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쇠퇴
지식의 쇠퇴
  • 독서신문
  • 승인 2009.09.0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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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위기는 생각이 없어도 의견이 있다는 것”

[독서신문] 황정은 기자 = 이어령 선생은 자신의 저서『생각』을 통해 창의적 사고의 중요성과 어떻게 하면 그러한 사고력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그야말로 ‘생각할 틈’도 주지 않는 현대사회의 메커니즘 안에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주문을 받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사고란 무엇이며, 진정한 지식 또한 어떠한 것인지를 깊이 있게 짚고 넘어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현대사회는 우리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눈앞에서 1초도 채 되지 않아 휙휙 지나가는 컴퓨터의 windows, 컴퓨터를 사용할 때 다람쥐 쳇바퀴 돌듯 끊임없이 관절운동을 해야 하는 중지 등 우리 앞에는 그야말로 ‘터치’와 ‘생각만 하면’ 통하는 시대가 찬란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행동이 바른지 아닌지를 확인받고자 남의 의견을 듣기 시작했고 다른 이의 모범답안을 접하기 시작한 이후 우리는 어느새 타인과 동일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를 타인과 동일시하는 작업이 계속 되면서 점차 내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내가 그들과 다른지 아닌지에 점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것이 바로 군중심리라는 것일까. 나의 모습이 타인과 다를 때 그들로부터 배제되는 것이 두려워 내 ‘생각’에 의한 행동보다는 다른 이와 ‘같은’ 행동을 나타내는 것이 과거 우리의 모습이었다면 현재는 두려움의 감정을 거치지도 않고 그저 남들과 같이 행동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더욱 거대해진 세계화는 인터넷의 물결을 타게 됐고, 이로써 ‘타인’은 예전보다 더욱 큰 존재로 우리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후로 우리는 자신의 행동의 결과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극도로 커져버린 타인의 관습에 내 모든 사고의 중심을 맞추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우리의 사고는 정지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오마에 겐이치의 설명이다. 그는 국가에도 지능이 있다면 21세기는 집단지능이 높은 나라가 성공하는 국가라고 이야기한다. 개개인에게서 나오는 창의적 발상보다 집단에서 나오는 발상이 더욱 뛰어난 경우가 많은 만큼 집단 iq가 높을수록 그 국가는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지식의 쇠퇴』를 통해 저 iq사회가 출현하게 된 배경에 대해 깊이 고찰한 후 현재 우리가 처한 위치와 장소는 어디인지를 서술하면서 경제에 대해 문외한인 관료들과 언론 종사자들의 현재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정부와 관료들이 호기를 놓치지 않는다’는 통설에 대해 과연 그들이 그럴만한 지략이 있는지 비틀고 지나간다.

또한 인터넷 사회가 등장하면서 파생된 현대의 분위기를 조명하고 인터넷이 과연 인간성을 파괴하는지, 사이버공간의 리더를 현실세계에 이식해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며 사람들이 질문을 던지는 그 자세부터 잘못됐다고 비판한다. 많은 사람들이 ‘누가 그렇게 말하더냐’ 라고 묻지만 이것은 우둔한 자들이 던지는 질문에 불과하며 진정으로 사고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를 물을 것이 아니라 ‘무엇을 이야기했느냐’를 물음으로 제기해야 합당하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현대사회가 진정 위험으로 치닫는 것은 사람들이 생각이 없어도 의견은 소유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언급한다. 깊은 생각 없이 갖게 된 의견은 결국 한 개인만이 아닌 국가와 민족 전체를 파국으로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와 같은 사회현실 안에서 많은 젊은이들의 학력이 저하되는 것은 예상되는 결과였으며 결국은 이 시대 20대는 욕망도, 학력도 없는 절망의 상태에 빠졌음을 개탄한다. 미래에 대한 꿈이 더 이상 젊은 세대를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하지 않으며 자동차도 컴퓨터도 이들의 심금을 울리기에는 역부족인 현실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한다.

이처럼 과거부터 현재까지 집단의 지식과 개인의 지식이 쇠퇴하게 된 원인과 과정을 상세하게 기술한 후 그 대안 점을 찾고자 주력하는 모습까지 보이는 오마에 겐이치의 이 작품은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거쳐 갈 필요가 있다.

점점 알아야 할 것들은 많아지지만 너무나 솔직하고 정직한 지식만 넘쳐날 뿐 지식과 지식을 이어주는 사고(思考)가 부재한 현실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생각할 수 없고, 생각하기 싫고, 생각하면 안 되는 현대사회의 트릭에 속지 않기 위해 우리는 올바른 기준을 끊임없이 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작품은 바로 그러한 기준을 일러주고 제시하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chloe@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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