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소통되는 그 순간
세상엔 수많은 대화가 존재한다. 자신의 의사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 그러한 행위로 우리는 서로간의 교감을 하고 관계를 유지시켜 나간다. 또한 대화라는 것은 일종의 영혼의 소통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 보여 줄 수 있기에 진솔한 대화는 자신의 마음의 벽을 허물어 버리는 지가방어해체의 역할을 한다.
진솔한 대화라는 것은 성립되기엔 어려운 조건을 가지고 있다. 우선 상대방이 존재하여야 하고 그 상대방과 마음과 시간과 뜻이 맞아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성립이 되고 그 화자들이 한 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긴 사람들이라면 그들간의 대화는 더 이상 일종의 ‘수다’로 한정지어지지 않는다. 대화를 청취하는 사람에게 커다란 심득을 안기기 때문이다.
이번에 샘터 출판사에서 출간한 『대화』에는 이 사회의 어머니이자 큰 누이들 4명의 대담이 담겨있다. 박완서, 이해인, 방해자, 그리고 이인호가 그 주인공이다. 문학, 종교, 역사, 예술 분야에서 자신들이 걸어온 길을 서로간의 대화를 통해 솔직하게 들려주고 있다.
박완서와 이해인의 대화에서는 문학가나 종교인, 나아가 어머니, 딸, 한 인간으로써의 고민과 아픔이 적혀 있다. 과거부터 이어온 두 사람의 오래된 인연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털어놓는 친구처럼 격의 없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즐겁게 이어지다가도 어느덧 우리들의 눈시울을 적신다. 글로써 이야기하는 두 사람이, 글을 벗어나 말로써, 나아가 영혼의 소통으로써 오가는 서로를 향한 진심은 그 무엇보다도 아름답게 빛을 발한다.
방혜자와 이인호의 대화에서는 일찍이 세계 무대 속에서 ‘여성 선각자’ 로써 활동해온 비슷한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예술가와 학자라는 점에서 얼핏 다른 서로의 관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무엇이며 인간답게 사는 삶에 대한 화두는 대화 내내 이어지며, 자신들의 유학시절을 비교하고 공유하면서 서로가 소통해 간다.
슬픔, 문학, 기도, 역사, 교육, 여성 등 현실 속에서 느낀 바를 이야기하는 선각자들의 대화는 자신의 꿈을 좀 더 단단하게 연마하기 위해 현실적인 지침과 조언이 필요한 사람들, 삶의 의미와 실체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네 분의 대화는 진솔한 삶의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대화
박완서 , 방혜자, 이인호, 이해인 지음 / 샘터 출판사 펴냄 / 280쪽 / 11,000원
[독서신문 권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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