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내성의 『마인(魔人)』 다시 읽기
김내성의 『마인(魔人)』 다시 읽기
  • 최용석
  • 승인 2009.11.13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내성 작가     © 독서신문
올해로 탄생 100주년이 되는 문인 가운데 특히 김내성(1909~1957)은 그의 문학적 성취에 대한 재평가와 맞물리면서 문단의 남다른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배경에는 장르문학과 관련한 김내성의 선구자적 역할에 비해 후대의 연구가 다소 미흡하며, 또 당대의 역사소설이나 애정소설과는 달리 그의 규격화된 장르문학에 대한 평가가 절하된 측면이 없지 않다는 문단의 자성적 태도가 자리한다.

굳이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을 구분하고, 문학의 대중성이나 통속성을 폄하해 온 과거 문단의 편협하고 고루한 시선이 김내성 문학에 대한 정당한 평가에 걸림돌로 존재해 온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김내성의 근대 추리소설에서 보이는 독특한 서사적 틀은 그 자체로서 당대 문학의 지평 확장은 물론, 소설 일반의 다양한 스토리텔링의 창출에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문학의 본질에 비추어 대중과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중문학인 추리소설은 문학의 본질에 충실한 장르임에 틀림이 없고, 따라서 추리소설에 대한 관심은 문학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일 수밖에 없다. 추리작가 김내성의 문학적 성과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 평가돼야 한다.

알려진 대로 김내성은 일본 유학생 시절 탐정문학전문잡지를 통해 등단한 이후, 1939년에는 <조선일보>(2.14~ 10.11)에 『마인』을 연재한다. 이로써 이 작품은 추리소설의 볼모지인 삼십 년대 문단에 추리소설을 성립시키는 선구자적 역할을 수행하기에 이른다. 그 해 12월, 발표 당시의 인기에 힘입어 단행본으로 발간되는데, 이후 일 년여 만에 6판이 간행될 정도로 이 작품은 당시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낸다. 게다가 이 작품은 채만식의 『염마』나 김동인의 『수평선 너머로』, 그리고 동시대의 초기 추리소설의 문학적 결함을 일정하게 극복함으로써 대중성의 확보와 함께 문학성의 구현에도 성공한다.

그 이유는 『마인』이 추리소설의 기본적인 서사문법을 비교적 충실히 준수하고 있는 데서 우선적으로 찾을 수 있다. 범죄에 이르는 인간심리에 대한 세밀한 분석, 범죄 알리바이 성립을 위한 다양한 트릭의 사용, 과학적 사고에 근거한 수사와 단서 발견, 치밀한 범죄과정의 구성과 이에 따른 사건 해결이 그것이다.

실제로 이 작품에는 사립탐정 유불란을 비롯해 세계적인 무용가 주은몽과 조각가이면서 백만장자인 백영호와 그 아들인 탐정 소설가 백남수, 그리고 명석한 두뇌의 청년 변호사 오상억 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해 2번의 살인미수와 4번의 살인사건, 1번의 자살로 이어지는 범죄와 폭력으로 얼룩진 미스터리 장면의 연출에 직간접으로 관여한다. 이러한 범죄 서사는 탐정의 추리와 맞물리면서 자연스레 이중 플롯을 구축하도록 이끈다.

여기에 개별 사건의 적절한 배치나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의 논리적 추론의 강조는 스토리텔링에 탄력성과 긴박감을 부여하는 한편, 흥미와 재미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스토리텔링에 내재된 이러한 미덕은 작품을 접하면서 품게 되는 핵심 의문들, 즉 살인의 수행 과정이나 살인범의 정체에 관한 궁금증의 유발을 통해 탐정과 함께 사건의 해결사로 독자를 동참하게 만드는 내내 성취되기도 한다. 여기서 독자와 작가, 그리고 탐정과 범인 사이의 진정한 지적 게임이 성립되며, 이는 『마인』이 추리소설로서의 면모를 뚜렷이 지니게 하는 핵심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다만 논리적 추리력을 서사적 동력이자 본질로 하는 추리소설의 사건 설정에서 신소설적 분위기를 탈피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암시나 복선 없이 작품 결말에서 주은몽이 쌍둥이로 드러난다든지 주은몽과 백영호의 집안이 원수지간으로 설정된 점에서 특히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인』은 1930년대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장편 추리소설로 미스터리 추리소설과 범죄 추리소설의 성격을 동시에 보여주는 현 추리소설계의 전범이라 평하여도 손색이 없을 듯싶다.

 / 최용석 문학평론가·문학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