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선생님
섬마을 선생님
  • 신금자
  • 승인 2007.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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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금자[수필가·독서신문 편집위원]

▲ 신금자     ©독서신문
요즘 들어 부쩍 옛 은사님 생각이 난다.
교육 현장에서 여러 잡음이 일 때마다 필자는 어릴 적 선생님의 존재가 더 크게 다가선다. 섬에서의 유년시절은 선생님을 빼면 어떠한 상황도 상상이 불가능하다. 아마도 다른 도서벽지 아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부모는 대충 입히고 먹여서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오라’ 하곤 끝이다. 공부를 잘 하는지 숙제를 해 가는지 시험을 치는지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한다. 아이들은 놓아서 기르고 허리가 휘도록 일에만 매달린다. 그저 자식을 선생님한테만 온전히 의탁한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선생님이 가정방문이라도 하는 날은 부모가 만사 재껴두고 공손히 맞이하였다.

 돌이켜보니 섬마을이어서 단출한 총각, 처녀 선생님이 많았던 것 같다. 그야말로 대학을 갓 졸업한 풋풋한 의욕과 열정을 받아 누렸으니 지금 생각해도 행복하다. 기혼이신 선생님도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터를 잡고 새벽같이 일어나 논일 하던 투박한 손으로 풍금을 치고 때로는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며 신명나게 노래를 가르쳤다. 의당 공부 외적인 일도 모두 자상한 선생님을 통해서 배우고 자랐다. 그 뿐인가. 농번기가 되면 결석이 잦은 아이들을 남겨서 보충해주고 간혹 수업 중에도 교실 창문 너머에서 할아버지가 ‘논일 가자’며 손자를 부르면 친구는 선생님의 사인을 눈짓으로 주고받아 살며시 책을 싸들고 교실을 나가던 깡촌의 아이들 편에 늘 계셨다. 방과 후에도 선생님은 잔무 처리를 교실에서 하였으며 대신 우리를 불러 곁에 두고 묵화며 붓글씨, 시조, 등을 가르쳤다. 이는 분명 의무가 아닌 순수한 사랑이고 열정이다. 지금도 시골교실 마루바닥에 엎드려 습자지에 수준급의 ‘매, 난, 국, 죽’을 치던 동무들과 선생님을 생각하면 눈가에 뜨거움을 느낀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이제 농어촌이나 도서벽지학교는 교사들이 꺼리는 기피학교로 바뀌고 있다니 무슨 말인가. 도서벽지학교는 2004년 교육부가 농어촌, 벽지교사에게 승진할 때 가산점 혜택을 주면서 희망하는 교사들이 꾸준히 늘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그 교사들이 모두 떠날 채비를 하고 술렁인다는 소식이다. 교육부가 지난 해 말 입법 예고한 “교육공무원 승진 규정안‘ 에 따라 승진에 반영되는 근무평점 기간이 최근 2년에서 10년으로 늘고 가산점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도서벽지를 승진에 필요한 가산점을 바라보고 오는 교사들을 막기 위해 개정안을 마련했다지만 충분한 경과규정이 없었던 게 아닌가. 교육부의 속사정을 잘 모르긴 해도 상식적으로 교육자와 학생 모두를 생각한 대안은 아닌 듯하다. 도서벽지일수록 적은 선생님이 수행할 일과 미치는 힘이 크다. 그렇다면 최소한 그 파장이 미칠 소비자인 학생들을 위한 현실 인식이 우선이다. 그렇잖아도 정착하는 젊은 부부가 없어서 입학생이 줄어 줄줄이 폐교를 한 도서벽지에 교육부가 애써 이농을 부추기고 귀농을 막는 단순무지한 정책을 펼치고 있어 안타깝다.
딱히 교사도 냉철하게 현지사정에 적응하기 힘든데 가족까지 희생해가며 어려운 곳에 발령장을 내달라고 할 리 만무하다. 때문에 대기발령이나 불미한 사정으로 밀려난 교사들로 채워진다면 교사와 학생 더 나아가 부모들의 사기가 저하되어 머지않아 시골학교는 텅텅 비어버릴 지도 모른다. 그러니 도서벽지 근무평점을 되살려서라도 유능한 교사들을 고루 분포하고 농어촌, 도서벽지학생도 튼실한 소비자로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것이 교육인적자원부의 역할이며 과제가 틀림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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