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이 아닌 초현실적인 삶이 주는 희망
비현실이 아닌 초현실적인 삶이 주는 희망
  • 독서신문
  • 승인 2009.09.2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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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잔인한 재난의 연속, ‘삶’에 대한 고찰
[독서신문] 황정은 기자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서러워하지 말라
절망의 나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반드시 찾아오리라 …

 
1800년대, 러시아의 절대왕정 시기에 자유를 노래하다 시베리아로 유배를 다녀온 푸쉬킨. 이 시는 푸쉬킨이 죽어가면서 삶에 대한 배신감, 자조와 고뇌를 읊으며 인생 가운데 절망과 고통 등의 질곡을 인정해야 함을 전달한 작품이다.

푸쉬킨이 이 시를 읊게 된 데는 그 자신이 끔찍이도 잔인한 아픔을 겪은 것이 도화선이 됐다. 당시 29세였던 푸쉬킨은 16세인 나탈리아에게 청혼을 해 3년 후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결투가 합법적이던 당시 대위인 당테스가 나탈리아를 희롱한 것이 문제가 돼 둘은 결투를 하게 된다. 군인장교와 시인의 결투는 보지 않아도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듯, 푸쉬킨은 치명상을 입게되며 서서히 죽음의 문턱에 이르기 시작한다. 이 와중에 당테스와 나탈리아가 이미 깊은 내연의 관계였다는 소식을 접한 푸쉬킨은 목숨이 끊어지는 과정에서 이 시를 남기고 숨을 거두게 된다.

37년간 자신과 함께 한 ‘인생’이라는 녀석에 대한 배신감이 진득하게 배어있는 이 시를 읽노라면, 참으로 삶이란 고난의 연속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불시에 닥치는 인생의 고통에 맞닥뜨릴 때,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여기 푸쉬킨만큼 인생의 난관 앞에 맞닥뜨린 사람들이 있다. 조지 셰프너의『두 번째 기회의 나라에서』는 온갖 인생의 어려움에 처한 ‘에브’마을 사람들이 ‘무어’라는 한 외판원을 통해 그들의 생각과 관점이 바뀌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아내는 도망가고 하나뿐인 어린 딸은 불치병에 걸려 서서히 죽어가는 상황에 처한 캘빈. 그는 딸에게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는 것은 불법”이라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하며 현실을 부정하려 애쓰지만 다가오는 현실은 어쩔 수 없다. 그 와중에 외판원 무어를 만나게 되고 그와의 역설적인 대화법을 통해 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버리게 된다. 결국 이러한 방법으로 에브마을의 사람들은 단 6일 만에 자신들의 삶에서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이 희망을 발견할 수 있던 것은 자신들의 눈앞의 절망을 바라본 것이 아닌 그 너머 희망에 초점을 맞췄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사람은 너무나 한시적인 존재여서 눈앞에 보이는 것을 인생의 전부로 오해한다.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훨씬 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사람이 꿈을 먹고 사는 존재라는 것을 유념할 때 인생 자체가 현실 속에서 가상을 꿈꾸며 그 가상을 현실화 시키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의 에브마을 사람들은 ‘비현실’이 아닌 ‘초현실’을 인정했을 때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두 번째 기회의 나라’인 셈이며 이들은 이곳에서 희망과 소망으로 가득 찬 긍정의 삶을 이룩하기 시작했다.

기회는 늘 오는 것이 아니다. 당신도 보이지 않는 것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기른 후 인생에 있어 ‘긍정의 두 번째 기회’를 잡는 것이 어떨지.
 
chloe@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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