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공개키 암호’는 매우 큰 인수분해를 기본 원리로 하고 있다. 수십 자릿수의 소수 2개를 곱해 만든 아주 큰 자연수가 공개키가 되는 것이다. 이를 사용해 메시지를 암호문으로 만드는 것이 공개키 암호다.
이렇게 한번 만들어진 암호문은 처음의 소수를 알아야만 메시지로 변환할 수 있다. 이 공개키 암호는 현재 신용카드, 은행예금 인출, 이메일 송수신, 휴대폰 사용뿐 아니라 기업이나 국방외교의 기밀을 보장하는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그러나 만일 ‘리만 가설’이 증명된다면? 리만 가설은 증명이 어렵기도 하지만 그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이 가설이 증명된다면 정수론부터 시작해서 수학계에는 일대 혁명의 바람이 불어 닥칠 것이다. 불특정 소수 배열의 패턴을 설명하는 리만 가설이 풀릴 경우 현재 쓰이고 있는 공개키 암호체계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극심한 사회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리만 가설의 핵심골자는 소수들이 어떤 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1859년 독일의 수학자 리만은 자연수가 커짐에 따라 나타나는 소수의 패턴을 서술하는 <주어진 수보다 작은 소수들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베를린학술원에 발표했다. 그 논문에서 소수의 분포에 관한 수학적 표현 방법으로 소수의 진화론이라 해석되는 리만 가설을 제시했다.
이 책은 리만 가설이 제기된 동기와 역사적 배경은 물론 이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개념인 조화급수, 소수정리, 로그함수, 복소수 그리고 리만 제타 함수에 대해 상세히 설명함으로써 리만가설에 관한 모든 부분을 소개하고 있다.
리만 가설은 20세기 수학자들을 괴롭혔다. 지금도 그 사실 여부는 증명되지 않았다. 페르마의 마지막정리(1637년 제기, 1994년 풀림)와 4색 문제(1852년 제기, 1976년 풀림)를 비롯하여 그동안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킨 수학 문제는 많았다. 최근에 러시아의 수학자 그리샤 페렐만에 의해 푸앵카레 추측이 해결됨으로써 새롭게 증명에 추가됐다.
그중에서도 전문 수학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미해결 문제는 단연 리만 가설이다. 수학자들은 20세기를 리만가설과 씨름하면서 다 보냈다. 미국의 클레이수학연구소가 2000년에 선정한 수학에서 미해결된 난제 중의 첫 번째를 차지한 리만 가설. 이 책은 수학의 초보자뿐만 아니라 전문가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든 책이다.
존 더비셔 지음|박병철 옮김 / 승산 펴냄 / 560쪽 / 2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