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이야기 다룬 책 펴낸
해병대 이야기 다룬 책 펴낸
  • 관리자
  • 승인 2006.11.2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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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정은
 
여성들이 술자석이나 회식자리에서 싫어하는 우스개가 있다. 군대이야기, 축구이야기가 대표적인 것이라고 한다. 특히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는 군대에서의 축구이야기라는 우스개는 한동안 시중에 널리 퍼진 이야기다.
하지만 성인남성들의 경우, 특히 군 생활을 경험한 남성들은 자신의 청춘을 보낸 군 생활에 공감하고 동료의식을 갖게 되기 때문에 어느 부대 출신인지, 부대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확인하면서 동질감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는 경우도 있다.
특히 그러한 동질감이나 동료의식이 유달리 강한 군조직중 하나가 해병대라는 것은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도 어느 정도 수긍하는 상식이다. 부대특성상 혹독한 훈련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오는 동료애나 위계질서는 다른 어떤 조직사회보다도 끈끈하다.

▲ 『태양처럼 뜨겁게』란 신작을 선보인 소설가 이정은

『태양처럼 뜨겁게』펴낸 소설가 이정은
최근 소설가 이정은이 펴낸 『태양처럼 뜨겁게』는 해병대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여성작가라는 점에서 남성작가들이 그동안 다뤄왔던 군 이야기와는 다소 차별성이 돋보인다.
해병대는 군부대 중에서도 다소 특수한 사례에 해당한다. 해병대가 주는 강렬함과 극단성은 그것이 치열하고 열정적일수록 남성들의 군 생활에 대한 보편적 이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소설은 특수 속의 보편을 드러내는 미덕을 보여준다.
이 소설에서 읽을 수 있는 군대 경험은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경험들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비단 군대에 다녀온 남자가 아니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일상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남자들 중 특수한 경우만 겪을 수 있는 해병대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형상화 했다는 것은 그만큼 발로 뛰어 소설을 썼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송효정(고려대 박사과정)씨는 “남성들의 세계에서만 통용되는 군대 은어들, 실제적인 답사로 쓰였을 법한 현지에 대한 구체적 묘사, 여러 자료를 열람하여 집적해낸 작가의 이해가 하나의 작은 세계를 현실감 있게 구성해 놓았다”라고 평한다.
작가의 인생에 대한, 그리고 젊음과 열정에 대한 이해가 묻어나는 소설이라는 것이다.
여성의 시각에서 본 해병대의 세계
이 소설은 주인공인 조석희(그는 말끝마다 ‘~말이죠’라고 말한다고 해서 별명이 ‘마리죠’이다)의 군 생활을 일종의 ‘휴가’로 설정하고 쓴 소설이다. 자신의 욕망이 아니라 타인들의 욕망을 꿈꾸며, 제 삶이 아닌 삶을 살아가던 조석희는 군 생활을 통해 자신의 욕망과 꿈을 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그에게 군대 경험이란 팍팍한 현실에서 잠시 떠나 있을 수 있던 일종의 ‘휴가’인 셈이다. 휴가란 나날의 고단함을 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활력을 되찾아주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조석희가 경험한  ‘휴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한 휴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조석희는 군 생활 3년간의 휴가를 통해 점차 어른이 되어간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던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그는 군 생활을 통해 삶과 죽음, 사랑과 연민을 배워가며 해병대 생활을 통해 켜켜이 쌓은 삶의 양상들을 배우고 몸으로 체험한다.
조석희의 휴가는 한마디로 젊음 열정과 상반되는 냉엄한 현실에서 겪는 젊은이들의 실존적 고민을 대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주인공 조석희는 이 땅의 젊은이들을 대변하고 있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군 생활과 여성을 통해 성숙해가는 주인공
주인공이 점점 성숙해져가는 과정은 군 생활을 통해서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세 명의 여자를 통해서이기도 하다. 여성을 통해 세계를 이해해 가는 것이다. 첫 번째 여성은 그가 고등학교 때 잠시 사귀었던 미경이라는 여자이다.
모범생이라고 볼 수 없던 그녀는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충실한 타입의 여성이다. 첫 휴가를 나왔던 조석희는 그녀와 만나, 그녀의 성적 능숙함을 보고 약간의 환멸을 느낀다. 그 환멸 속에 그녀에서 손찌검을 하게 되고 어린 날의 아픈 초상을 간직한 그녀로부터 ‘너무 아프게 때리지는 마’라는 흐느낌을 통해 주인공은 1차적인 성숙단계를 거친다.
두 번째 여자는 두 번째 휴가를 나와 용산역 앞에서 만난 여인의 동생인 장미라는 여인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그에게 편지를 쓰고 휴가 나온 그를 정성껏 맞이하던 그녀는 창녀촌의 여자였다.
주인공은 미경의 과거를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장미를 만나면서 이번에는 그녀를 연민하고 이해하게 된다. 그는 장미의 상처를 받아들이고 위무해준다. 여성을 통해 한층 성숙한 남자로 성장하는 것이다.
조석희의 세 번째 여자는 그가 진정으로 원하고 사랑했던 여인인 수인이다. 그녀는 그와 같은 대학 동기로 지적이고 능력 있는 이상적 여성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녀에서 다가갈 수 없었다. 자신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이상적인 여성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3년간의 군 생활을 통해 성숙한 주인공이 만난 그녀는 대학 시절의 반짝임을 잃어버린 그저 평범한 여성에 지나지 않은 이미 지나간 청춘의 한 조각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자신의 청춘을 흘러버리듯 오랜 만에 만난 그녀를 그저 스쳐지나간다. 이제 치기 어린 미성년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가 말하는 ‘삶은 하나의 여행’
우리에게 삶이란 무엇일까.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이러한 고민에 작가 이정은은 ‘삶은 하나의 여행’이라고 그리고 있는 듯하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인생은 하나의 과정들이 연속되어져 미래를 규정하고 그러한 미래는 지난날의 초상을 통해 이루어짐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한 연결선상에서 ‘삶은 하나의 여행’이 되는 것이며 그러한 여행이 즐거울 수도 괴로울 수도 있으며 그 여행을 통해 우리는 보다 성숙한 단계로 나아간다는 것을 작가는 주인공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리고 있다.
『신화는 계속된다』 『하얀 여름』등을 펴낸 연륜 있는 여성작가 이정은. 그가 이야기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는 즐거운 삶이 아니라 다소 염세적이고 허무주의적인 내음이 짙게 풍기지만 그러한 삶에 대한 이야기가 생동감 있게 느껴지는 것은 그만이 추구하고 있는 인간 내면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리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정은
월간 문학에 부화기(孵化期)로 등단
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카톨릭문인협회 회원
장편소설 『너의 이름을 쓴다』『신화는 계속된다』
창작집 『불멸의 노래』단편『하얀 여름』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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