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배
바보배
  • 관리자
  • 승인 2006.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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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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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브란트가 활동했던 중세 말기는 기독교 사회의 사상적, 문화적 배경에 대한 사람들의 고단함이 극에 달했던 시기이다.  유럽 최고의 재앙이라고 말하는 페스트가 유럽 인구의 절반 이상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나아가 주의 뜻으로 출정한 십자군 전쟁은 번번히 패하고 말았다.  당시 유행하던 ‘순례자’의 이미지가 보여주듯 인생이란 힘겹고 고달픈 여행으로, 인간의 본질은 ‘어리석음’으로 표상 되었다.  소시민 계급의 여관집 아들로 태어났던 제바스티안 브란트는 『바보배』를 통해 이러한 중세 말기 세상의 무질서와 혼란을 비판한다.  어둡고, 맹목적인 믿음을 강요하며, 선악의 구분이 모호해져 죄악이 끊이지 않으며, 거리마다 바보들이 가득하다.  그는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시대가 병들어 있으며, 사회질서가 파손되어 절망적인 세상을 구제할 여지가 없다고 인식하고, 도덕적인 개선을 실현하려고 하였다.  이런 의지로서 그는 바보배를 출항 시킨다.
  브란트는 도덕적인 교훈을 지루한 훈계조로 설명하지는 않는다.  이른바 ‘역설적 찬사’라는 수법으로 생기발랄하고 인상적인 언어를 탄생시켰다.  본래 역설적 찬사는 르네상스적인 정신에 걸맞는 것이다.  비난도 찬사도 아닌 말들로 브란트는 100가지가 넘는 다양한 바보들을 만들어 나간다.  바보들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분류되어 항해를 떠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약간의 미세한 이념을 우연히 공유한 채 다른 한 명의 바보를 따라 나선다.  이러한 느슨하고 우연한 배열은 풍부한 언어적 표현력으로 인해 기발한 재치로 재탄생 된다.  또한 죽음의 무도, 사육제 풍습 등과 같은 시대적 모티브들이 가미 되면서 이 책의 매력을 부풀리고 있다. 
  브란트는 지식인들을 위해 각 장마다 성경, 고전, 중세 저자들에게서 따온 풍부한 예를 첨부한다.  좀더 소박한 일반 독자들을 위해서는 많은 격언과 속담들을 집어 넣었다.  이러한 브란트의 박식함을 바탕으로 한 배려는 이 책의 가치를 드높이고 세상에 대한 풍자를 더욱더 다이나믹컬하게 해준다.  그가 비난하고 풍자했던 대부분의 어리석음과 악덕은 독자들을 전염시키기에 충분하고, 변환기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불평과 보편적 공감은 이 책이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화자가 되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바보배』의 매력은 텍스트 외에도 함께 실려있는 그림에서 찾을 수 있다.  브란트는 서문에서 혹시 글을 읽지 못하는 이가 있다면, 자신의 모습을 판화 속에서 비춰볼 수 있을 거라고 밝힌다.  훌륭한 목판화 속에는 브란트의 메시지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으며, 그것들 대부분은 알브레히트 뒤러가 바젤에 머문 짧은 기간 동안에 이루어졌다고 추정된다.  각각의 판화는 특정한 죄와 악덕에 대한 문자적인 해석, 알레고리적인 해석을 준다.  대부분의 그림에서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있는, 방울 장식의 바보모자를 쓴 바보들이 묘사되고 있다.  뒤러의 목판화는 주인공 바보의 연출된 상황을 시각화함으로써, 우연적인 우리 삶의 도처에 도사린 무지와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텍스트에서는, 교훈을 설명하는 일인칭의 화자가 독자를 설득하고 감화시키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림에서는 독자와 그림 속의 바보가 동일시 되고 있다.  조용히 가르침을 받고 있던 독자들이 그림을 보면서는 제 삼자의 입장에서 주인공의 입장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온갖 신분의 사람들이 범하는 잘못들이 망라되고 있는『바보배』, 작가는 자신이 가진 인문주의적 학식의 보고를 총동원하여, 이들에게 혹독한 평을 가한다.  성경의 결함들, 등한시되고 있는 도덕들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특히나 당시의 기득권 세력이였던 종교인들의 성경 왜곡이나 신성모독행위에 대한 비판이 강했다.
  지난달 한나라당 당협위원장이 술김에 길거리에서 술에 취한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시민들에 의해 붙잡힌 사건을 보면 지금 우리의 세상에도 바보들이 넘쳐나고 있다.  우리 시대에 살고있는 바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자신은 아니라 생각하지 말고, 이 글을 읽는 순간 『바보배』에 몸을 실기 바란다.
 
바보배
제바스티안 브란트 지음 / 노성두 옮김 / 안티쿠스 펴냄 / 417쪽 / 28,000원
[독서신문 권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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