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본(珍本)과 출판정책
진본(珍本)과 출판정책
  • 이재인
  • 승인 2005.11.1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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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인 (경기대교수 · 소설가)

  나의 서재 은밀한 곳에는 진본(珍本) 몇 권이 숨겨져 있다. 이 진본은 들고 나가면 금방 돈으로 환산 될 만한 소설집과 시집들이다. 작가가 직접 사인(sign)한 것과 시대적으로 연대가 깊은 것, 또한 희귀한 것들이다.
  지금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와 같이 큰 서점에서는 훗날 독자에게 가보(家寶)나 기념으로 남겨 둘 그런 저자(著者) 사인회 판매가 종종 있다. 이 것은 장려하고 또한 권장할 만한 일이다.
  독서인구가 90년대보다 급격히 줄어들어 이제 출판업이나 서점은 사양(斜陽)산업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는 마냥 영상매체나 시대만을 탓하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벤트를 만들고 독서인구 저변 확대를 위한 행사를 꾸준히 실시하면 좋은 반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수원의 d문고에서는 아트홀을 마련하여 여기에서 세미나, 시 낭송, 독서토론회 등을 개최하여 청소년들의 모임방으로 장소를 무상 임대하고 있다. 이는 독서 불모의 땅에 신선한 충격이다. 따라서 책도 심심찮게 구입하여 독자와 서점과 저자가 다 함께 행복을 마련하고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대폭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는 서점가나 출판인 모임 같은 곳에서 보다 연구하고 건의해야만 소기의 실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를 향해 홍보하고 설득하고 타당성을 입증하는 동시에 국민의 욕구와 충족을 건의한다면 비록 그것이 100% 수용은 안될지라도 점차 보완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에 출판협회 같은 단체들의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독서운동과 독서인구 유인책을 활성화해야만 할 것이다.
  한 그루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고 애국운동을 펼치는 것도 소중하다. 이에 버금가는 것이 독서운동이다. 이러한 운동은 국민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윤리를 제고시키는 것으로서 소리 없는 혁명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다.
  혁신이네, 개혁이네 정치권에서 연일 정쟁(政爭)에만 매달리는 의원들과 고급 공무원들이 이 운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는 나라를 구하는 일이요, 아름다운 지적 재산을 보전하는 일이다.
  정치인은 있어도 올바른 정책이 없고 책은 있어도 독자가 없는 시대는 암흑의 시대이다. 세상에 가장 두려운 것이 독서 없는 시대의 도래이다. 지금은 세계는 바로 문화의 시대이다. 문화가 곧 정치는 아니다. 그러나 문화적 역량이 있는 국가는 잠재적 자본과 인적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는 수출을 증대시키고 관광산업을 불러일으키는 식으로 직접적으로 재화를 창출하지는 못한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이른바 ‘욘사마’ 현상은 일시적인 자본주의적 스타현상이며 결집되고 함양된 우리 민족의 문화적 정수는 아니다라고 판단한다. 필자가 기대하는 문화란 무조건적으로 재화를 창출하는 천박한 상업자본주의를 넘어서 우리 국민의 도덕성과 잠재적 역량까지 담보하는 그런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그리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한 국가의 문화적인 역량도 그 국가의 경제력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리스트(f. list)와 같은 경제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되풀이되는 결론이지만 그것의 첫걸음은 언제나 책읽기에 있다고 주장한다.
  독서를 향한 꾸준한 정책개발과 연구는 세종시대와 문화의 황금시대가 다시 도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먼 훗날 훌륭한 진본도 많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독서신문 1377호 [200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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