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내음 풍기는 마음을 일구는 호미질
박완서 작가가 5년만에 내놓은 산문집 『호미』에서는 흙냄새가 풍긴다. 책 한 권 속에 화초를 심어놓은 것처럼 책을 펼치면 산뜻하고 푸르른 흙내음이 가득 퍼진다.
“내 나이에 6자가 들어 있을 때까지만 해도 촌철살인의 언어를 꿈꿨지만 요즈음 들어 나도 모르게 어질고 따뜻하고 위안이 되는 글을 소망하게 되었다” 는 작가의 말처럼 어느덧 일흔일곱에 이른 작가의 이번 작품은 우리들을 어루어 만져주는 축복의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보통의 사람들이 그렇듯 자연친화적인 삶을 꿈꿨기 때문이 아닌 그저 아파트가 너무 편한 것이 싫어서, 자신의 몸에 맞는 불편을 선사하고자 구리시 아차산 자락에서 전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번 작품엔 그러한 작가의 전원 생활이 잘 담겨 있다. 꽃과 나무에 말을 걸고, 공포에 질려 없애버린 벌집에 연민을 느끼는 자연 속에서 삶은 그녀의 지나온 세월과 맞물려 포근한 모성애를 느끼게끔 한다.
그녀는 추억 속에 잔재하는 유독 맑고 아름다웠던 사람들을 되새긴다. 세상에 대해 더없이 너그러웠던 그녀 삶 속에 머물렀던, 이미 세상을 떠나버렸거나 여전히 자신의 곁에서 세상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을 추억하며 우리에게 그 가르침에 대한 전언자 역할을 한다.
자연을 통해 투영되는 그녀의 이야기는 ‘호미’ 라는 작품의 제목처럼 마치 메마른 땅의 흙을 일구어내듯 호미처럼 우리의 메마른 가슴을 일구어 기름지게 만들어 준다. 이 책을 통해 일구어 논 땅에서 풍기는 흙내음 처럼 일구어진 우리의 마음 속에서 훈훈한 사람 내음이 풍기기를 기대해 본다.
호미
박완서 지음 / 열림원 펴냄 / 264쪽 / 9,800원
[독서신문 권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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