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천황가의 아지매(阿知女)여신
일본 천황가의 아지매(阿知女)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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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1.1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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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기 (문학박사 · 경기대 초빙교수)

 

 園神(소노카미)과 韓神(카라카미)은 한국신

 일본의 국수적인 학자들이 한일고대사를 터무니없이 왜곡해 온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천황가(天皇家)의 궁중 제사에 있어서, 속이거나 숨겨 온 사례들을 짚어 보련다. 역대 일본 왕들이 지금도 제사를 지내오고 있는 3명의 한국신이 있다.

 일본 왕실 편찬 옛날문서(『貞觀儀武(정관의무)』서기 871년 성립, 『延禧 式(연희식)』서기 927년 성립 등)에서는 이 3명의 한국신을 가리켜, 「궁내성좌신삼좌」(宮內省坐神三座)로 일컬어 온지 벌써 1천백년 내지 1천오백년이라는 긴 역사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줄곧 이어져 왔다.

 이 ‘궁내성좌신삼좌’란 신라신(新羅神)인 원신(園神,소노카미) (명과 백제신(百濟神 )인 한신(韓神,카라카미) 2명을 말한다. 이 일본 왕실 편찬의 옛 문서의 기록에 따르면, 신라신과 백제신 3명에 대한 궁중 제사는 봄과 가을, 두 번이 거행되어 오고 있다고 했다.(園幷韓神祭, 二月春日祭後丑, 十一月新嘗會前丑)

 더욱이 주목되는 것은 지금의 쿄우토 땅인 그 옛날 헤이안경(平安京)의 궁 안에는 각기 원신사(園神社)라는 사당과 한신사(韓神社)라는 사당을 세웠다는 것이 왕실문서 『연희식』(927년 완성)에 밝혀져 있다.

 『연희식』은 10세기 초인 서기 905년에 다이고천황(897~930 재위)의 명을 받아 조정의 대신이었던 후지와라노 토키히라(871~909)가 편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가 완성을 보지 못한 채 사망한 뒤에 그의 동생인 역시 조정의 대신 후지와라노 타다히라(880~949)가 뒤이어 편찬하여 완성하게 되었다.

 이 두 대신 형제의 가문은 『신찬성시록』(서기 815년 왕실편찬)에 의하면 백제 계열의 귀족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다이고천황은 백제계열의 일본 왕이다. 다이고천황이 백제계열의 일본 왕이라고 하는 것은 지난 해 (2002. 12.23)에 지금의 일본 아키히토천황(1989년에 등극)이 공언한 바 있다.

 칸무천황은 서기 794년에 지금의 쿄우토(京都) 땅에다 ‘헤이안경’의 이름을 짓고, 나가오카경(長岡京)으로부터 왕도를 새로 옮겨 천도해 왔다. 이 새왕도 헤이안경에서 칸무천황은 왕궁인 헤이안궁을 지으면서, 궁 안의 북쪽에는 백제신 2명을 제신(祭神)으로 신위(神位)를 모시고 사당(韓神社)을 세웠고, 궁 안의 남쪽에는 신라신의 신위를 모신 사당(園神社)을 세워 1년에 두 번 춘추로 제사를 모셨다(『延禧式』).

 

 신악가(神樂歌)에 등장하는 아지매(阿知女)

 아지매(阿知女) 여신을 모시는 제사 신라신과 백제신의 신위를 모시고 왕궁 안에서 춘추로 제사지내는 제사의 명칭은 ‘한신제’와 원신제로 각기 부르고 있다. 그 점에 관해 일본의 저명한 민속학자였던 니시쓰노이 마사요시(1900~71)교수는 그의 저술에서 다음과 같이 진솔하게 쓰고 있어 자못 호감이 간다.

