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시렁
마음의 시렁
  • 신금자
  • 승인 2007.03.0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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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금자[수필가 · 독서신문 편집위원]

▲ 신금자(수필가/본지 편집위원)     © 독서신문
2월 초순경, 일본에 다녀왔다.
그 나라의 문화를 며칠의 여행으로 파악한다는 것이 무리인 줄 안다. 그러나 낯선 곳의 첫 인상은 지울 수 없이 강하게 남기 마련이다. 특히 일본은 선진문물, 즉 첨단산업의 선입관도 있었던 터라 여행기간 내내 단순한 그들의 생각에 눈길이 쏠렸다. 섬나라 특유의 습속을 지워내지 못한 풍경일까.


 일본에서 오래된 역사를 가진 곳마다 고대 제천행사에서 유래한 애니미즘 의식이 고스란히 살아 북적였다. 야스쿠니신사 문제로 잘 알고 있는 신사(神社)만도 800만 개 이상이고 누구나 죽으면 신이 된다하니 그들이 일컫는 신은 다른 악령으로부터 지켜주는 혼령을 말하는 것이리라.

건강, 학업, 풍어, 교통안전 등등 약 1천여 가지의 신들로 다양했다. 시류에 따라 인기가 있는 신들과 그렇지 못한 신들이 있다. 가령, 길을 가다 연고도 없이 방치된 신을 보살펴주고 넋두리처럼 기도를 했는데 우연의 일치일지언정 그 번민이 해결되면 영험하다는 입소문이 난다. 당장 기도하려는 펜이 늘고 신사를 차려준다. 그러구러 운 좋게 건수를 올리면 액땜으로 신사에 또 희사를 한다. 그 돈으로 전각을 규모 있게 꾸며 점차 토착신으로 극진히 모시며 기리는 타이샤(귀신중의 귀신)까지 오르는 영화를 누린다. 타이샤보다 높은 궁과 신궁도 있으나 신궁이 될 수 있는 신분은 따로 있다. 주로 신궁에는 천황을 모시되, 특정 신의 전통을 이어내리는 곳으로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도 6세기 초에 세워진 신라신궁(박혁거세)이 있었다. 일본보다 무려 100년이 앞섰다.

이 신라 신궁이 훗날 일본 신궁의 뿌리가 된 것일 수도 있다. 특정 신은 역사적인 인물인 경우도 있고 명검 같은 사물을 모시고 있는 경우도 있으며 특히 백제나 고구려의 위인을 모시는 경우도 있었다. 더불어 일본의 왕은 현신(살아있는 신)으로 추앙을 받는다. 일본의 신을 모시는 행위는 그런 차원에서 해석이 가능했다. 즉 일본의 왕을 신격화하기 위해서 그들이 신성시하는 모든 것이 신이 되는 것이다. 옛 원시신앙이 사회문화적으로 계속 이어져온 바, 고등종교로 승화되지 못한 원시 토테미즘이나 애니미즘의 산물이 아닌가 한다. 따라서 기독교나 불교 등을 신봉하면서도 신사를 찾는다.

우리는 신을 감히 넘볼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하여 민속신앙이 불교나 유교 속에 녹아들어가 한국만의 불교나 유교로 정착했지만 그들은 신이 인간을 위해서 있다고 생각했다. 신사나 타이샤, 궁, 신궁에 들어설 때면 하는 의식과 건물에 줄줄이 매달린 색등이나 금줄, 굵은 새끼줄이나 실타래, 인형, 창호지나 헝겊을 꼬아 매달고 제각각 상징과 복을 부르는 의미도 달랐다. 물을 마시는 곳의 긴 손잡이로 된 바가지도 여럿을 두어 사랑, 재물, 입신, 장수의 명목이 붙고 소원을 비는 나무판이나 메모지를 곳곳에서 팔고 있었으며 그 소원가지들을 받아 주렁주렁 매달아 걸어두길 즐겼다. 그리고 우메가에모찌(매화떡) 한 개 먹으면서도 병을 이기고 재수가 좋다는 등의 유래가 꼭 따라다녔다.

재미난 것은 그뿐이다. 종교나 이런 행위에 대해서 복잡하게 생각지도 않고 서로 갈등을 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미덕처럼 이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생각하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랄까. 현세에는 신도(神道)로 살고 내세를 위해  불교, 혹은 타종교를 따르는 이중적 생활을 하는 셈이다. 결국, 신사나 신궁신화는 지배계층이 지배의 정당성을 세우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 아니겠는가.

 일본인에게 속마음이라는 혼네(本音)와 겉으로 나타내는 마음인 다테마에(健前)가 있지만 남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상대방을 우선 배려하는 문화는 잘 알려져 있다. 오사카 시내 중심가에도 90도 인사모습의 입간판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사근사근 친절하고 이웃에게 폐가 되는 일을 삼가는 그들이 주변국들을 유린하고도 사죄하지 않아 대대로 감정을 사는 일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의례적이고 겉도는 모습이 아닐지 짐작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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