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의 책] 김훈의 『칼의 노래』
[추천의 책] 김훈의 『칼의 노래』
  • 독서신문
  • 승인 2009.08.2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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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권하는 한 권의 책
▲ 김경윤 (황산실교 교사 / 시인)     ©독서신문
[독서신문] 여름의 끝에서 가을을 부르는 풀벌레들의 노래를 듣는다. 벌써 가을이다. 이 가을에 나는 다시 『칼의 노래』를 읽는다. 8년 전 밤을 꼬박 새우며  읽었던 그 때의 기억이 새롭다. 

한 소설가가 세상을 향해 던진 ‘칼’이 수많은 사람의 가슴을 베고 지나갔다. 그 때 나도 그 칼에 가슴이 베었다. 무려 100만이 넘는 사람들이 그 칼에 베었다. 세상에 대한 연민을 버려야 세상이 보일 것이라고, 사랑은 불가능에 대한 사랑일 뿐이라고, 칼은 세상을 향해 울었다. 그 칼의 울음소리는 베어도 베어지지 않는 헛것 같은 게 삶이라는 것을 노래했다. 삶은 긍정하거나 부정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고, 부정하거나 긍정하거나 삶은 그저 삶으로 흘러간다고 이야기한다.

연전에 명랑대첩이 있었던 이곳 해남 울돌목에서 만난 소설가 김훈은 “이순신을 이야기하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칼의 노래』를 쓰는 동안 이순신의 침묵이 무서웠다고 한다. 이순신은 세상의 모멸과 치욕을 살아 있는 몸으로 감내해내면서 한없는 침묵 속에서 전쟁을 준비했다. 그 ‘한없는 침묵’의 힘이 수많은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다.  김훈은 이순신의 그 침묵의 내면, 그 내면의 풍경을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침묵의 힘으로 완성된 인간이 되어가는 이순신의 양면성, 적 앞에서는 한없이 광폭하고 지휘계통과 백성 앞에서는 지극히 온순한 그 모순의 통합이 바로 이순신의 힘이요, 이순신의 리더십이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절실한 것이 “이순신의 카리스마, 불굴의 의지, 군사와 백성을 사랑하는 따뜻한 인간미” 같은 것이 아닐까?  고통과 슬픔과 외로움 속에서 오직 자신의 원칙에 충실했던 사람, 이순신의 삶은 갖은 어려움을 극복한 ‘역경형 인간’'이 라는 점에서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닮았다. 『칼의 노래』는 위대하면서도 비극적인 한 인간의 극적인 생애를 노래한 한 편의 서사시다. 

책을 덮으면, 울돌목에서 우는 파도소리가 들린다. 캄캄한 선실의 밑바닥에서 배고픔과 고통을 참으며 노를 저었을 이름 없는 격군들. 전함의 후방에서 민간선단에 배치되었다 싸움에 뛰어든 백성들, 전생의 승리를 위해 민초들이 겪은 고초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민초들의 울부짖음이 또한 ‘칼의 노래’가 아닐까? 
 
김 경 윤 (황산실고 교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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