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에서
나는 나 혼자가 아닙니다.
이 곳에서
나는
당신의 당신입니다.
두 사람의 숲 헤이리
지난 7일에 종영한 드라마 <독신천하>는 결혼적령기 여섯 남녀의 일과 사랑에 대한 꿈과 현실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그린 드라마다. 주인공들의 직업은 커플 매니저, 성형외과 의사, 스포츠센터 사장 등으로 다양한데, 특히 남정완(김유미)의 직업은 드라마작가다. 그래서인지 드라마에는 정완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독신천하>의 4회에서는 정완이 헤이리의 ‘북하우스’에서 책을 읽는 장면이 나온다. 북하우스의 계단에 걸터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져있던 정완은 실내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벽에 걸린 시 한편을 발견한다. 그 때 정완의 오랜 연인 현수(이현우)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어디에 있냐는 현수의 물음에 정완은 밝은 목소리로 “내 아지트.”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자신이 발견한 짧은 시를 현수에게 들려준다. 현수는 전화를 끊고 시의 마지막 구절인 ‘나는 당신의 당신입니다’를 되뇌다가 옆에 있던 친구(지상렬)에게 “야~ 당신의 당신입니다~ 너무 좋지 않냐?”라고 말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드라마 속에 나온 시는 고은 시인의 축사인데, 시의 내용은 짧지만 여운은 길다. 이 짧은 시는 누군가에게 특별한 누군가가 되어줌으로써 하나가 되는 순간, 그 사랑하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오랫동안 서로를 사랑했던 정완과 현수는 그 시간에 각각 다른 장소에 있었지만 그 시를 읊조리며 서로를 생각하던 그 순간, 두 사람은 분명 따로가 아니었다. 둘은 함께였다.
[독서신문 송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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