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 뚜껑을 바라보는 시선
쓰레기통 뚜껑을 바라보는 시선
  • 김혜식
  • 승인 2007.03.0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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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의 『즐거운 사라』를 읽고

▲ 김혜식(수필가)     ©독서신문
거리에 티끌 하나도 버려지지 않았다면 그 많은 청소부들은 어디서 무엇으로 노동의 대가를 받으며 생계를 이어갈까.

 그것으로 보아 때론 상황에 따라 경미한 사회악도 다소 필요함마저 느낀다. 그것을 매개체로 생업을 잇는 청소부들에겐 아이러니하게도 쓰레기가 어떤 면에선 자신들의 밥줄과 연관성이 있잖은가. 그러므로 비록 하찮은 쓰레기일망정 그들에겐 필요불가결의 물건이 될지도 모른다. 
 이렇듯 양면성을 지닌 양상들이 우리들의 삶 속에 깊이 침투하여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린 사안의 정도에 따라 그 양날의 칼날을 선뜻 제대로 수용치 못할 때가 종종 있다.

 성(性) 만 하여도 그렇다. 삶의 원동력이며 인간의 가장 강렬한 원초적 본능인 성(性)이 아닌가. 허나 그것이 색(色)으로 둔갑해 인간을 미(迷)하게 하고 혹(惑)하게 한다면 도의가 땅에 떨어지고 음풍(淫風)이 뒤따라 인간을 타락의 길로 이끌 것이다. 인간의 생산적 행동으로 자리할 성(性)이 사람을 색(色)의 노예로 삼고 성욕의 포로로 만든다면 그것은 파멸의 지름길로 이끄는 거나 다름없다.
 요즘 그 음풍(淫風)의 물결이 거세어지면서 온갖 사회악들이 벌어지고 있다. 원조교제가 성행하며 성폭력이 그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어느 밀실에선 여성들조차 젊은 청년들을 돈으로 매수해 환락의 밤을 즐기고 있잖은가. 인간의 성(性)은 이제 더 이상 사랑의 감미로운 꽃만은 아닌가보다. 남녀 간에 진정한 사랑은 실종되고 육체적 쾌락만 좇고 있는 세태에 이르렀다면 지나친 말일까. 

 1991년 7월, 우여곡절 끝에 우리 곁에 찾아온 『즐거운 사라』, 그 소설의 작가 마광수 교수는 그 때 이미 오늘날 퇴폐적인 성문화를 예견이라도 한 듯하다. 인간의 가장 강렬한 본능인 성(性)에 대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그것에 대해서만큼은 고루했던 우리네 가치관을 정확히 파헤치려 한 것이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의 솔직함과 대담성을 자신의 작품을 통해 적나라하게 묘사를 하였다. 그는 자신의 작품인 『즐거운 사라』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 이제껏 우리는 구태의연한 조선 시대적 윤리와 엉거주춤 양다리 걸치기 식 눈치 보기의 풍조 때문에 개인적 삶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성(性)이 제한 받아왔다고 말했다.
 일인칭 기법을 사용하여 현실과 공상 사이를 넘나들며 쓴 소설의 내용이 어쩜 요즘 세태와 그대로 맞아 떨어졌을까?

 특히 여주인공 사라와 대학교수 한지섭과의 정사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다. 긴 손톱의 여자에게서 성적흥분을 느끼는 패티시스트적인 한지섭의 성적 취향이 마광수교수가 평소에 주창한 ‘사랑은 상대방 외모에 관능적 경탄의 감정에서 시작된다.’ 라는 말과 일치하기도 한다.
 그동안 성(性)은 터부시 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음습한 곳에서 독버섯처럼 그 욕망이 번져나갔었다. 그에 따른 악취는 얼마나 진동 한가. 은밀한 곳에서 숨기려할수록 그 냄새는 고약하지 않던가.

 그는 외쳤다. 성문제에 대해서 툭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자고. 아직도 우리 사회는 성문제만큼은 ‘쓰레기통에 뚜껑만 닫아 놓고 있는 양상’이어서 은폐할수록  속으로 썩고 있다고 하였다. 쓰레기통에선 시대에 맞지 않는 성의식이 잔뜩 들어있어서 그것들의 살이 문드러지고 뼈가 녹아나 구린내를 풍기며 구더기만 득실거리고 있다는 의미이리라. 사실 오늘날의 성인군자들인 우리는 지금 그것의 뚜껑만 덮느라 급급한 것은 아닐 런지.

 음란과 선정성으로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그는 ‘탐미적 본능’,‘관능적 상상주의’등으로  작가 정신이 평가 되고 있다. 하지만 나의 카타리시스 효용의 기대치 때문일까. ‘19세 구독불가’라는 그의 아홉 번째 신작 소설 『유혹』에 나 자신도 모르게 유혹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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