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감본능
쾌감본능
  • 독서신문
  • 승인 2009.10.2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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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쾌락을 선호하는가
쾌감에 대한 근원적 고찰

[독서신문] 황정은 기자 = 누가 그렇게 명명했는지, 누가 그렇게 알려줬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언젠가부터 기분이 좋을 때는 웃으며 기분이 좋지 않으면 화를 내고 기분이 우울할 때는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이것을 기쁨과 분노, 슬픔으로 표현하곤 한다.

사람의 감정은 무수히 복잡한지라 화를 내고 있는 순간에도 그것이 분노인지, 좌절인지, 혹은 실망인지 자기 자신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며 웃고 있는 순간에도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기쁨인지, 슬픔인지, 혹은 안도감인지 불분명하게 여기곤 한다.

아마 사람이 어떤 사건에 반응하는 것은 한 가지 감정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맛이 맵든 짜든 어떤 음식에 한 가지 재료만 들어가지 않듯 사람의 마음도 매운 감정을 표현하는 데 분노 하나만 들어가는 것은 아닌 것을 보면 인간의 감정이 음식과 참으로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쾌감본능』은 이 다양한 감정의 재료 중에서 ‘기쁨’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쁨’이라는 범주 안에는 실로 다양한 감정이 잔가지처럼 흩어져있다. ‘안도’, ‘평안’, ‘희열’, ‘쾌락’ 등이 바로 그것인데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이 느끼는 ‘쾌락’에 대해 언급한다.

쾌감은 왜 존재하는가. 너무나 당연한 이 질문을 첫 화두로 던지는 저자는 사람들이 쾌감의 존재를 깊이 숙고하기 보다는 새로운 쾌감을 추구하는 것에 더욱 골몰한다고 말한다. 쾌감이란 기쁨과는 다른 어감을 지니고 있는 용어로 저자는 이것이 우리의 번식률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우리를 이끈 진화의 오랜 도구라고 설명한다. ‘일종의 반사작용으로 합리적 사고를 완전히 포기하고 지금 이 순간에 깊이 빠져들고자 하는 불같은 충동’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다양한 상황과 방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쾌감에 대해 저자는 그것을 감정의 교차로 발생하는 기쁜 감정으로 표현하기보다 육체적으로, 말초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가 쾌락을 말초적인 것의 반사작용으로 여긴다는 것은 쾌락에 대한 그의 설명을 엿보면 알 수 있다. 쾌감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저자가 든 사례는 ‘성적결합의 희열’과 ‘초콜릿의 식도락’으로 이는 성욕과 식욕을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말초적인 자극에 대한 반사작용으로서의 그것을 말하는 것에서 나아가 저자는 현대인의 경험과 견주어 쾌감을 풀어냈다.

남자들이 여성을 아름답게 여기는 체지방의 정도, 사춘기가 지나면서 변화되는 얼굴의 생김새, 얼굴의 대칭정도에 따라 상대방이 느끼는 매력도 등 저자가 처음으로 날린 화두는 추상적이지만 그 적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이 책은 마치 필립 짐바르도의『루시퍼이펙트』를 연상케 한다. ‘무엇이 선한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가’라는 추상적인 물음표를 소름이 끼칠 정도로 구체적으로 대입한 그의 작품처럼『쾌감본능』도 ‘쾌락’이라는 추상적 감정요소를 저자의 논리와 논증으로 설득력있게 풀어내기 때문이다.

사실 매 순간마다 ‘내가 왜 지금 기분이 좋은가’라는 고민에 빠진 후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매우 불편하며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매일 반복해 겪는 감정인 쾌락에 대해 한번 쯤 진지한 고찰을 해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 쾌감 본능
진 월렌스타인 지음 /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펴냄 / 300쪽 / 12,000원
 
<chloe@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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