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周式)
주식(周式)
  • 관리자
  • 승인 2005.11.1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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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의 말을 듣지 않아 죽은 주식

한(漢)나라 하비(下?)에 사는 주식이란 사람이 일찍이 동해(東海)로 가다가 도중에서 한 관리를 만났다. 그 관리는 책 한 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주식이가 타고 있는 배에 함께 태워주기를 요구했다. 십여 리쯤 가자 그 관리가 주식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잠깐 가볼 데가 있어 책을 그대의 배 안에 맡겨 두고자 합니다. 펴 보아서는 안됩니다”라고 하였다.
그 사람이 가자 주식이 몰래 책을 펴보니 다 죽을 사람들의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책의 아래 조목에는 주식의 이름도 있었다. 잠깐 후에 관리가 돌아왔으나 주식은 그 때까지 책을 보고 있었다. 관리가 화를 내며 말하기를 “보지 말라고 일렀거늘 어찌하여 그것을 봅니까?”라고 하였다. 주식은 머리를 조아려 이마에 피가 나도록 애걸하였다.
한참 후 관리가 말하기를 “그대가 먼 길 가는 나에게 이렇게 배에 태워준 것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하오. 그러나 이 책에서 그대의 이름을 삭제할 수는 없소이다. 그대가 오늘 이미 가거든 곧장 집으로 돌아가시오. 그리고 세 해 동안 문밖을 나오지 마시오. 그러면 혹시 살 방도가 생길지 모르겠소이다. 그리고 내 책을 봤다는 이야기를 해서는 안됩니다”라고 하였다.
주식이 집으로 돌아와서 문밖 출입을 하지 않은 지가 이미 두 해가 넘었다. 그랬더니 집안 사람들이 모두 괴이하게 여기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웃 집 사람이 갑자기 죽었다. 그런데도 주식이 대문을 나서지 않자 주식의 아버지가 화를 내며 조문케 했다. 주식이 마지못하여 마침내 대문을 나서다가 바로 그 관리를 만났다.
관리가 말하기를 “내가 그대로 하여금 세 해 동안 문밖을 나가지 말라고 당부했는데도 오늘 이렇게 출문하는 것을 내가 알게 되었으니 다시 어찌할 수 있겠소. 내가 그대를 보고도 보지 않은 것으로 꾸미면 나도 연루되어 채찍과 곤장을 맞게 됩니다. 지금 이미 그대를 보았으니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사흘 후 한낮에 그대 목숨을 취하러 오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주식이 집으로 돌아와 눈물을 흘리면서 이 일을 낱낱이 집안 사람들에게 털어놓았다. 아버지는 짐짓 주식의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믿지 않았으나, 어머니는 밤낮으로 주식과 함께 서로 자리를 지키면서 울었다. 사흘째 되는 날 한낮에 주식을 취하러 사람이 나타났고, 주식은 바로 죽었다.

독서신문 1389호 [2005.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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