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학생들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책을 읽는 학생들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 이병헌
  • 승인 2005.11.11 1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병헌 (시인 · 소설가 , 임성중 교사)
 

  몇 년 전에 졸업을 앞둔 학생들과 마지막으로 교실에서 만나는 시간이 있었다. 졸업을 앞 둔 이틀 전에 한 학급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누군가 '선생님은 학생들의 어떤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나의 입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학생들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이 말은 단골메뉴가 되어 학생들에게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책을 읽는 사람은 책 속에서 만나는 이야기를 통해서 꿈을 꿀 수 있고, 꿈을 꿀 수 있는 사람은 미래에 대한 소망을 가질 수 있고, 소망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을 일에 자신감으로 행동할 수 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은 바로 책을 읽음으로써 자신의 삶의 지표를 정할 수 있고, 자신의 일에 더 적극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 오라는 과제를 내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아이들도 있지만 바다와 같이 넓은 인터넷 세상에서 별 수고 없이 고기를 낚듯 다른 사람의 손에서 나온 독후감을 잡아 올리는 아이들도 많이 있다. 그래서 수행평가로 독후감을 써 오라고 할 때 집에서 해 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자신이 책을 읽고 베낀 독후감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요즈음은 학교에서 단편소설을 읽게 한 후에 독후감을 쓰도록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고 독후감을 쓸 수밖에 없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언젠가 한 친구로부터 자신의 아들의 학교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학교에서 시달린 학생들이 수업이 끝난 후 학원에 가거나 과외를 받고 집에 가면 학생의 가족이 녹화해둔 방송교육을 보고 1시가 넘어야 잠자리에 든다고 한다. 이런 학생들에게 독서를 하라는 말을 하면 고문과 같게 들리리라 생각한다.

  원론적인 얘기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학생들에게 지덕체를 겸비할 것을 요구하면서도 성적지상주의에 갇혀 지적인 능력만 심어주기에 바쁘다. 그것이 자신의 자녀들의 일생을 좌우하는 요소가 된다고 생각하며 자신들의 이기주의에 의해서 자녀들의 마음을 병들게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요즈음 학교에서 독서시간을 운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것은 학생들에게 가정에서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하는 독서의 시간을 확보해주자는 것에서 출발했고, 결강이 생길 때는 아이들을 도서실로 불러들여 책을 읽도록 한다. 물론 몇 아이들은 책을 읽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아이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책을 읽고 다 못 읽은 것을 빌려가서 읽기도 한다. 어떤 형태이든 아이들이 책을 읽는 모습은 참 아름답다.

  아예 교육과정 속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창의적 재량활동 시간이나 아침 독서시간을 설정해 실시하고 있는 학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더 밝을 것이다. 책을 읽는 아이들이 아름다운 것처럼 아이들에게 책을 읽도록 권하는 어른들의 모습 또한 아름다운 것이다.
이병헌
2000년 문예사조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2003년 문학21 소설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스토리 문학관 동인, 시마을 동인
임성중학교 교사

독서신문 1385호 [2005.07.1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