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책과 영화]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 관리자
  • 승인 2006.11.0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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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저자 로렌 와이스버거는 패션계의 막강한 권력자인 미국<보그>지의 편집자 안나 윈투어 밑에서 1년 동안 어시스턴트로 일한 경험이 있다. 이 책은 저자가 그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유명 디자이너의 옷과 가방으로 온몸을 휘감고, 도나텔로 베르사체,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 이름만 들어도 탄성이 나오는 디자이너의 패션쇼를 자유롭게 드나들며, 지젤 번천 등의 톱모델에게 이 옷 저 옷을 입히는 화려한 패션 잡지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 책은 수많은 여성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책을 펼치면 그 보다 훨씬 화려하고 멋진 세계가 펼쳐질 뿐만 아니라, 그 화려한 세계 뒤편에 숨겨진 지옥같이 끔찍한 모습도 볼 수 있다.
 


사회초년생, 지옥으로 입성하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 앤드리아 삭스는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초년생이다. <뉴요커>같은 잡지사에서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었던 앤드리아는 잡지사 여러 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아무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고 오직 패션잡지사 <런웨이>로부터만 연락을 받는다. 그것도 글을 쓰는 일이 아닌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 프리스틀리의 개인 어시스턴트로 말이다.
 
앤드리아는 패션에는 관심도 없고, 미란다 프리스틀리가 누군지도 모르지만, 1년 만 꾹 참고 일하면 자신이 꿈꾸던 곳에서 일할 수 있게 될 거라는 희망을 품고 그 곳에서 일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 때부터 지옥과도 같은 끔찍한 나날이 그녀에게 펼쳐진다.
 
미란다는 앤드리아에게 휴대폰 하나를 쥐어주고는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 여러 가지지시를 내린다. 식당이나 미용실을 예약하는 일, 다양한 사람들과 전화연결을 하는 일, 미란다의 의상을 세탁소에 맡기고 찾아오는 일, 스타벅스의 라떼를 식기 전에 책상에 올려놓는 일, 미란다가 책상에 던져놓은 코트와 가방을 옷장에 걸어놓는 일 등 미란다 개인의 사소한 일들은 물론이고, 미란다의 시동생 결혼파티를 준비하는 일, 미란다의 쌍둥이가 보고 싶어 하는 아직 출간도 되지 않은 <해리포터>를 구해오는 일 등 미란다 가족들의 일까지 해결해야 한다. 또한 폭풍우가 쏟아지는 토요일 밤에 헬기를 보내라는 둥, 자신이 오늘 신문에서 본 식당에 관한 기사를 찾아오라는 둥의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려도 해결해야 한다.
 
앤드리아는 악마 같은 상사를 마음속으로 저주하면서, 명품과 다이어트에만 열을 올리는 자신의 동료들을 무시하면서, 일 년만 참자고 자신을 타이르면서 이 끔찍한 생활을 견뎌낸다. 

 


위태로운 사랑과 우정

 앤드리아에게는 너무나도 자상한 부모님이 있고, 자신을 한없이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연인 알렉스가 있고, 모든지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오랜 친구 릴리가 있다. 그러나 앤드리아가 일을 열심히 하면할수록 그들과의 관계는 삐걱거린다.
 
앤드리아의 엄마는 그녀에게 “넌 조카를 보고 싶지도 않니? 몇 달 전에 태어났는데 아직 얼굴도 못 봤잖아.”라고 말하며 집에 자주 들리지 않는 딸에게 서운함을 나타내고, 릴리는 “넌 항상 일만 하잖아. 밤낮으로 바쁘고, 주말에도 나갈 때가 많잖아. 일을 안 할 땐 일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고.”라며 일에만 관심을 쏟는 친구를 꾸짖고, 알렉스마저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난 이제 네가 누군지 모르겠어. 우리 잠시 연락하지 말자.”고  냉정하게 말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은 미란다 프리스틀리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는 앤드리아로써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녀 역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하는 자신의 생활에 힘겨워 하고 있었다.
 



