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에서 만나는 '귀천'
안면도에서 만나는 '귀천'
  • 이병헌
  • 승인 2007.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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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시인 · 소설가 , 임성중 교사)



요즈음 차갑지 않은 날씨 덕분에 여행을 하는 것이 즐거워진다. 특히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더라도 문인들의 발자취를 밟는 다는 것은 남다른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전국적으로 많은 작가들의 시비나 문학비 혹은 생가가 복원이 되어서 문학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지나는 길에 즐겨 찾게 된다. 이것은 우리 인간의 문화적인 욕구가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범주를 벗어나 본질적인 고향을 찾는 마음과 같다고 생각이 된다. 특히 어떤 기대도 하지 않고 떠나는 여행길에 우연히 만난 문인의 고택이나 시비는 큰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필자도 그런 마음으로 안면도 여행을 하다가 천상병고택 이정표를 발견 한 후 전율을 느꼈다. 누군가 천상병 시인을 정말 '시인같은 시인'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의 고택이라는 말이 나를 잠시 깊은 생각을 하게 했다. 내가 그 곳을 찾아갔을 때도 평일이었는데 서해안 고속도로의 개통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안면도 관광객들이 테마여행을 떠나 그 곳에 많이 몰려오고 있었다.
 
  안면도 여행을 하면서 천상병 시인의 고택에 대한 정보를 가지지 않고 떠난 사람들이 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만난 이정표를 보면서 새로운 즐거움 하나를 만나게 된다. '귀천'의 시인 천상병의 고택에서 그의 향기를 나누는 일인데 많은 사람들은 안면도에 왜 그의 고택이 있는지 의아해 할 것이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적어도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일본에서 태어나 마산에서 자라고 동백림 사건으로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심한 옥고를 치러낸 후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어 어려운 생애를 살아 왔다. 천상병 시인 생전에 가깝게 지냈던 이곳의 지인이 의정부의 수락산 산자락 아래에 있는 천상병 생가가 철거된다는 소식에 그 생가를 원형 그대로 안면도 대야도로 옮겨 복원하였다. 뿐만 아니라 '천상병 문학관'까지 건립되었는데 아직은 정리가 덜 된 상태였다. 분학관 앞에는 변기 뚜껑으로 만든 설치미술을 보면서 사람들이 의아해하는데 그 앞에 작은 천에 쓰여진 '귀천'을 읽어보면서 그것과 연관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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