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것이 재미있어서 업으로 살아 가고 있습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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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승인 2006.12.0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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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 출판사 장인용 대표와 함께 한 시간

▲ 지호출판사 장인용 대표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숨을 쉬기만 해도 입김이 하얗게 새어나온다. 6호선 상수역 근처에 위치한 지호 출판사 대표를 찾아가는 길이 추위 때문인지 어렵기만하다. 길도 조금 헛갈려서 헤매다가 도착한 곳이 지호 출판사였다. 고생한 끝에 낙이 온다고 그곳엔 인상 좋고 푸근한 옆집 아저씨의 이미지를 가진 장인용 대표(이하 장대표)가 있었다.

“인상이 좋다”라는 첫 마디에 순수한 농촌 아저씨의 웃음처럼 해맑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실제로 사진에서 보듯이 장대표는 푸근한 이미지 그 자체였다. 출판계에서는 이미 다양한 단체에서의 역할을 수행하여 소문난 일꾼으로 인정받았고, 선ㆍ후배 사이에서도 사람 좋기로 소문난 그이기에 인터뷰 내내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책 만들기와 현실의 장벽
장대표는 처음부터 출판계에서 활동 하진 않았다. 잡지사의 편집장 생활을 하다가 단지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막연함에 이끌려 ‘뿌리 깊은 나무’를 시작으로 출판계에 입문했다. 그 후 1995년에 홀로 독립하여 지호 출판사를 탄생시켰다. 참으로 특별함이 없는 간단한 대답들이었다. 그래서 출판사에 들어서게 된 특별한 이유는 없냐는 물음에 장대표는 “특별한 것은 없고, 단지 이게 내 직업이다. 책 만드는 일이 재미있다.”라고 함박웃음을 지어냈다. 특별하진 않았지만 그가 책 만드는 일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모습은 정말 특별해 보였다.

지호 출판사는 지금까지 약 130여 권의 책을 출간하였다. 대형 출판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에 거쳐 많은 책을 냈다는 것 자체로도 인정받을 만한 내용이다. 그 많은 책들 중에서도 주로 인문 분야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틈틈이 청소년과 모험기도 들어있다. 아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지호 출판사에서는 초창기만 하더라도 예술 분야에 대한 서적을 만들기도 했다. 인문으로 시작하면서도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장대표는 『다큐멘터리』와 『영화 그 비밀의 언어』와 같은 예술 분야의 서적을 출간했다. 하지만 꾸준히 판매되는 인문 서적과 달리 예술 서적은 판매 부수가 적었고 주력으로 매달리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운영자의 입장에서 인문에 주력하고 예술 분야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장대표는 말했다.

▲ 지호출판사 사람들

편집장의 입맛대로?
지호 출판사에는 특이하게도 동물 시리즈와 과학시리즈가 많이 출간되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동물 시리즈는 초창기부터 중반기까지였다는 점과 과학시리즈는 현재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점이 궁금한 나머지 “동물이나 자연, 생명에 관한 책들이 많은데 동물을 좋아하시나 보다”라고 넌지시 질문을 던지니 웃으면서 하는 말이 의외였다. “동물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단지 편집장의 기호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이다. 초창기부터 함께 일해왔던 오지현 편집장(9년 근무)은 동물에 관심이 많아서 그와 관련한 책들을 많이 기획했다.”며 현재에 대하여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 편집장과 함께 일을 하는데 그 분은 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그쪽으로 기획을 하여 앞으로도 과학 서적들이 많이 출간 될 것으로 보인다.” 라는 말을 들으니 의외이기도 했지만 어떻게 보면 당연한 대답이었다. 어느 출판사든지 편집장과 대표의 기호와 관심에 맞는 책을 출간 하고 싶어 할 것이고 그들은 그렇게 했을 뿐이다.   

 

언제나 힘들다?
오랜 기간 출판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위기도 한번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중 가장 큰 위기가 언제냐고 묻자 웃는 얼굴로 항상 힘들다고 말했다. 힘들면 적어도 풀죽은 모습이라도 보여야 하건만 웃는 표정을 보여주는 그를 보니 10년 넘는 출판사 생활이 그를 저렇게 만들었구나 하는 씁쓸한 생각도 들었다. 98년 imf 시절이 많이 힘들었다며 그는 말을 이었다. “주요 판매했던 도매상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아 책을 팔 곳이 없어졌다. 책은 만들어야 하는데 만든 책을 팔 곳이 없으니 답답하기만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살아야겠기에 포기한다는 심정으로 직접 서점들을 뚫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만 하더라도 대형 서점들은 많지 않았고 인터넷 서점도 없었기 때문에 열악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행이도 어렵게 뚫은 서점들에서 책이 팔렸고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숨을 골랐다.

 

인문에서 과학으로
출판사를 오래 운영하여서 초창기와 현재가 많이 변화했을 거란 생각을 개인적으로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장대표는 여지없이 무너뜨려 주었다. 초창기나 지금이나 직원이 조금 바뀌었을 뿐 큰 변화는 없다는 것이다. 단지, 변화라고 하면 인문 서적을 중심으로 했었지만 요즘엔 과학서적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변화라고 했다. 하지만 이건 변화라고 하기보다는 관심사의 이동정도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편집장의 기호와 관심사에 따라서 변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지호출판사라는 생명체가 변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곧 장대표의 “변한 것이 없다”라는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변화가 없다고 해서 그런 생각을 갖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장대표는 “대중물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대중물을 만들기에는 자본력이 기본바탕이 되어야하고 범위가 굉장히 포괄적이어서 함부로 손을 델 수가 없는 분야였다. 대중물은 안했다고 하기보다는 못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췄다.

▲ 지호출판사가 출간한 책들 중

인문서의 위기
인문서의 위기에 대해 모든 출판인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하는데 장대표의 생각은 어떤지 물어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기다리는 것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대중들의 관심사 자체가 현재 돈, 잘 먹고 잘 살기에 매달려 있으니 궁극적으로 교양과 인문, 과학 서적들은 설자리가 없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독자들을 설득하기가 어렵고 그에 따라 폭 넓은 교양에 관한 서적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라면서도 “하지만 인문서도 예전엔 주류였다. 다른 서적들이 비주류였고 인문서가 주류였던 시절이 있었다. 세대의 변화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다시 인문서도 살아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희망을 품고 있었다. 더해서 생각이 다른 출판사들이 더 많은 책을 만들어야만 독자들에게 다양성을 제공할 수 있고 그래야만 독자들은 책을 찾을 것이라고 장대표는 말했다.

 

앞으로
앞으로 어떤 출판사로 이끌고 싶겠는가에 대한 답으로 장대표는 “막연하긴 하지만 지호출판사라는 이름을 가지고 현재 회사에 다니고 있는 사람이면 좋겠지만,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그 상황에 맞는 방식대로 영원히 이끌어 가주었으면 한다. 즉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편집경향은 바뀔 수 있지만 지호 출판사라는 이름을 가지고 계속해서 새롭게 거듭나길 바란다.”며 웃음으로 대답을 마무리 했다.             

 

[독서신문 김정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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