그녀, 지옥에서 탈출하다

 앤드리아의 선임어시스턴트 에밀리는 갑자기 단구증가증이라는 전염병에 걸려 그토록 고대하던 파리 패션쇼에 참석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에밀리를 대신해서 앤드리아가 파리에 가게 된다. 앤드리아는 파리에 있는 동안 매력적인 남자 크리스천 콜린스워스와 멋진 밤을 보내고, 그 까다로운 미란다에게 “상당히 유능한 것도 같으니까.”라고 인정을 받으며, <런웨이>에 짧은 기사 몇 꼭지를 써도 된다는 허락도 받는다. 그리고 한 달만 잘 참으면 미란다가 그녀가 그토록 원하고 바라던 <뉴요커>에 추천을 해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중요한 시기에 릴리가 교통사로를 당해 위급하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파티가 끝날 때까지만 남아있자고 결심한 앤드리아는 미란다에게 “당신을 보니 그 나이 때 내가 생각나는군.”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앤드리아는 그 순간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인지 혹은 수치스러운 순간인지를 구별해내지 못한다. 그리고 미란다의 억지스러운 요구사항을 듣는 순간 참을성에 한계를 느낀 앤드리아는 미란다에게 “나쁜 년, 엿이나 처먹어.”라고 말하고는 뉴욕으로 돌아온다.     
 
앤드리아는 그 순간 직장을 잃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다시 얻게 됐다.


 

▲ 영화 속 장면

 


소설 vs 영화

 지난 10월 25일,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 주연의 영화<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개봉했다. 영화는 개봉 후부터 지금까지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머물러 있고, 영화의 인기와 더불어 소설도 30만부 이상 판매되는 등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영화는 소설과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독자들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멋진 장면들을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미란다가 앤드리아의 책상 위에 코트와 가방을 던져놓는 장면이 연속적으로 나올 때는 입이 쩍 벌어지고, 촌스러웠던 앤드리아가 세련된 뉴요커로 변신한 후에 입고나오는 모든 의상 역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란다를 연기한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너무나도 완벽해서 절로 감탄이 나온다. 비록 소설에서 묘사한 미란다처럼 깡마르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말투와 행동, 눈빛은 카리스마가 넘치고, 도무지 미워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소설과 영화의 차이점은 별로 많지 않다. 영화에서는 앤드리아 부모님의 비중이 적다는 점, 알렉스의 직업이 선생님이 아닌 주방보조라는 점, <해리포터>책을 구해주는 사람이 다르다는 점, 소설은 미란다를 앤드리아의 시각에서만 보여주지만 영화는 좀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미란다의 인간적인 모습과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의 모습도 보여준다는 점, 소설 속 에피소드들을 어느 정도 과감하게 삭제했다는 점 정도가 다르다.

그러나 마지막만큼은 큰 차이가 있다. 소설에서는 앤드리아가 미란다와 아주 나쁘게 끝내고 잡지사에 기고한 짧은 글이 당선되면서 계속 그 길을 가는 것으로 끝을 맺었지만, 영화에서 앤드리아는 미란다와  적대적으로 끝맺지는 않았고 미란다는 앤드리아의 새 직장에 추천서도 보내준다.

 


사회초년생의 고군분투기
 
 매년 수많은 소설책이 출간되지만 직장생활을 다룬 소설은 거의 없었고, 사회초년생의 직장생활을 다룬 소설은 더욱 없었으며, 여성 사회초년생의 직장생활을 다룬 소설은 더더욱 없었다. 있어도 일보다는 사랑에 치우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대학을 갓 졸업한 여성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상황들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갖고 있는 패션 잡지계를 배경으로. 20~30대 직장 여성들은 미란다 때문에 울고 웃는 앤드리아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앤드리아와 공감하며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독서신문 송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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