 왜냐하면 일본왕실의 ‘궁중 제사’에 대해서만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일본 학자가 사실(史實)을 사실(事實)대로 쓰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신제(韓神祭,からかみのまつり). 고대 중기에 궁내성(宮內省,천황궁안)에 모시고 제사 드리던 한신(韓神) 사당의 제사로서, 2월 축일(春日祭의 뒷날)과 11월 축일(新嘗祭의 전날)에 거행되었으며, 똑같은 날 원신(園神)의 제사도 거행이 되었다. 한신은 북쪽에, 원신은 남쪽 사당에 신위가 모셔져 있다. 제사 드리는 순서는 똑같지 않으며, 어느 쪽을 먼저 제사지낸다는 규정은 없었다」(『年中行事辭典』 1958).

 니시쓰노이 마사요시 씨의 저서 이외의 오늘날의 일본의 중요한 행사를 기록한 그 어떤 「행사사전」에도 ‘한신제’며 ‘원신제’의 항목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한신제며 원신제 제사에서 사용이 되는 궁중제사 축문이 담긴 제사 음식이 있다. 그것을 가리켜 『신악가』(神樂歌)라고 부른다.

 장엄한 『신악가』의 연주며 인장부 등의 악무(樂舞) 속에 궁중에서는 원신제며 한신제 제사가 진행된다. 이 제사의 시작은 궁 안의 신전(神殿) 앞에다 장작불을 지피면서 시작한다. 그것을 가리켜 ‘뜰불’(庭火)이라고 부른다. 장작불이 환하게 불타면서, 제사가 시작이 되는 것을 『신악가』에서는 ‘아지매법’(阿知女法)이라고 일컫는다.

 그런데 ‘아지매’라는 것은 과연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 한자어의 아지녀(阿知女)를 고대 일본에서는 우리나라 이두(吏讀)에서처럼, 일본말로 이 한자를 읽을 때 ‘이지매(あじめ 또는 あちめ)로 말했다. 한국의 경상도 말로 ’아지매‘는 ’아주머니‘의 방언(사투리)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일본 사람들은 ‘아지매’가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한다. 필자는 그동안 일본 각지에서 수백 명의 각계각층 사람들에게 ‘아지매’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느냐고 물었으나, 단 한 사람도 그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은 지금까지 찾아내지 못했다.

 장작불을 지피고 저녁 어스름 속에서 천황궁 궁 안의 신전 앞에서는 제사의 시초인 ‘아지매법’의 「신악가」가 연극되기 시작한다. 신전 좌우에 각기 서있는 두 신관(神官)인 본방(本方)과 말방(末方)이 ‘아지매’의 신령(神靈)이 하늘에서 내리기를 기원하며 ‘아지매’를 다음처럼 번갈아 부른다. 즉 강신(降神)의 축문을 큰 소리로 엄숙하게 외우는 것이다.

 

 본방(신전 좌측) : 아지매 오오오오(阿知女 於於於於)
 말방(신전 우측) : 오게(於介)
 말방 : 아지매 오오오오(阿知女 於於於於)
 본방 : 오게(於介)
 본방 : 배합 오오오오(於於於於)
 본방, 말방(함께) : 오(於)
 말방 : 오게(於介)

 

 이상과 같은 영신가(迎神歌)의 원문을 한국어로 읽는다면, ‘아지녀 어어어어’식으로 밖에 달리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그 한자를 일본어로 읽을 때는 ‘아지매 오오오’라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오오오오’는 무슨 소린가. ‘오시라’는 간절한 소망이 담긴 말이다. ‘오게’역시 ‘오시라’라는 뜻이 한국어로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하늘에 계신 ‘아지매 여신’이 천황가 궁중 제사 터전에 신 내리기를 해달라고 하는 절실한 소망이 담긴 강신(降神)의 축문인 것이다.

 일본 왕실 악사(신관)들이 이 「아지매법」을 직접 녹음한 소리를 들으면서, 필자는 큰 감동을 받았다. 아니 가슴 속에 와 닿는 뜨거운 쇼크와 함께, 목구멍 속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한국어로만이, 이 아지매 강신 축문은 이해가 가능하다고 단언하고 싶다.

독서신문 1389호 [2005.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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