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손강림했다는 니니기노미코토
천손강림했다는 니니기노미코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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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1.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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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기 (문학박사 · 경기대 초빙교수)

 가야 김수로왕 신화등과의 유사성


 가야땅 구지봉 봉우리. 그 봉우리로 느닷없이 하늘에서 자줏빛 노끈에 매달린 붉은 보자기가 내려왔다. 보자기에는 금으로 만든 상자가 들어있었다. 상자를 열어보니 황금알 6개가 들어 있었다. 알마다 옥동자가 태어났으니 그 중에 가장 잘생긴 아이가 자라나 ‘대가야’라는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되었다. 김수로왕이다. 나머지 다섯 아이도 각기 5가야의 왕이 되었다는 것이 가야의 개국신화다.

 ‘구지봉’신화와 ‘단군신화’를 뒤섞은 것이 ‘일본 개국신인 기노미코토’의 신화다. 하늘나라인 ‘고천원(高天原)’의 고목신(高木神, 다른 이름은 고황산존령(高皇産尊靈))이 외손자 니니기노미코토를 ‘보자기’에다 싸서 지상으로 내려 보냈다. 내려간 곳은 ‘구시후루’땅 ‘소호리’라는 봉우리였다.

 하늘에서 내려올 때 니니기노미코토는 천조대신의 명을 받아 삼신기(옥·구리거울·검)를 지니고, 다섯 명의 신이 5부신을 거느리고 지상에 내렸다. 그 곳에서 니니기노미코토는 대산진견신(大山津見神)의 딸인 ‘코노하나사쿠야히메’(목화지좌구야비매(木花之佐久夜毘賣))를 만났다. 니니기노미코토는 코노하나사쿠야히메에게 한눈에 반했다. 그는 그녀와 그날 밤으로 정을 통했다. 놀랍게도 그녀는 이튿날 즉시 배가 불러왔다.

 천신의 자식을 단 하룻밤 사이에 임신했다는데서 니니기노미코토는 코노하나사쿠야히메를 의심했다. “아무리 천신의 자식이라지만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아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오? 혹시 그 애가 내 자식이 아닌 것이 아니요?”

 그 말을 듣자 코노하나사쿠야히메는 대뜸 낯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몹시 수치스러운 생각에서 그녀는 그 자리에서 문이 달리지 않은 간단한 판잣집을 짓고는 맹세했다. “제가 가진 아기가 만약 다른 신의 자식이라면 불행하게 죽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 천신의 자식이면 아무 탈 없이 태어날 것이니 지켜보세요.

 이렇게 말하고 그녀는 판잣집에다 불을 지르면서 그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불길이 솟구치는 속에서 아기들이 고고의 소리를 지르며 멀쩡하게 태어났다. 셋이었다. 맏이는 이름을 화명명(火明命), 둘째는 화진명(火進命), 셋째 화절언화화출견존(火折彦火火出見尊)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 때 대나무 칼로 탯줄을 자르고 칼을 버리자 그 곳에는 순식간에 대나무들이 솟구쳐 대숲을 이루는 것이었다.

 

 일본학자들이 보는 유사성의 증거들

 이와 같은 고목신의 외손자 니니기노미코토의 천손강림 신화에 대해, 일본의 저명한 사학자이며 민족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가야신화’와 ‘단군신화’가 모체라고 지적했다. 토우쿄우대학의 저명한 인류학교수 이시다 에이이치로우(石田英一郞,1903~68)씨는 -고목신을 주신으로 하고 있는 ‘고천원신화’에 있어서 이 신화의 주요소중 하나는 천신인 고목신이 그의 손자를 하늘나라에서 산봉우리로 내려 보내서 지상을 통치시킨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종족의 조상신을 산 위로 내려 보내는 것을 모티프로 삼고 있는 신화는, 고조선(古朝鮮)의 단군신화와 하늘에서 구지봉으로 내려왔다고 하는, 6가야국의 시조 김수로왕신화에서 살필 수 있다. 또한 단군신화에서는, 천신이 아들 환웅에게 3종의 보기(寶器)를 안겨주고, 또한 오부신(필자 주 : 일본 신화의 다섯 신)은 아니나 풍사·우사·운사라고 하는 세 명의 직능신(職能神)을 딸려 보내서 산(필자 주 : 태백산을 말함)의 단목(檀木) 옆에 내려가서 조선이라는 나라를 개국시켰다.


