 설렁설렁 돌고 오지만, 2학년은 끝까지 너무나도 진지하게 뛴다. 왜 저렇게 열심히 뛰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2학년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에 온 몸과 마음을 다한다. 그만큼 정직하고 진지하다는 것이다.

“점심시간 때 잠깐 눈을 붙이고 있으면 아이들이 아무것도 아닌 일을 고자질하러 옵니다. 그때마다 전 그 내용은 자세히 듣지 않지요. 단지 아이들의 눈빛을 볼 뿐이에요. ‘어쩜 저렇게 진지할 수 있을까’”

그는 이러한 아이들의 눈빛에서 세상을 늘 새롭게 보는 눈을 발견했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감동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인데 2학년 아이들은 거대하고 특별하지 않지만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도 신비함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시인은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는 눈, 그 속에서 신비함을 느낄 줄 아는 그들의 생명에 감탄했다.

또한, 그는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그들이 ‘살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어른들에게 철봉에서 30분을 놀라고 하면, 금방 실증을 느끼고, 지루해할 거예요. 그런데 아이들은 철봉을 가지고 한 30분을 신나게 놀다가 능목으로 가요. 능목을 제 집처럼 오르내리다가, 땅바닥에 엎드려 땅따먹기를 하고, 맨땅을 힘차게 뛰어요. 어른들은 무엇인가 소유를 해야 좋아하지만 아이들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아도 뛰어 놀 땅만 있으면 행복해해요. 그런 점에서 2학년 아이들을 ‘살줄 아는’ 사람이에요.”
 
글쓰기는 곧 ‘보는 것’
한 번은 김용택 시인이 교사로 부임한 지 2년 된 여선생님들과 카풀을 했다고 한다. 그 길에는 5백년 된 느티나무가 있었다. 항상 길게 늘어진 나무 가지 사이를 지나다니기 때문에 보지 않을 수 없는 나무다. 또한, 우람한 나무에 돋은 이파리가 햇살을 받으면 황금색으로 빛나 무척 아름답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한다. 하루는 시인이 두 여선생들에게 “저것 봐요. 느티나무 참 보기 좋죠?”라고 묻자, 두 선생님은 하나같이 “선생님 저 나무가 언제 저기 있었어요?”라며 정색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살면서 많은 것을 봅니다. 그러나 보기는 보지만 자세히 보지 않기 때문에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해요. 무엇인지 알아야 이해가 되고, 이해가 돼야 내 것이 되고, 내 것이 돼야 인격이 됩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대할 때, 그것을 자세히 보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칠 때, ‘보는 것’, 그것도 ‘자세하게 보는 것’을 강조한다. 그가 사용하는 방법은 아이들에게 ‘나무를 보게 하는 것’이다. 우선 아이들에게 나무를 정하게 하고, 이후에는 나무에 대해 물어본다. 처음에는 귀찮아하면서 보지 않던 아이들도 나무를 보기 시작한 순간부터는 자세가 달라진다고 한다. 아이들이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한 그루의 나무는 볼 때마다 달라요. 물, 흙, 풀, 바람 등도 마찬가지로 살아있는 생명체는 항상 변하죠. 그래서 저는 늘 새로운 자연을 보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을 자연 속에 집어넣으려고 하는 것은 살아있는 생명체들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길 바라는 의미죠.”
 
일상을 존중하는 시인
그는 ‘생각한다는 것’을 굉장히 중시 여긴다. 생각이 나면 그것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삶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철학적인 삶의 태도, 즉 ‘철학’으로 통한다. 그래서 그는 일상을 존중한다고 말한다.

“저는 일상적인 삶을 존중합니다. 그래서 타인에게 내 일을 부탁하지 않죠. 바라는 게 없으면 싸움이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사실 바라는 게 많으면 이뤄야할 것이 많아지고, 그것이 차곡차곡 쌓이면 곧 싸움이 되는 것 아니겠어요. 학교도 마찬가지죠. 학생들은 인간이 인간을 존중하는 마음을 배우러 학교에 갑니다. 저는 그 마음을 가르치고, 그런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결국 그는 무엇을 하며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보며 사는 게 행복했고, 수많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곧 자신 스스로를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이다.

“저는 참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아이들과 평생을 살았고, 자연과 생태를 정확히 이해하는 농사꾼의 아들로 살았으며,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에요. 죽을 때까지 공부하고, 예술적 감성을 담으며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야 말로 인간의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 앞에 앉아있는 내 가족을 먼저 생각하려고 합니다. 그게 저 스스로를 가장 소중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을 아름답고 귀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이죠.”
 
자연과 인간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면서 사는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김용택 시인, 이러한 삶이 인류의 영원불변의 법칙이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진지하고 진정성 넘치는 2학년 아이들의 미소가 배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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