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책]영화<플라이 대디>속의 세 권의 책
[영화 속의 책]영화<플라이 대디>속의 세 권의 책
  • 관리자
  • 승인 2006.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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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이 매력적인 영화 <플라이 대디>


영화배우 이문식, 이준기 주연의 영화 <플라이 대디>는 일본작가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플라이, 대디, 플라이』를 각색하여 만든 작품이다.
 
가네시로 가즈키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항상 독특하다. 대부분 어디에도 속하기를 거부하며 자유롭고 유쾌하게 살아가는데, 그 매력적인 인물들 때문에 가네시로 가즈키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국내에서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영화 <플라이 대디>는 원작에 매우 충실한 작품으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 거의 대부분이 영화에 고스란히 등장한다. 그래서 영화의 매력 또한 등장인물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가네시로 가즈키의 전작에서도 이미 등장했던 ‘더 좀비스’일당보다는 지극히 평범한 샐러리맨 장가필과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고등학생 고승석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의 주제가 ‘가족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책벌레 고승석 

고승석은 ‘더 좀비스’의 일원이지만 다른 친구들과 달리 너무 과묵하고, 싸움을 잘한다고 소문났지만 그가 싸움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단 한 번 등장한다. 항상 무표정한 얼굴로 상대를 쳐다보고, 낮은 목소리로 또래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말만 하는 승석이는 결코 평범한 캐릭터가 아니다.
 
그런데 영화 속에는 승석이가 책 읽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승석이가 읽는 책들은『체 게바라 평전』,『자연이라는 개념』,『아리랑』등으로 승석이 또래의 남자아이들이 즐겨 읽는다고 말하기 어려운 책들뿐이다. 그런데 승석이가 읽은 이 책들과, 책을 즐겨 읽는 승석이의 모습을 통해서 설명하기 어려웠던 승석이의 캐릭터가 조금씩 명확한 형태로 그려진다.   승석 역을 맡은 배우 이준기도 기자간담회에서 “승석이의 사상이 책 속에 있다고 생각했다. 뚜렷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야 말과 행동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승석이가 읽은 책들을 촬영 전에 직접 읽었다.”라고 말한바 있다.
 

『체 게바라 평전』

영화에서 승석이가 처음으로 읽은 책은『체 게바라 평전』(장 코르미에 지음/ 실천문학사)이다. 창문에 걸터앉아 햇살을 받으며 『체 게바라 평전』을 읽고 있는 승석의 모습은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영화<러브레터>에서 남자주인공이 바람에 흩날리는 커튼 속에서 책을 읽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그 모습은 많은 여성관객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출간 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판매되고 있는 젊은이들의 필독서『체 게바라 평전』은 체 게바라에 관한 전문가로 알려진 장 코르미에가 지은 책으로, 체 게바라와 관계했던 이들의 인터뷰내용과 체 게바라가 남긴 다양한 글들을 담고 있다.
 
아르헨티나 의사였던 체 게바라는 남미를 여행하다가 가난한 민중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혁명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직접 혁명의 길로 뛰어든다.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체 게바라의 이런 모습에 감동을 받아 그를 ‘시대정신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한 인간’으로 칭송하고 있다.

 체 게바라는 외모 또한 멋있는데 특히 그의 굳게 다문 입술에선 그의 확고한 의지를 엿볼 수 있고, 날카로운 눈빛을 통해 그의 강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체 게바라의 모습에서 세상과 타협하기보다는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승석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자연이라는 개념』

『자연이라는 개념』(r.g. 콜링우드 지음/ 이제이북스)의 저자는 철학자이자 역사학자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고대부터 현대까지 사람들이 자연이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현대사회의 자연주의, 혹은 친환경주의의 철학적 기반을 제공해주고 있다.
 
현대인들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만 생각한다. 자연을 가꾸고 보존하는 것도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인간들의 편안한 삶을 위해 자연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승석은 장가필이 열심히 훈련을 받는 동안 나무에 기대어 이 책을 읽는다. 도서관이나 카페 따위의 인공적인 공간이 아닌 푸르른 자연 속에서 책을 읽는 승석은 이미 저자가 말하는 철학을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아리랑』

『아리랑』(님 웨일즈 지음/ 동녘)은 일제강점기에 식민지 조선청년으로써의 고뇌와 투쟁을 통해 조선인 혁명가로 거듭난 김산(본명 장지락)의 삶을 벽안의 젊은 여성 저널리스트 님 웨일즈가 기록한 책이다. 

 항상 생각이 많은 승석은 조국의 해방을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김산의 내면세계를 비교적 자세하게 그리고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좀 더 깊이 만들어나가지 않았을까 한다.


책을 통해 승석을 이해한다

영화 <플라이 대디>의 최종태 감독은 영화 상영시간 112분 동안 모든 인물들을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책의 힘을 빌린 듯 하다. 이 세권의 책을 읽은 관객들은 읽지 않은 관객들보다 승석이라는 캐릭터를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므로 감독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영화를 보면서 승석이가 잘 이해되지 않았던 관객이나 승석이가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던 관객들은 이 세 권의 책을 통해 승석이의 매력에 더 깊이 빠지게 될 것이다. 


[독서신문 송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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