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장, 개인의 고상한 품위이네
인장, 개인의 고상한 품위이네
  • 이재인
  • 승인 2006.12.0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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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인교수의 인장춘추

▲ 이재인(인장박물관장경기대 국문학과교수)


문단의 지인(知人)들이 나를 ‘도장미치광이’로 부른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다. 좀 친숙한 문인들한테 인장을 달라고 떼를 쓴지가 40년이다. 그러니 그러한 닉네임이 붙어다닐만도 하다. 어느 전각가나 서각하는 이가 문인에게 지극 정성으로 선물했던 것을 내가 중간에 홀딱 빼앗아 갔으니 그들이 미치광이로 불러도 섭섭하지가 않다. 이제 그 미치광이 40년. 이쯤되니 사실 이제부터는 문인 인장을 구걸하거나 애달프게 달라는 간청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모아졌다. 줄잡아 800여개. 이쯤되면 문인 8천명 가운데 10분에 1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최남선, 홍명희, 정인보, 이광수, 김동인의 복원된 인장에서부터 서정주,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김동리, 이어령, 김광림, 이형기, 성찬경, 김후란, 김여정 등 원로들의 것이 쟁쟁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젊은 층의 송기원, 이순원, 정미경, 이명인 등 인기 작가들의 인장이 빛이 빈빈하다. 이름과 작품집으로 빈빈한 이름을 지닌 이들의 인장은 기껏 커봐야 가로 18센티에서 세로 20센티가 고작이다. 그러니까 인장은 소형 사이즈이다. 간수하기 좋고 갖고 이동하기 수월하다. 또한 전시하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이렇게 간수 보전 전시하기에는 문화재 가운데 가장 쉽고도 편리한 편이다.


인장박물관을 짓고 이를 전시 수장, 보존하는 데에도 그다지 힘들지 않다는데 변별력이 있다. 다른 종류의 문화재는 공간의 확보로 인하여 애로가 많다. 그러나 인장은 다르다. 교실 한 칸 크기이면 오케이다.
인장 문학관에 소장된 인장 가운데 가장 대물에 속한다면 단연 한양대 교수 김용범 시인의 것이다. 이 인장은 장백석에다 연변대 미술대 교수가 수작업으로 만든 명품석이다. 글씨, 크기 모양새가 도장 주인처럼 약간 야성적이라 정감이 가는 귀물이다. 김용범 시인의 인장에는 기(氣)가 넘쳐흐른다. 그것도 철철 넘쳐흐르는 것을 보면서 누구든 명품이 아니라고 부인하지 못한다.
칼자국 글씨 형체 그리고 측면에 새긴 신선(神仙)의 조각이 군계일학이다. 800여 문인도장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대작. 누가 훔쳐가도 무거워 다시 놓고 갈 정도의 크기. 가로 20센티 세로 20센티이다. 대대형에 야성미의 기개가 그를 교수로 가게 만든 것이 아닌가싶다.


두 번째 명품은 시인 김명리 선생의 것. 이분의 인장은 나의 아들이 구걸해 모셔온 인장. 몸 전체가 장승인데 도장면만 이름이 음각되어 있다. 길이 25센티 넓이 3.5센티이다. 그의 남편께서 조각가라서 흙으로 빗어 1300도 열속에 달군 인장. 이 인장은 아무래도 민속 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가치있고 조형미가 살아 숨쉬고 있다.


사실 말이지 나의 아들놈은 800여개의 인장 가운데 김명리 선생의 것 하나를 얻어 왔다. 소위 신춘문예 평론을 당선했지만 어느 문인을 만나 ‘도장 하나 주슈’하는 소리를 못하는 녀석이다. 그러니 모두가 나의 발로 쫓아다니면서 얻어들인 것이다.
세 번째 명품은 목월 선생의 것이다. 목월은 문자 그대로 나무와 달이다. 나무와 달이 궁합으로 어우러져 글자에 낭만과 멋과 인기가 그대로 흐른다. 그러니 인장이 예술이 아니라고 누가 부인하랴.


숱한 목월의 저서에 찍혔고, 그것이 문화재로서 구실을 해야 한다고 건네주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문인들은 인장을 내어줄 때에 좋은 것은 숨겨 놓는데 목월, 당신은 남들이 보고 즐겨야 한다면서 명품을 건네주셨다.


문인들의 경우 좋은 인장들은 소위 일류라는 분들이 가지고 있다. 유명한 작가? 시인은 따라서 유명 전각가의 작품을 지니고 있다. 그들의 교류가 바로 인장으로 이어졌으니…….
대학 때였다. 대원군의 인장을 내게 붕어빵 한 봉지에 넘긴 우정의 정의홍 시인……. 대원군의 인장을 어루만질 때마다 그가 칭찬을 아끼지 않던 다형 김현승 선생의 이름이 떠오른다. 멋과 운치 있는 인장은 개인의 고상한 품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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