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의료 과실 추적기
2006년 제4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작인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은 세련되고 정제된 문체와 한 번 잡으면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탄탄한 스토리 구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대담한 유머 등으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순위를 장악한 작품이다.
현역 의사가 썼기에 표현 가능한 의료 현장의 묘사 세세함이 작품 곳곳에 베어 있고,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독특한 캐릭터들은 시종일관 독자들을 즐겁게 한다.
실제 성공률 60% 라고 알려져 있는 바티스타 수술 - 좌심실 축소 성형술 - 을 100% 성공률로 시술을 해내던 도조대학 바티스타 수술 팀은 ‘글로리어스 세븐’ 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연속하여 3차례의 수술에 실패해 버린다.
이에 사건의 조사를 위해 등장하는 신경내과의 만년 강사 다구치 고헤이와 후생노동성의 괴짜 공무원 시라토리 게이스케. 이들의 등장은 이 소설의 모토라고 할 수 있는 엉뚱하고 뻔뻔스러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학창시절 수술 견학 때 솟구치는 피를 보고는 수술과는 거리가 먼 신경내과를 선택한 다구치에게 ‘수술 견학을 통해 수술 사망 원인을 밝혀내라’ 는 병원장의 명령은 설정 자체만으로도 아이러니의 유희이며, 비호감의 상징과도 같은 시라토리가 바퀴벌레 같은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로직컬 몬스터’ 로써의 추리를 보여주는 모습 또한 아이러니이다.
두 캐릭터의 대화는 거의 독설에 가깝다. 또한 그들의 행동은 좌충우돌의 표본과도 같다. 하지만 이러한 캐릭터의 설정이 자칫 심각하게 흘러갈 수 있는 미스터리의 스토리를 유쾌하게 만든다.
미스터리 장르라 하면 피가 튀고, 엉켜버린 실마리를 풀어헤치는 치밀한 추리가 등장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도 관점에 따라 의료계의 어두운 현실과 권력투쟁의 해석은 가능하다. 하지만 가이도 다케루가 ‘저자의 말’ 을 통해 조언한 진지하게 읽기보다는 철저하게 재미 위주로 깔깔 거리면서 읽다 보면 이 책이 가진 진정한 재미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 지음 / 권일영 옮김 / 예담 출판사 펴냄 / 447쪽 / 10,000원
[독서신문 권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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