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의 끝에 결국 남는 것
욕심의 끝에 결국 남는 것
  • 조완호
  • 승인 2005.11.1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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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완호 (한성디지털대 교수 · 계간 문학마을 발행인)

 세 명의 사내가 그동안 모아놓았던 재물을 싸들고 깊은 산 속으로 들어와 외딴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비록 떳떳하게 일을 해 모은 재화는 아니지만, 이것만 가지면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을 것일세. 장차 이것을 가지고 무엇을 하면 좋겠나? 서로 의견을 말해보도록 하세.”

 세 명 중 두목이라고 할 수 있는 제일 연장자인 사내가 운을 띄자, 다른 두 명의 사내는 저마다 자기 생각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 돈으로 땅을 사 농사를 지으면 어떻겠습니까. 서로 힘을 합쳐 농사를 지으면 머잖아 큰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니, 얼마나 좋겠소. 형님들 그렇게 합시다.”
겁이 많아 일을 할 때마다 늘 뒤꽁무니를 빼던 사내가 한 말이다.

 그러자 다른 한 사내가 말을 받았다.
“봄에 씨를 뿌려 가을까지 기다려야 하는 농사로 언제 부자가 되겠나? 비가 너무 많이 와도 그렇고 안 와도 걱정인 농사를 짓다간 걱정에 치어 죽을지도 모르니, 우리 장사를 하세. 여기저기 구경도 할 수 있고, 맛난 것도 실컷 먹고… 얼마나 좋겠나. 우선 자본이 충분한데 무슨 걱정이 있겠나? 우리 장사를 하죠.”

 두 명의 사내는 서로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들의 입씨름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고만 있던 두목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농사를 져 곡식을 쌓아놓거나 장사를 해 돈을 모아놓았다가 도둑이라도 들면 말짱 도루묵이 될 것이니, 차라리 우리 각자의 판단에 따라 살기로 하세. 최악의 경우, 세 명 중 누구 하나는 잘 되어야 도움을 줄 수 있지 않겠나? 그동안 친형제처럼 지낸 사이니, 이 재물을 삼등분하여 나눠 갖는 것이 어떻겠나? 내가 가서 술과 안주를 준비해올 테니 조금만 기다리게. 술이라도 한 잔하고, 서로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하세. 사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것만으론 농터를 마련하기도, 그렇다고 장사 밑천으로 하기도 넉넉지 않네. 그러나 어쩌겠나. 생각이 서로 다르니, 각자 자기 길을 가는 수밖에…”

 화가 나 씩씩거리는 두 사내를 남겨두고, 연장자인 사내는 자처해 인가에 다녀오겠다며 산을 내려갔다. 사내가 마을을 내려가며 한 말을 곰곰이 되씹으며 생각에 잠겨 있던 사내가 이제까지의 태도와는 달리 조심스럽게 제안을 했다.

 “아우, 아무리 생각해도 두목이 한 말이 마음에 걸리네. 삼등분을 해 나누어 갖는다고 하면 농토를 마련하는 데도, 장사 밑천을 하는 데도 부족하니 두목이 오면 없애버리고 우리 둘이 이걸 나눠 갖기로 하세. 일은 내가 할 테니, 자네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얻어먹게나.”

 이들은 말없이 동의하고, 두목이 올 때만 기다렸다.
한참 후에 두목이 술과 안주를 사들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올라오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를 보자 막내가 뛰어 내려가 그의 손에 들려 있던 것들을 받아들었다. 두목은 힘에 부쳐서 그런지 거의 기진맥진 상태였다. 이를 감지한 사내는 뛰어 내려가 두목을 언덕 아래로 밀어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졸지에 일을 처리한 사내는 막내의 손에 들려 있는 술을 따라 마신 후, 막내에게도 술을 권했다. 그도 마음을 진정하기 위해서인지 술을 받아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얼마 후 두 사내는 피를 토하며 땅에 꺼꾸러졌다. 두목이 술에 약을 탔던 것을 모르고 정신없이 마신 두 사내 역시 한순간에 비명횡사하고 만 것이다. 주인을 잃은 금은보화만이 산 속에 우두커니 놓여져 있었다.
 
 재물에 대한 사람들의 욕심이 극에 달하면서 우리 주변에서는 별의별 일들이 다 일어나고 있다. 권세나 부귀영화는 한낱 검불에 지나지 않는 것이련만, 그것이 목적이 되다보니 정작 소중한 것은 안중에도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교사의 답안지 조작, 노조의 인사문제 개입 등… 결국은 욕심이 낳은 추한 자화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머잖아 세상에 사람들은 다 사라지고 그들이 그렇게 보물처럼 여기던 하찮은 것들만 남아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을 것 같아 실로 안타깝다. 

독서신문 1376호 [200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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