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文穎)
문영(文穎)
  • 관리자
  • 승인 2005.11.1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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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찬 사자의 무덤을 옮겨준 문영

한(漢)나라 남양(南陽) 사람인 문영은 자(字)가 숙장(叔長)이다. 헌제(獻帝) 건안(建安) 건안(建安) : 後漢 獻帝 時代의 年號. b.c. 220~196
 연간에 감릉부승(甘陵府丞) 감릉부승(甘陵府丞) : 甘陵(지금의 山東省 淸平縣) 太守府에 所屬된 벼슬 이름. 太守의 部下.
이 되었다. 그가 감릉의 경계를 지나다가 멈춰서 그곳에서 잠을 잤는데 밤이 열두 시쯤이나 되었을까, 어떤 사람이 꿈에 나타나 무릎을 꿇고 말하기를 “옛날 저의 부친께서 저를 이곳에 묻었습니다. 그런데 강물이 제 무덤으로 흘러 들어와 관(棺) 뚜껑이 물에 잠기는 등 무덤의 절반이 물에 차 있어 추워 견딜 수가 없습니다. 마침 부승님께서 여기 계신다는 말씀 듣자옵고 의지코자 왔습니다. 욕되시겠지만 내일 잠시 이곳에 머무시어 저의 관을 높고 마른 곳으로 옮겨 주시면 다행이겠습니다”라고 하였다.
귀신이 입고 있던 옷을 문영에게 보여 주었는데 옷은 죄다 젖어 있었다. 문영이 마음으로 슬퍼하다가 곧 잠이 깨고는 좌우에 있는 여러 사람을 찾아 이야기하였다. 그러자 좌우에 있는 사람이 말하기를 “꿈이란 헛된 것인데 무엇을 족히 괴이하게 여기십니까?”라고 하였다.
문영이 곧 다시 잠을 잤다. 새벽 무렵에 그 귀신이 다시 꿈에 나타나 문영에게 말하기를 “제가 곤궁하고 괴로워서 부승님께 사정 이야기를 하였는데 어찌하여 저를 조금도 불쌍히 여기시지 않습니까?”라고 하였다. 문영이 꿈 속에서 “그대는 누구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귀신이 대답하기를 “저는 본래 조(趙)나라 사람이었습니다만 지금은 왕망씨(汪芒氏) 왕망씨(汪芒氏) : 나라 이름으로, 지금의 浙江省 武康縣에 있었음.
라는 신계(神界)에 소속되어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문영이 말하기를 “그대의 관은 지금 어디에 있소?”라고 하였다. 귀신이 대답하기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부승님이 계신 장막 북쪽 십여 보 되는 물가의 마른 버드나무 아래입니다. 날이 장차 밝으면 제가 다시 부승님을 뵐 수 없으니 이 점 꼭 유념해 주십시오”라고 하였다. 문영이 대답하기를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문득 문영이 잠을 깨었다. 그러자 날이 밝아 길을 떠나려 하다가 문영이 “비록 꿈은 족히 괴이하게 여길 게 못된다고 말하나 이 꿈은 어쩌면 이다지도 심하게 뚜렷할까?”하고 좌우를 둘러보며 말하였다. 그러자, 좌우에 있는 사람이 말하기를 “어찌 잠깐의 시간 내는 것이 아깝다고 하여 한 번 시험해보시지 않습니까?”라고 하였다.
문영이 곧 일어나 십 수인을 거느리고 물을 따라 올라갔다. 과연 한 마른 버드나무가 보이는 것이었다. 문영이 “여기다”라고 말하고 버드나무 아래를 파 보았다. 판 지 얼마 안되어 과연 관이 나왔다. 그러자 심하게 썩은 관이 반쯤 물에 잠긴 채로 있었다. 문영이 좌우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어젯밤에 사람들에게 꿈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사람들이 헛된 것이라 하였지. 그러나 세상에 전하는 바는 영험하지 않는 것이 없을 수 없지”라고 하였다. 문영이 그 관을 높고 마른 곳으로 옮겨서 묻어 주고는 그곳을 떠났다.

독서신문 1389호 [2005.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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