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계(費季)
비계(費季)
  • 관리자
  • 승인 2005.11.1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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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나타나 금비녀를 안겨준 비계

오(吳)나라 사람 비계가 수년동안 나그네 생활을 하며 장사를 하였다. 당시에는 길에 강도가 많아 그의 아내가 항상 그 일로 근심을 하였다. 비계가 함께 장사하던 동료들과 더불어 여산(廬山) 아래에 있는 여관에서 유숙하다가, 각자 서로 집을 떠난 지가 얼마나 되는 지를 묻게 되었다.
비계가 말하기를 “내가 집을 떠난 지는 이미 수년이 되었습니다. 집을 떠나올 때 아내와 이별하면서 아내에게 사랑의 정표로 아내의 금비녀를 달라고 하였습니다. 나는 그저 아내가 나에게 금비녀를 주나 안주나 그것을 보고자 했을 따름이었습니다. 나는 아내가 머리에서 빼 주는 금비녀를 얻자 그대로 그것을 지게문 위에 두었고, 집을 떠나올 때 아내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잊어버렸습니다. 이 금비녀는 옛날처럼 마땅히 우리 집의 지게문 위에 있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그 날 저녁 그의 아내의 꿈에 비계가 나타나 말하기를 “나는 길에서 도둑을 만나 죽은지 이미 두 해가 되었소. 만약 내 말을 믿지 못하면 내가 집 떠날 때 당신에게 금비녀를 받았었는데 그것을 가지고 떠나지 못하고 지게문 위에 올려놓았으니, 가서 찾아보면 될 것이오”라고 하였다. 아내가 잠을 깨고 나서 지게문을 더듬어 금비녀를 찾아내었다. 집안에서는 비계가 정말 죽은 줄 알고 드디어 비계의 장례를 치렀다. 그 뒤 한 해 남짓 지났는데 비계가 걸어서 집에 돌아오는 것이었다.

주식(周式)
한(漢)나라 하비(下?)에 사는 주식이란 사람이 일찍이 동해(東海)로 가다가 도중에서 한 관리를 만났다. 그 관리는 책 한 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주식이가 타고 있는 배에 함께 태워주기를 요구했다. 십여 리쯤 가자 그 관리가 주식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잠깐 가볼 데가 있어 책을 그대의 배 안에 맡겨 두고자 합니다. 펴 보아서는 안됩니다”라고 하였다.
그 사람이 가자 주식이 몰래 책을 펴보니 다 죽을 사람들의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책의 아래 조목에는 주식의 이름도 있었다. 잠깐 후에 관리가 돌아왔으나 주식은 그 때까지 책을 보고 있었다. 관리가 화를 내며 말하기를 “보지 말라고 일렀거늘 어찌하여 그것을 봅니까?”라고 하였다. 주식은 머리를 조아려 이마에 피가 나도록 애걸하였다.
한참 후 관리가 말하기를 “그대가 먼 길 가는 나에게 이렇게 배에 태워준 것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하오. 그러나 이 책에서 그대의 이름을 삭제할 수는 없소이다. 그대가 오늘 이미 가거든 곧장 집으로 돌아가시오. 그리고 세 해 동안 문밖을 나오지 마시오. 그러면 혹시 살 방도가 생길지 모르겠소이다. 그리고 내 책을 봤다는 이야기를 해서는 안됩니다”라고 하였다.
주식이 집으로 돌아와서 문밖 출입을 하지 않은 지가 이미 두 해가 넘었다. 그랬더니 집안 사람들이 모두 괴이하게 여기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웃 집 사람이 갑자기 죽었다. 그런데도 주식이 대문을 나서지 않자 주식의 아버지가 화를 내며 조문케 했다. 주식이 마지못하여 마침내 대문을 나서다가 바로 그 관리를 만났다.
관리가 말하기를 “내가 그대로 하여금 세 해 동안 문밖을 나가지 말라고 당부했는데도 오늘 이렇게 출문하는 것을 내가 알게 되었으니 다시 어찌할 수 있겠소. 내가 그대를 보고도 보지 않은 것으로 꾸미면 나도 연루되어 채찍과 곤장을 맞게 됩니다. 지금 이미 그대를 보았으니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사흘 후 한낮에 그대 목숨을 취하러 오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주식이 집으로 돌아와 눈물을 흘리면서 이 일을 낱낱이 집안 사람들에게 털어놓았다. 아버지는 짐짓 주식의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믿지 않았으나, 어머니는 밤낮으로 주식과 함께 서로 자리를 지키면서 울었다. 사흘째 되는 날 한낮에 주식을 취하러 사람이 나타났고, 주식은 바로 죽었다.

독서신문 1387호 [2005.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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