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결혼설화의 주인공 ‘대국주신’
수많은 결혼설화의 주인공 ‘대국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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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1.1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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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기 (문학박사 · 경기대 초빙교수)

 

 ‘고천원’의 옛 터전으로 알려진 고령땅

 하늘나라 고천원(高天原,타가마가하라)에 살았다는 일본 신화의 대표적인 개국신의 하나가 고목신(高木神), 즉 고황산영존(高皇産靈尊,타카미무스비노미코토)다. 고황산영존은 슬하에 1천5백 명의 자식을 둔 것으로 이름난 염복신이기도 하다.

 이 고목신의 존재에 대해 일본 쓰쿠바대학 명예교수 마부치 카즈오(馬淵和夫,1918~ )씨는 경북 고령의 가야대학교 학술발표회(1999.6.28)에서, 고령 땅은 바로 ‘일본신화’의 고황산영존 등 천신들의 본 터전이라고 다음처럼 주장했다.

 “『일본서기』에는 천손(天孫)이 고천원(高天原)에서 신라 땅으로 내려갔다고 기록하고 있다.  고천원은 신라와 가까운 서쪽에 있는 나라(필자 주 : 가야국)로서, 산속의 분지라고 하는 조건에 알맞은 곳은 고령(高靈)뿐이다.”(『朝鮮日報』 1999.6.29).


 마부치 카즈오씨는 그날 가야대학교에서 제막한 「고천원고지」(高天原故地 ) 비석 제막식후에 거행된 학술발표회에서 「고대한일교류에 대해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그와 같이 주장했다고 한다(具聖宰기자의 기사 인용).

 “대국주신의 아버지인 ‘스사노오노미코토’는 신라신이다”라는 것은 이미 1881년에 도쿄대학 사학교수 쿠메쿠니타케(久米邦武, 1839~1931)씨가  「신도는 제천의 고속」이라는 제목의 논문 발표를 통해 밝혔고, 쿠메쿠니타케 교수는 1907년에 그의 저서(『일본고대사』,1907)에서 재차 그 사실을 강조했다.

 여하간 1천5백 명의 자식을 거느린다는 천신 고황산영존에게 비한다면, 181명의 자식을 거느린 대국주신은 일부다처 다자(多子)로서 결코 대수로울 것이 없을 성 싶기도 하다. 그러나 대국주신에게는 그가 여러 마누라를 거느리게 된 흥미진진한 역사 기사가 또한 누구에게도 비할 바 없이 진기하고 다양하다.

 대국주신을 제신(祭神)으로 모시고 제사지내는 이름난 신사(사당)는 일본 각지에 산재하고 있다. 특히 나라땅 아스카(飛鳥)의 ‘아스카니이마스신사’(飛鳥坐神社)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남근(男根) 바윗돌이다. 이른바 ‘양석’(陽石)을 잘 받들고 있는 곳이 대국주신을 모신 아스카 땅의 아스카니이마스신사다.

 자식을 낳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 곳에 찾아와 머리 숙이고, 두 손 모아 자식을 점지해주시기를 대국주신에게 빈다는 것이다. 대국주신의 결혼설화에는 기묘한 이야기가 허다하다. 그중 대표적인 이야기중 하나는 대국주신 스스로가 ‘화살’로 변신을 해서, 어여쁜 처녀의 음부 속으로 쑥 날아들었다는 신화다.

 

 붉은 화살로 변신한 대국주신은 ‘요바이’ 선두주자

 대국주신이 자신의 신산인 미와산에서 살고 있을 때였다. 그 당시, 미와산 인근에는 ‘세야다타라히매’라는 이름을 가진 어여쁜 아가씨가 살고 있었다. 대국주신은 세야다타라히매라는 아가씨를 짝사랑하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그 처녀를 아내로 삼을 것인가, 곰곰이 궁리했다. 그는 아가씨가 측간(변소)으로 들어가는 것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그 당시는 측간을 냇물 위에다 세웠다고 한다. 즉 변을 보면 강물로 씻겨 내려가는 자연적인 수세식 변소다. 드디어 대국주신이 기다리던 시간이 다가 왔다. 세야다타라히매가 집에서 나와 냇가의 측간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대국주신은 재빨리 자신의 몸을 ‘화살’로 변신시켰다.

 그 화살은 붉은 황토 흙을 바른 ‘단도시’(丹塗矢, 니누리야)였다. 화살이 된 대국주신은 강물 속으로 첨벙 들어갔다. 소녀가 측간에 앉으려 속옷을 벗으며 아랫도리를 내놓는 순간, 붉은 화살은 그녀의 음부를 쿡 찌르며 날쌔게 꽂혔다.

 청천벽력 같은 화살에 기습당한 아가씨는 지절초풍하며 나자빠질 수밖에. 고통스러운 그녀는 버둥대면서, 간신히 화살을 뽑아들고, 부끄러워 서둘러 남모르게 제집으로 숨어들었다.

 그런데 이게 원일이랴. 화살을 방바닥에 내려놓자, 그 화살은 대뜸 멋진 청년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젊은이로 다시 변신한 대국주신은 순간 그녀를 와락 껴안았다.

 세야다타라히매는 그날로 대국주신의 아내가 되었다. 그 둘 사이에 태어난 것은 여자아이였다. 그  소녀의 이름은 ‘이스케요리히매’다. 그런데 고대 일본에서는 대국주신이 여성을 기습했듯이, 이른바 ‘요바이(よばぃ)로 아내를 얻었다고 한다. ’요바이‘란 밤에 처녀의 침실로 몰래 기어드는 것을 가리킨다.

 「인간의 세계에 있어서의 결혼도 신혼(神婚)형식을 답습했다. 밖이 어두워지면 여자 집에 찾아드는 남자는 제 이름을 고하면서 안에 있는 처녀의 뜻을 물었는데 이것이 요바이의 형식이다」(掘內民一 『大和の 神話』,1964).

 따지고 보자면 대국주신은 ‘요바이’의 선두주자라 할까. 역시 그가 오오미와산에 살던 당시에 어여쁜 아가씨 ‘이쿠타마요리히매’의 집으로 밤에만 찾아들었다. 이쿠타마요리히매는 대국주신과의 사이에 임신을 했고, 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오오타다네코’(대전전근자)였다.

 대국주신은 밤마다 ‘뱀’으로 변신하여 이쿠타마요리히매의 방문 문고리 틈을 비집고 드나들었던 것이다. 아가씨는 대국주신의 옷깃에다 기다란 삼실을 바늘로 꿰어, 그의 행적을 알아냈던 것이다. 이 신화는 우리나라의 ‘견휜’의 탄생설화가 그 원형이라는 것을 밝힌바 있다(본지, 제1380호, 2005년 5월 10일자)

 

독서신문 1388호 [2005.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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