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성 패러다임
긴급성 패러다임
  • 신금자
  • 승인 2007.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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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금자[수필가]

▲ 신금자     ©독서신문
한 가수의 자살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비슷한 사건이 또 터졌다.
지난 2월10일 탤런트 정다빈씨가 목을 매 자살을 했다. 물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더러 똑같은 사고로 세상을 떠나지만 연예인들의 경우는 좀 더 여파가 크다. 잘 알든 모르든 의문의 의문인 가설을 붙이고 생전의 행적을 더듬어 그럴만한 사유를 찾지만 허무하기 짝이 없다.

어찌 그리 홀연히 떠나버릴 수가 있단 말인가. 우리들이 가진 삶의 방식과 가치관이 너무 심약한 것 아닌가. 하긴 요즘 정신분열증세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우리 사회는 너도나도 바쁘고 정신없이 다변화되고 있다.


 ‘왜 이 일을 하는가?’ 하는 삶의 의미와 가치의 문제를 제쳐놓고 마치 긴급한 일이 중요한 일이라는 착각을 하며 산다. 긴급한 일은 빨리하면 되는 일이지 중요해서 하는 일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 사람들이 많은 것을 이루었고 해냈음에도 진정한 성취감 혹은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그 탓이다. 이를테면 지나친 경쟁의식과 상대적 패배감, 영웅주의로 내적인 안정과 평안이 없어서다.

삶의 대부분이 ‘더 빨리, 더 열심히, 더 생산적으로, 더 많이’ 라는 가치관의 지배를 받고 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꽉 찬 스케줄을 따라 일을 처리해 나가는 사람이 성공적으로 살고, 잘 사는 것이라 여긴다. 바쁘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고 성공한 사람이고, 그도 모자라 바쁜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등식을 성립시켰다. 이제, 잠깐 멈추어 서서 ‘내 인생의 소중한 것들’ -가장 중요한 서너 가지- 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정신이상에 관한 정의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똑같은 일을 계속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 참 순진한 생각이다. 우리는 지름길 -쉬운 길(특효약) - 을 좋아하는 현대사회에 살고 있다. 봄에 씨 뿌리는 것을 잊고 여름을 그냥 보내고 가을에 죽어라 일해서 풍년을 기대할 수 없듯, 현대사회는 사람이 행복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장기적인 목표로 차분하게 성취하기보다 새로운 위기상황을 자극제로 삼으며 일을 처리하려니 신음할 수밖에 없다. 자기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보낼 수 있는 질적인 시간까지 포기해버린다. 그러니 일하다 잠시만 쉬어도 죄책감이 생기고 이곳, 저곳을 쫓아다니느라 늘 바쁘다. 일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을 답답하게 생각하며 조금만 늦어져도 불안해한다. 이 긴급성 패러다임은 시간 사용의 지혜와 삶의 우선순위를 그르치고 만다. 스트레스, 압박감, 긴장, 피로로 지쳐 긴급성 중독에 빠진다. 물론 이런 것이 흥분과 환희도 준다. 긴급하고 중한 고비를 넘기고서 순간적으로 도취상태에 빠지고 능력을 발휘했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그 결과 많은 중요한 일들이 우리가 미적거리거나 충분한 계획과 예방을 하지 않아 긴급한 사안이 되는데도 깨닫지 못하고 만다. 결국 급하지는 않지만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독서와 여가시간으로 인생을 풍요롭고 바르게 즐겨야 한다. 몰라서라기보다 너무 잘 알면서 미루어 놓는다. 왜일까? 당장 그것들이 긴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다급하지 않다. 그것들은 우리를 다그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들을 해야 한다. 인생에서 지름길은 없지만 올바른 길은 있다. 의미 있는 인생은 속도와 능률보다 중요한 일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느냐 없느냐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내가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 일일 것이다. 눈앞의 다급한 일들과 인기를 위한, 남에게 좋게 보이기 위한 활동 등을 과감히 줄여야 비로소 진정한 시간을 얻어 중요한 일에 정진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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