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굿에 대한 거장의 실록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면서 ‘미신타파’ 라는 미명 아래 전통문화 말살행위가 벌어졌다. 이 때 카메라 하나만을 의지한 채 굿판을 찾아다니던 故 김수남 작가. 사라져가는 무속현장이야말로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라는 소신 아래 그의 손가락은 끊임없이 셔터를 눌렀다. 그의 열정은 한낱 미신으로 여겨졌던 굿 문화를 한국인의 소중한 무형문화유산으로 평가 받게 하면서, 굿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
故 김수남 전통 굿에 대한 관심을 우리의 것에서 아시아 전역으로 넓혀 갔다. 개발과 근대화에 밀려 사라져가는 각 나라의 전통 문화들을 카메라 안에 붙잡아 두었다. 일본, 중국, 타이완, 인도네시아, 인도 등 의 전통의례와 민속 문화를 찍었다. 점점 그 뿌리가 말라 비틀어져 가는 아시아 소수민족의 전통문화가 시간을 붙잡아 두는 그의 카메라 안에 보존되었고 그 것은 다큐멘터리를 넘어서 아시아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되었다.
그의 작업은 ‘한국의 전통에 대한 기록’과 ‘사라져가는 아시아 문화현장의 정직한 기록’ 으로서 개인의 기록을 넘어서 아시아 문화인류학의 중요한 학술자료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일보일경(一步一景)의 사진가’ 로, 발걸음 하나마다 기록을 남기던 그의 발자취는 이제는 그 행보를 멈췄다. 작년 2월 작고한 그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는 현장에서 사진을 찍다가 최후를 맞는 일이 가장 행복할 것 이다” 라는 그의 입버릇과도 같았던 말처럼 행복하게 삶을 마쳤고, 우리에게는 문화를 남겨주었다.
이번『魂 김수남 사진굿』에선 그의 작업들을 총 망라하면서 그가 담았던 한국의 전통 굿과 나아가 아시아의 전통문화에 대해 정리한다. 그가 남긴 개인 기록과 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회고를 통하여 그가 일생동안 추구해온 삶과 사진, 그리고 그 것이 나타내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가치를 알아보고 있다. 점점 사그러들어가는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해 다시금 그 중요성을 깨닫게 하고, 자부심을 갖게 하는 거장의 예술혼과 실록(實錄)이 현재의 삶에만 충실한 우리들들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끔 하는 작품이다.
魂 김수남 사진굿
고운기 외 지음 / 김수남 촬영 / 현암사 펴냄 / 304쪽 / 35,000원
[독서신문 권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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