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현실에서 찾는 순수의 美
일상의 현실에서 찾는 순수의 美
  • 관리자
  • 승인 2006.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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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전홍구
터져라 고개를 비틀어
외쳐 보아도
그냥 그 자리
멈추어 있는 세상
나뭇가지 끝에 걸린 하늘
가로등이 졸고 있는 밤
공원 그네에 몸 싣고
흔들어 보아도 세상은 멈추어 있다
소주 한 병 통째로 홀딱 마셔버리고
병든 세상 몽땅 담아 병마개를 꼭 잠근다.
멀리 서 있는
나뭇가지 끝에 하늘이 걸려 있다.
「나뭇가지 끝에 걸린 하늘」전문

▲ 전홍구 시인

사람들은 자기만의 울타리가 있다. 그 울타리는 자신만의 안식처이며 그 속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고 기쁨을 찾는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 울타리를 벗어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일탈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러한 욕망은 인간이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종종 자신을 가둬 논 울타리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친다. 하지만 그러한 몸부림은 현실에 기반을 둔 몸부림과 현실에서 벗어날려는 몸부림으로 대별된다. 자신의 현재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행해지는 몸부림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신의 현실에 기반을 두고 한 걸을 더 나아가려는 몸부림은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다. 현실과의 조화를 꾀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감정과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시인들의 창작활동이 아름다운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최근 『나뭇가지 끝에 걸린 하늘』이란 시집을 펴낸 전홍구 시인도 현실 지향적인 자세를 견지하면서 개성 있게 자기만의 독특한 시세계를 가다듬고 있는 시인이다. 이미 『개소리』등 두 권의 시집과 『풍경 밖의 풍경』등의 공저집을 펴내는 등 오랫동안 창작활동을 펼쳐온 전홍구 시인.
그의 시세계는 시적 언어와 정신에 있어서 일상의 현실에 보다 가까이 접근하고자 노력을 아끼지 않으며 가난의 응어리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의 노래와 얘기가 은연중에 베어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앞에 소개된 「나뭇가지 끝에 걸린 하늘」은 ‘멈추어 있는 세상’과 ‘몸부림치는 자신’을 묘하게 대비시키고 있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과 그러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을 절묘하게 대비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의 시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다분히 관조적인 자세 속에서도 현실과의 조화를 꾀한다. 하지만 그러한 조화 속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회고와 사색에 잠긴다. 그러한 사색은 종종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그 울타리 속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어 하는 고향회귀란 본성으로 이어진다.
‘저 멀리 다가오는 / 막차라도 타고 / 오늘은 오지 않나 애태우시는 /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라는 「어머니」의 한 구절처럼 자신을 애태우게 기다리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배어 있다.
「좋은 사람」이란 시에서는 ‘이 세상에서 / 가장 좋은 사람이 / 가족인 것을 / 알게 해주는  / 그는 나의 소중한 나’라는 표현으로, 「소라게」에서는 ‘가린 구름을 차고 고향 가는 배 없어도 고향 소식 듣고 싶어 / 몸을 파도에 실어 / 먼 고향 앞에 섭니다’라는 구절에서 이러한 회귀본성을 드러낸다.
“아직은 공기가 남아 있어 숨 쉴 수 있기 때문에 나의 목소리를 찾아내어 당신에게 무엇인가를 그 동안 못 다했던 것들을 말하고 싶은 것”이라는 아버지 전(前)에서의 흐느낌은 그가 바로 시를 쓰는, 그래서 살아가는 존재 이유를 찾는 외침인지도 모른다.

 

▲ 나뭇가지 끝에 걸린 하늘

전홍구 시인
시집 『개소리』『원두막』『나뭇가지 끝에 걸린 하늘』
공저집 『모니터 카페』『풍경 밖의 풍경』외 다수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원
한국현대시인협의회 회원
문예사조 문인협회 이사
모덤포엠 작가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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