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인 연재소설
[독서신문] 김나인 소설가 = 최가람은 의뭉스럽다는 듯 최다솜에게 물었다. 그녀는 최가람의 말을 신중하게 듣지 않고 건성으로 흘겨 듣는 듯 손톱을 다듬고 있다. 그러나 최가람의 말을 무시하지 않고 한 마디 한 마디의 말에 대구를 하여 주었다. 「저들은 우리의 아름다운 세계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야. 우리의 문명과 문화는 항시 저들과 공존을 하였지만 지배자는 항시 저들이었지. 만약 저들이 우리의 세계를 인정하고 우리의 언어를 표준어로 사용한다면 자신들의 광기와 욕망과 재물을 잃을 것 같아 두려워하는 거지.」
긍정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최가람이었다. 사회보호사는 바지춤을 고쳐 입고 발작을 부렸던 노인을 간호조무사에게 끌고 나가라고 지시했다. 노인의 발버둥은 젊고 건장한 간호조무사에게는 피라미와 같은 저항 밖에 되지 않았다. 모두 합장하며 ‘코끼리주사’를 외쳤다. 마치 교수대 위에 목을 매려는 죄수를 질타하는 군중과 같은 함성과도 같았다. 노인이 죽길 바라고, 죄명과 상관없이 선동하는 권력자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복종을 상기시키려는 듯 ‘사형’을 외치고 있었다.
사회보호사는 태아처럼 움츠리고 있는 소년을 응시했다. 그는 열일곱 살의 미소년이었다.
「저 소년은 학교에 다니지 않고 도시를 방황하며 도둑질과 유부녀 강간과 도서관의 건물에 방화를 저지른 전과가 있습니다. 소년원에서 일 년 반 정도 생활하다가 성안드레아 정신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이름은 조진행. 소년원에서도 문제가 많았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장소에서는 그 누구도 과거의 잘못과 범죄자라는 신분으로 모여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들이 사회로부터 받은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재활센터인 것입니다. 치유를 위해서는 여러분의 협조와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문제성을 발견해야만 여러분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여러분은 학교 안에서도 주제 발표를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분위기도 어색하고 두렵기만 할 것입니다. 잠시 눈을 감고 명상을 하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한 가족입니다. 공동체입니다. 서로를 사랑하고 감출 것이 없습니다.」
모두 눈을 감고 있었지만 최가람은 실눈을 하고 주변을 살피었다.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어색한 광경이었다. 저들은 사회보호사의 말대로 눈을 감고 주문을 외며 상체를 흔드는 것인가.
- 다음호에 계속 -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