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튼의 평화론
머튼의 평화론
  • 관리자
  • 승인 2007.01.2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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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평화를 빕니다.


2006년 최고의 이슈 중 하나였던 북한의 핵실험 성공.  존재만으로도 부담스럽고 신경 쓰이는 핵무기가 북한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우리는 단 한 순간도 평화를 갈망하지 않은 때가 없었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이 세상엔 온전한 평화가 한 순간도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평화를 향한 토마스 머튼의 외침이자 유언장이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인 1962년에 탈고된 이 책은 40여년 후에나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는데 이는 당시 머튼이 소속되어 있던 트라피스트 수도회에서 출간을 금했기 때문이다.  책의 서문을 작성한 짐 포리스트에 따르면 머튼은 그에게 “전쟁과 평화의 문제에 관한 한 침묵을 강요 당하고 있다”는 편지를 썼다고 한다. 수도자의 역할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40여년 전에 작성된 이 책은 머튼의 예언자적 통찰과 혜안이 그대로 드러난다. 심지어『비밀: 베트남의 기억과 펜타곤 보고서』의 저자 대니얼 엘스버그는 “내일 신문 해드라인보다 더 시의적적라핟”고 평하기 까지 했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40여년 동안 변하지 않고 전쟁과 테러의 위협으로 인해 평화가 메말라 있음을 뜻한다. 과거의 냉전 시대에서 대테러 시대로 변한 현실만 빼면 당시 머튼이 보고, 듣고, 우려하고, 분노한 모든 것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슬픈 현실이기에 우리는 이 책의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된다.
  토마스 머튼은 정치가가 아니였다. 평범한 수도승으로 침묵과 기도와 명상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신에게 바친 맑은 눈과 정갈한 이성은 세상을 가득 메우고 있는 더러움들을 더욱 잘 볼 수 있는 창이 되었다.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고 보이는 것을 그대로 거침없이 서술하였다.
  대량살상무기와 비인도성, 강자의 논리, 무력한 국제기구 유엔의 한계를 꿰뚫어 보았으며국제 정세 속에서의 위선과 그로 인해 전도되는 세계인들의 공포를 맹렬히 고발하고 비판했다. 자국 정부와 자국민의 무지, 억측, 오만을 내새웠던 것, 그 것이 바로 머튼이 가진 수도승으로서의 그리고 미국시민으로서의 살아있는 양심이였다.
  정당한 전쟁론은 ‘책상머리’ 이론일 뿐이며 서로가 죽고 죽이는 와중에서 드러나는 그 폭력성이란 ‘정당함’ 이라는 것을 이미 벗어나 버린 일종의 살육일 뿐이다. 설사 정당한 전쟁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현대의 대량살상무기 앞에서는 이미 ‘정당함’을 잃어버리게 된다. 전투원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공격의 일상화, 특히나 인류의 범위를 넘어선 지구라는 존재마저도 위협하는 핵폭탄의 존재는 ‘전쟁=학살’ 이라는 공식을 우리에게 주지시킨다.
  머튼은 폭력과 전쟁의 비판에만 머물지 않고 평화를 위한 구체적 행동 또한 제시하고 있다.  이는 무조건적인 비폭력 평화주의를 설파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달성 불가능한 주장에 대해서는 비판을 가하면서 대화와 상호 협상을 통해 적대 세력 간의 신뢰 구축과 평화체제 수립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도발적 언동과 감정적 흥분에 흔들리지 않는 이해의 바탕 속에서 평화가 수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30일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사형 집행이 있었다. 후세인이 처형되던 날 하루 동안에만 이라크에서는 80여 명이 종파 간 '피의 보복'으로 목숨을 잃었다. 또 이라크전 개전 이후 숨진 미군 사망자 수가 이날을 기해 처음으로 3000명을 넘어섰다. 9.11 테러 희생자 수보다도 많은 미국인이 이라크전으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새해 첫날엔 바그다드 중심가에서만 16건의 폭발음이 울렸다. 후세인 처형에 따른 수니파의 반발과 보복 공격으로 이라크의 내전 상태는 더욱 격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이라크의 시아파 이슬람교도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은 핵 개발과 함께 더욱 커질 전망이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는 전쟁의 불씨들을 보여주는 일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세상 속을 살면서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들. 반대로 전쟁과 테러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우리가 살아갈,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 속에 평화가 가득하기를 토마스 머튼과 함께 대화해보기 바란다.
머튼의 평화론
토마스 머튼 지음 / 조효제 옮김 / 분도 출판사 펴냄 / 288쪽 / 9,000원

[독서신문 권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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