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문학관에서
아리랑 문학관에서
  • 이병헌
  • 승인 2007.03.0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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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시인 · 소설가 , 임성중 교사)

▲ 이병헌     ©독서신문
늘 머릿속에서 자라나고 있는 것은 '문학'이라는 거창한 화두가 '언제 어떻게 펼쳐지고 어떻게 이어져 나가느냐?'인데 그 물음을 찾기 위해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고 다시 국도를 한참을 달려서 김제에 닿았다. 내가 찾아간 전라북도 김제의 아리랑 문학관도 서정주 시문학관처럼 폐교에 건축이 되어있었다. 안내를 받아 우리들 일층부터 조정래 선생님의 자취를 밟아보았다.
 
  일층부터 나는 입이 벌어지며 다물어지지 않는 것을 느꼈다. 눈에 보이는 김제 들녘을 배경으로 시작해서 우리 민족 수난과 투쟁의 현장들을 두루 담은 소설 '아리랑'을 기념하는 조정래 아리랑문학관이 왜 문학인들이 꼭 거쳐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곳이었다.  김제 들녁을 `징게맹게 외배미’라 부른다고 한다. 이 배미 저 배미 할 것 없이 김제와 만경을 채운 논들은 모두 한 배미로 연결돼 있다는 뜻인데 그만큼 넓다는 얘기라고 한다.  호남평야의 중심 김제 만경평야. 일제는 이미 1903년부터 이곳에서 침탈을 시작했고, 이곳의 착취는 해방될 때까지 가장 극심했다. 그래서 소설 '아리랑'은 이곳에서 시작됐다. '아리랑'의 주인공들은 김제 내촌 외리 사람들인데 그들은 일제 강점기에 살아남기 위하여 하와이, 만주, 북간도, 서간도, 연해주, 아시아 및 중앙아시로 이산해 나가야 했던 조선 민중들을 대변한다. 
 
  소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슬픈 이주사이자 독립운동사이며 민중운동사로 민초들의 고단한 삶을 생생한 언어적 조형물로 구현했다고 생각이 된다. 1층에서 우리들은 내 키보다 높은 '아리랑'의 원고들이 쌓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원고 더미를 보면서 대하소설이란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36년 동안 죽어간 민족의 수가 400만. 200자 원고지 1만 8000매를 쓴다해도 내가 쓸 수 있는 글자 수는 고작 300여 만 자'라는 스스로 다짐을 적은 조정래의 글이 가슴에 와 닿으면서 내 스스로의 부끄러움에 젖어 보았다.
 
  제1전시실에는 '아리랑'의 소설 주인공들의 험난한 이주사가 줄거리와 함께 시각자료 및 영상자료로 전시돼 있어 소설 '아리랑'을 읽지 않았더라도 대체적인 이해가 가능하도록 꾸며져 있었다.
 
  제2전시실엔 조정래 작가가 글을 쓰는 과정에 사용했던 취재수첩과 필기구, 취재사진 등이 전시돼 있었는데 취재수첩에 그려진 빼곡한 취재지의 세밀한 그림들은 작가적 치밀함을 보여주었다. 소설을 쓰는데 사용했던 586개의 세락믹펜의 심을 보면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소설 '아리랑' 집필을 위해 수집한 각종 노트들을 보면서 치열한 작가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글을 쓴다는 말을 하면서 그저 머리로만 쓴 것이 후회가 되었다. 대하소설인 '아리랑'을  쓰기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한 모습이 다른 작가들에게 채찍이 되리라 생각했다. 취재여행을 통해서 소설을 더욱 살찌우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3전시실은 작가 조정래가 아닌 인간 조정래의 인간적인 모습들도 엿볼 수 있다. 아내가 찍어준 자신의 사진을 보며 그 감각을 칭찬하는 내용을 보면서 인간애가 느껴졌다. 부인 김초혜씨와의 기념사진, 아들 도현씨의 결혼사진, 손수 그린 자화상, 아내에게 선물했던 펜화 등이 전시돼 있었다. 옆의 영상실은 아직 완성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문학관을 나오면서 나는 조정래 작가의 투철한 작가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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