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비 공원에서 읽은 시
민족시비 공원에서 읽은 시
  • 이병헌
  • 승인 2006.11.0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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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시인 · 소설가 , 임성중 교사)



가을햇살이 부서지는 날 민족시비 공원에서 시비에 담겨진 시를 읽어보기로 하고 홍성으로 향했다. 오후 늦은 시간 홍성군 결성면 성곡리에 위치한 만해 한용운 생가에 닿았다. 주차장은 만해문학관 공사중이라 사용할 수 없어 도로옆면에 주차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한용운은 본명이 정옥이며, 불문에 들어가기 이전에는 유천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그는 14세가 되던 해에 부친의 명에 따라 결혼하였으나, 2년만에 설악산의 오세암으로 들어갔고 그 후 18세 때 고향으로 돌아와 잠시 머물렀지만, 다시 설악산의 백담사로 들어가 불문에 입문하여 법명을 용운이라 하고 호를 만해라 하였다고 한다.


   한용운은 27세가 되던 을사년에 일제의 강압으로 국운이 기울어지자 만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하고자 했지만 뜻을 이룰 수 없었다. 그 후 1919년 3월 1일에는 민족대표의 33인 가운데 불교계의 대표로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고, 옥고를 치르면서 '독립의 서'를 짓기도 하였다.


  만해는 1925년에 설악산으로 다시 들어가 '님의 침묵'이라는 88편의 시집을 탈고하여 저항시의 선구적 역할을 담당하고, 그 후 장편소설 '흑풍 등을 발표하여 시뿐만 아니라 소설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과시했다. 이와 함께 불교청년회·불교유신회·만당 등의 단체를 조직하여 독립투쟁을 전개하다가 1944년 5월 9일 69세의 일기로 입적하였는데, 시신은 망우리의 정상 부분에 부인과 함께 안장되었다.


   지난 여름 문학기행 때 남한산성의 만해기념관에 다녀왔는데 그 곳에서 '나룻배와 행인'의 시비를 보았고, 설악산의 백담사에서도 '나룻배와 행인'시비를 보았고 또 만해생가에 세워진 '나룻배와 행인'의 시비를 만나니 그 때마다 새롭게 다가온다. 바로 주차장을 지나 우측에 작은 광장을 만날 수 있는데 그 곳엔 한용운의 어록비와 오석에 새겨진 한용운의 시 '나룻배와 행인'을 만날 수 있었다.  


  주차장을 지나자마자 오른편에는 생가 안내문이 있고, 왼편에는 관리사무소가 있는데 초가로 지어져서 이채롭다. 오른쪽으로 가면 싸릿대 울타리로 복원된 만해 선생의 생가가 나타난다. 생가는 쓰러져 없어진 것을 1992년에 복원하였다고 한다. 생가는 초가지붕을 얹었으며 방2칸, 부엌 1칸으로 구성된 일자형 구조로 한용운이란 문패가 걸려있어, 생전의 만해선생이 마치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듯한 감상에 빠져들게 만든다. 댓돌이며 툇마루가 한없이 정겹다.


  다음에 간 곳은 만해사당이었다. 안에는 만해의 영정이 있어 머리를 숙여 인사를 드렸다. 사당 밖에는 배롱나무가 빨간 꽃을 매달고 있었고 잘 정돈된 사당은 보기에 좋았다. 다시 사당을 나오니 옆 둑에 구절초가 피어 발길을 붙잡는다. 잠시 구절초향기에 취하며 가을을 즐긴 후에 시비 공원으로 갔다. 민족시비공원은 홍성군에서 3억 여 원을 들여 만해 선생의 생가 뒤편의 언덕과 야산에 조성되어있다. 이 공원에는 한용운 선생의 민족 시(詩)와 함께 다른 유명 민족 시인들의 시비가 자연석으로 건립되었고 주변에는 산책길이 조성되었는데 산책길 주위로는 계절별 야생화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구절초가 피어나 가을의 정취를 더해주었다.


  민족시비공원으로 들어가 시비가 세워진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만해의 ‘복종’으로 시작해서  그 밖에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 이상화의 ‘가장 비통한 지욕’, 정지용의 ‘고향’, 조태일의‘풀씨’, 박두진의 ‘해’, 김소월의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보습대일 땅이 있었더면’, 김광섭의 ‘나의 사랑하는 나라’ 정한모의 '나비의 여행', 이육사의 '절정', 김남주의 '자유' ,유치환의 '바위',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 ,이상화의 '가장 비통한 기욕', 조지훈의 '낙화', 김달진의 '씬냉이꽃', 윤동주의 '간', 심훈의 '그날이 오면',  변영로의 '논개',  구상의 '오늘' 등 과 백석의 시비 등 일제시대부터 해방 이후 활동한 민족시인 20명의 대표작이 각기 모양을 달리하고 있는 화강암과 오석 등에 새겨져있었다.


  지금은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많이 몰려들지는 않아도 꾸준히 답사를 오고 있었다. 아쉬운 것은 관광객들을 지켜보았는데 일부는 한용운 생가만 돌아보고 가는가 하면 사당을 돌아보고 가는 사람도 있었고 정작 시비 공원을 돌아보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는 홍보에 문제도 있을지 몰라도 정작 그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시비(詩碑)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멀리서 이왕에 온 걸음이라면 시비동산까지 관람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시비에 담은 시를 감상하는 것도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한 방법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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