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진, 세계 경제를 입다
블루진, 세계 경제를 입다
  • 독서신문
  • 승인 2009.09.1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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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그 이면에 감춰진 땀과 눈물
세계 패션 산업과 무역을 재조명하다
▲ 블루진, 세계 경제를 입다     ©독서신문
[독서신문] 강인해기자 = 1970년 대 섬유산업은 한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자 주요 수익 창출원이었다. 국내 전체 수출의 40%를 고용의 절반을 차지했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의 제품이라면 값싸고 질 좋다는 이유로 인정을 받았다. 그러자 국제사회는 1971년부터 2004년까지 섬유 의복 산업의 국제적 규정을 지배하는 다자간무역협정(mfa)을 만들어 한국, 일본, 대만과 같은 국가와의 경쟁에서 선진국의 섬유산업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 협정은 국제 섬유산업의 후발국인 인도와 중국 등으로 과녁을 옮겨 견제했다.

그리고 2005년 섬유 무역 규제가 철폐되자 이탈리아, 미국, 캄보디아, 아프리카 등을 비롯해 세계는 큰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대단히 가늘고, 연한 ‘섬유’는 이와 관련된 국가, 더 들어가 섬유를 직물로 만들고, 그 직물을 완제품으로 만들어내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몸짓으로 큰 파괴력을 발휘한 것이다.

한 저널리스트는 이러한 특징에 관심을 갖고, 섬유산업 중에서도 청바지, 그 속에 감춰진 세계 패션 산업과 무역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그는 청바지의 복잡다단한 탄생 과정과 그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아제르바이잔, 이탈리아, 프랑스, 캄보디아, 중국, 뉴욕 등 전 세계를 누볐다. 청바지가 단순히 섬유의 실과 조합으로 이루어진 상품이 아니라 사람들의 눈물과 땀, 희망과 꿈이 담긴 물건임을 보여준다.

저자가 첫 번째로 찾아간 아제르바이잔은 미국보다 목화생산량이 훨씬 적지만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목화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목화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는 목화 감정사인 메만은 완제품을 만들어 팔아야 궁핍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상황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차라리 카페를 차려 커피와 케이크를 팔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같은 곳에서 목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바시프는 자신은 유복하게 살고 있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미국, 일본, 유럽처럼 자국의 엄청난 보조를 받으며 시장 가격 이하로 제품을 파는 나라에 도저히 대항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찾아간 이탈리아에서는 오래된 섬유회사 중 하나인 ‘레글러’를 방문해 수석 디자이너 파스칼을 만난다. 그는 구찌, 아르마니, 프라다 같은 이탈리아계 패션 브랜드가 모두 섬유를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다며 이탈리아 섬유산업이 잠식당하고 있는 현실을 걱정한다. 이로 인해 가업으로 계승돼 오던 국내 섬유산업이 심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이탈리아 인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중국에서 만들어진 ‘made in italy’ 라벨이 달린 옷을 입고 있다고 말한다.

캄보디아에서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시골소녀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섬유 수입 쿼터제가 종료되면서 공장의 환경이 나빠지자 집회를 열거나 파업을 해서 권리를 주장하려고 하지만 소녀들은 외국 투자자들이 떠날까봐 두려워 참고 일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밝혀진다.

저자는 전 세계 섬유시장을 경제뿐만 아니라 농업, 정치, 무역 등의 넓은 시야로 바라봤다. 또한 섣불리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고 객관적인 사실을 담담하게 풀어내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문제점을 인식할 수 있고, 스스로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나와는 먼 나라의 이야기로 들리지만 서울 창신동에 즐비해있는 소규모의 봉재공장에 들러보자. 게임도 되지 않는 저렴한 인건비로 동대문시장의 좌판을 채우고 있는 ‘made in china’ 제품에 허덕이고 있는‘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강인해 기자

블루진, 세계 경제를 입다
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 지음 / 최지향 옮김 / 부키 펴냄 / 388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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