 고목신(高木神)이라는 신의 이름과 단군이라는 이름 역시 나무와 관련이 있으니, 고목신과 니니기노미코토 신화의 형식이 단군신화와 현저하게 유사함이다.(필자 주 : 환웅의 ‘환(桓)’ 역시 모감주나무를 뜻한다.)

 또한 산의 이름 ‘구지(龜旨)’와 ‘구시후루’의 ‘구시(環)’가 동일어(同一語)라는 것도 자명하다. 산 위의 봉우리를 ‘소호리’라고 했는데 이는 조선어의 ‘왕도(王都,seoul)’의 뜻인 ‘소호리(蘇伐라, 필자 주 : 신라의 왕도 서벌(徐伐)을 가리킴)’, 혹은 ‘소후리(所夫里, 필자 주 : 백제의 왕도 소부리를 말함, 부여의 별칭)’과 동일어이다.

 이렇듯 종족의 조상신이 산 위에로의 내려옴(山上下降)을 모티프로 하는 신화는 조선 반도로부터 만주 땅까지 분포했었던 것을 알 수 있다.(『日本民族の起源』, 1968).
이 『고사기』 및 『일본서기』의 전설과 『가락국기』에서 전하는 6가야국 건국전설의 중요한 점들이 서로 하나하나 일치하고 있다는 것은 도우시샤대학 사학교수 미시나 아키히데(三品彰英 1902~1971)씨도 상세하게 논증한바 있다.

 

 일부다처의 대표적 천신 ‘고황산존령’

 외손자 니니기노미코토를 보자기에 싸서 지상에 내려 보낸 고목신(고황산존령)은 하늘나라 천고원에 살면서, 아들을 지상으로 떨어뜨린 사건도 유명하다. 신라로부터 동해바다를 건너가, 왜나라 이즈모(出雲)땅을 정벌한 신라계 신이 대국주신이다. 그동안 대국주신의 신화는 앞에서 여러 번 살핀바 있다. 어느 날 대국주신은 고목신의 아들을 맡아 기르게 된 것이 매우 흥미롭기도 하다.

 이즈모땅을 평화롭게 다스리던 대국주신이, ‘오바마’땅에서 식사를 막 시작하려는데, 바닷가에서 갑자기 사람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국주신은 짐짓 놀래면서 바다를 둘러보았으나 눈에 뜨인 것은 없었다.
그가 ‘이상한 일이구나’ 여기고 있을 때였다. 새끼손가락만한 자그마한 인간 같은 생김새의 소인이 배를 저어 오는 게 아닌가. 산짐승 가죽으로 만든 배를 탔고, 굴뚝새의 깃털로 만든 옷을 걸친 소인이었다. 이름은 ‘소언명명’(少彦名命)이다.

 대국주신은 재미가 나서 이 소인 소언명명을 손으로 집어서 제 손바닥위에 올려놓고 놀았다. 매우 신기한 소인이라서 출신이 무엇인지 몹시 궁금해졌다. 대국주신은 신하를 불러서 하늘나라 고천원에 살고 있는 천신에게 보냈다.

 신하가 고천원의 천신 ‘고황산영존(타카히무스히노미코토)’에게 찾아갔다. “고황산영존님께 여쭈고자 합니다. 지금 이즈모 바닷가에 계신 대국주신님께서 새끼손가락만한 소인을 데리고 계십니다. 그 소인의 정체를 몰라서, 소신이 고황산영존님을 알현한 것입니다.”

 고황산영존은 대국주신의 사자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하면서 지시했다. “내가 낳은 자식은 모두 1천5백 명쯤이나 된다네. 그 중의 한 아이는 말썽만 피우면서 가르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아. 내 손가락 사이에서 빠져 지상 세계로 떨어진 것은 어김없이 그 아이일 것이야. 그러니 귀엽게 여기면서 잘 키워주었으면 하네.”

 새끼손가락 크기의 소언명명은 고목신인 고황산영존의 자식이었다. 고황산영존은 자그마치 1천5백 명 정도의 수많은 자식들을 거느리고 있었던 것이다. 고황산영존이야말로 일부다처의 대표적인 천신이었다. 그 많은 자식을 슬하에 두자니 과연 얼마나 많은 여자를 거느렸던 것일까. 신화에 그 수효는 기록이 없다.

독서신문 1387호 [2005.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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